요가하는 나
힘든 하루였다. 힘든 한 달이기도 했다. 글을 쓰고 있는 오늘 기준, 9월이 드디어 5일밖에 남지 않았다. (앗싸.) 올해도 100일이 채 남지 않았다. 올 한 해 참 많은 일이 있었고 최근 며칠도, 몇 주도 별의별 일들이 다 있었던 것 같다. 계속 내려놓는다고 내려놓는데도 또 새롭게 내려놓을 것들이 생기고, 마음을 다스리고 다스리려고 하지만 여전히 마음은 널뛰기 파도를 탄다. 언제쯤 돼야 안정될 수 있을까. 어느 날에야 편안해지려나. 사는 게, 이 한 번뿐인 삶이 덜 힘들어지는 날이 오긴 올까. 그래도 지나치게 비관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심신의 체력이 길러지는 과정에 있는 거라고, 믿는다.
오늘은 하나의 주제로 잘 짜인 글을 쓰고 싶지 않다. 부족한 글일지언정 완성도를 높이려고 그간 노력해 왔지만 오늘은 싫다. 완성하기 싫다. 브런치 작가가 된 뒤로 글감이 떠오르면 내 카카오톡 방에 간단하게나마 적어두고 있는데, 이번 주 글은 내 방에 있는 쪽지들을 하나씩 펼쳐 보는 것으로 마감을 해보려고 한다. 각 쪽지들에 담긴 사연들도 구구절절 풀어낼까 싶지만, 그럼 너무 구구절절이 될 것 같아서…. (이렇게 또 팟캐스트를 해볼까? 유튜브를 해볼까? 같은 질문들이 내게 남는다. 새로운 꿈을 살포시 꿔본다.) 카카오톡 방에 남겨진 쪽지 글들을 살짝 고쳐서 여기 옮긴다.
# P 선생님 매트 필라테스 수업이 끝나고 (22일 월요일)
아…. 잘하고 싶다.
수업이 끝난 뒤 만난 선생님, 오늘 유난히 힘들어 보였다는 말씀에 기가 푹 죽는다. 속상하다.
그래도 우리 모두 과정에 있는 거라고,
조금씩 체력도 길러질 거라고,
요가할 체력은 물론 일상의 체력도 강해질 거라고,
지치는 시간들이 줄어들 거라고,
그 결과 지쳐서 못했던 것들을 할 수 있게 될 거라고,
수업 시간에 말씀해 주셔서 좋았다.
수업 중간중간에 ‘선 자세’(타다아사나)를 한 채로 눈을 감고 들었던 격려 말씀들.
평소보다 많이 얘기해 주셔서 유난히 좋았다.
각종 아사나(요가 동작)를 버티며, 견디며, 해내며
회색 브라 톱 상의는 땀으로 절여져 차콜 색이 돼 버렸고,
그런데도 멈추지 않는 땀이 미간에서 코 옆, 인중으로 흘러내리는 순간을 느끼며
P 선생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아…. 더 잘 버티고 싶다.
더 바른 자세로, 더 오래 버텨보고 싶다.
요가에 대한 강박,
아사나를 완성하겠다는 강박은 계속 커져 간다.
어제까지만 해도 호르몬의 노예였던 내 몸과 마음 상태를 생각하면,
오늘 오히려 잘한 걸 수도 있는데.
그저 하루하루,
오늘의 요가에 후회 없이,
과하게 욕심 내지 말고,
최선만 다하자.
# 회사의 부속품처럼 일한 지 벌써 7년째 (25일 목요일)
예전에는 결과가 참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스트레스 정말 많이 받았는데, 심리 상담을 연례행사처럼 받을 만큼.
실은 결과는 그렇게까지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아.
좋은 결과만 놓고 봤을 때는
나보다 훨씬 훌륭한 결과를 내놓은, 앞으로도 내놓을 사람들이 널리고 널렸지.
냉정한 사실이지.
난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나만의 방식으로, 내 속도대로 나아가는 과정.
그 과정이 만들어 낼 결과가
설령 사회가 정한 보편적인 평균값에 못 미친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냥 내가 만든 결과, 특히 내가 걸어온 과정의 특별함에 눈을 두고 싶어.
결국 그게 나만의 결과,
사회가 정한 기준에 따르더라도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거라고 믿어.
각기 다른 윗사람들에 의해,
조직에 의해,
그때그때 내 몸 컨디션, 마음 컨디션에 따라
거의 수동적으로만 일한 지 벌써 7년째.
순간순간,
그 어떤 일을 할 때보다 능동적이고 진취적이며 주체적인 나.
이런 멋진 나를 만날 수 있는 시간, 요가.
요가하는 나. 요기니인 나, 박사샤.
그래서 내가 요가를 좋아하는가 봐.
아사나를 완성하든 실패하든,
여기서 멈추든지 나아가든지,
내가 선택해 내가 할 수 있는 만큼까지 노력한,
그렇게 성취한 나만의 요가일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