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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바다 Jun 20. 2019

떠날 사람은 떠나고 올 사람은 온다

지난 7주간 휴가 및 출장을 다녀왔다. 

3주 동안 말레이시아로 휴가를 갔었고, 금요일 돌아와서 주말을 쉬고 월요일 시드니에서 열린 회사의 글로벌 세일즈 마케팅 콘퍼런스에 4일간 참석했다. 목요일 자정에 돌아와 금요일 출근하고 다시 주말을 쉰 다음 월요일 밤 비행기로 11시간 날아 베트남으로 갔다. 호찌민과 하노이에서 2주간 출장을 마치고 홍콩을 경유해 오클랜드로 돌아온 것이 6월 초.
익숙한 공간을 떠날 때마다 한 두 가지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품고 간다.

하노이 공항. 미 대학원 시절 월남전 영화 수업을 들으면서 각종 베트남 영화를 즐겨보았는데 호찌민과 하노이를 일 년에 두 차례씩 정기적으로 드나들 줄은 몰랐다. <사진=강바다>

기간이 제법 길었던 만큼 머릿속에 맴돌던 생각의 줄기들을 간결하고 명료하게 정리하고 싶었다. 그중 한 줄기가 관계에 대한 것이다. 사람 만나는 것이 직업이나 다름없는 나로선 사람들에 다소 질려 지쳐버린 터였다. 

'인간관계의 핵심은 무엇인가?' 

답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첫 번째 의문부터 일단 툭 던져보았다.  

Woolloomooloo, Sydney <사진 = 강바다>

두 번째, '그 핵심을 비껴나가는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선뜻 분명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시드니 울루물루의 산책로를 거닐면서, 말라카에서 비릿한 더운 비에 흠뻑 젖은 뒤 석양이 지는 모스크를 바라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Mosque in Malacca  <사진=강바다>

베트남에선 하루에 4~5군데의 거래처를 찾아 방문하고 함께 식사하면서 매일 십 수명과 만났다. 지난번 출장에서 만났던 사람들, 이번에 새로 만난 협력사 관계자들과 비슷한 얘기를 맞춤형으로 각각 풀어내었다. 

여행의 막바지 하노이에서의 출장이 끝나갈 즈음 관계를 쌓고 버릴 때마다 적용하고 실행하는 나만의 세 가지 법칙들이 서서히 그러나 선명하게 자리를 잡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나만의 원칙들을 간결하게 정리해본다.  

하노이  거리. 중국과 맞닿아서인지 공기의 오염도는 호찌민에 비해 훨씬 심하다.  <사진=강바다>

최우선적으로 모든 관계의 핵심은 신뢰다.
이것이 사적이든 공적이든 모든 관계를 이루는 기반이 된다. 진정한 인연과 스쳐가는 인연에 분명하게 선을 긋고 구분해야 하는 이유다. 내재된 에너지와 시간을 불필요로 한 대상에게 쏟을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누가 중요한지, 누가 중요하지 않은지, 누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지, 누가 계속 중요할 것인지를 시험하고 판단해서 뚜렷하게 구분한다. 결국엔 효율성의 문제다.


두 번째, 관계의 주도권은 전적으로 내가 쥔다는 것이다. 상대의 비위를 맞출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즉, 하고 싶은 것을 하는데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생각 때문에 주저하는 바보 짓은 하지 않는다. 관계의 주체와 관계를 통해 원하는 것을 기대하고 얻어내는 욕망의 주체 역시 언제나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내가 가끔 실수하는 것이 자신감과 교만을 혼동하는 것이다. 나를 낮추면서 갖는 자신감, 그것이 겸손이다. 다른 사람을 판단할 때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판단하지 말라고 하지만 누구나 상대를 판단한다) 빼놓을 수 없는 가치이자 미덕이다. 

KL Pavillion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사람 구경하는 재미도 솔솔 하다  <사진=강바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원칙을 주저 없이 실행하는 이유는 바로 세 번째 때문이다.

때가 되면 떠날 사람은 떠나고 올 사람은 온다.

가까워지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도 계절이 바뀌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관계가 있는가 하면,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도 곁에 남는 사람들이 있다. 멀어지려고 굳이 마음먹지 않아도 멀어질 사람은 알아서 멀어지고, 굳이 애써 가까이하지 않으려 해도 내 삶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되돌아다 보면 관계의 결과가 나의 노력과는 상당 부분 무관하다. 서로에 대한 상대적인 관계는 평상시엔 자기 멋대로 해석하고 믿어 버리게 마련이다. 

그러던 것이 특별한 상황과 시기가 닥치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때가 되면'이란 그런 의미다. 한참 지나고 나서야 그것이 그때였는지 알게 되곤 한다. 안되면 되게 하라는 식의 억지는 소용없다는 얘기다. 내가 겪어온 경험에 비추면 그렇다는 것이다.


오늘도 시작되고 끝나는 그 무수한 관계를 통해 내가 무엇을 배워나가느냐 - 그것은 또 다른 별개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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