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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바다 Feb 18. 2021

어제와 다른 오늘이기에

배움의 두 번째 대상은 일상의 소중함이다.


오늘 하루도 그저 그랬던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축축 쳐질 때

지옥철에 시달려야 하는 출퇴근을 반복하며 이 짓을 매일 해야 하나 하는 자괴감이 들 때

신나는 일 없는 일상이 지루하고 힘들기만 할 때

이유 없이 기분이 구리고 아무런 의욕도 생기지 않을 때

사는 게 지긋지긋하니 마냥 불행하기만 하다고 느낄 때

그 지긋지긋한 일상들을 20배 고속으로 감아서 그 매일의 맨 끝에 서 있다고 대입해보자. 

 

내 글엔 유난히 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일상의 여백, '일상을 놓칠 때' '웰링턴 호스피스 센터에서' '오늘을 치열하게 사는 법' '발리에서의 깨달음' '일상의 소중함에 감사한다' 그리고 '황제의 아침 샤워' 등등 까지.

심하게 아파보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심하게'는 의사로부터 '올해를 넘기지 못할 것'이란 말을 들을 만큼이다. 그때의 병상 일기는 '아름다운 남자'라는 매거진에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쓰여 있다. 

난 죽음을 자주 그리고 많이 생각한다. 

매일의 끝까지 가서 마지막 선에 간당간당 서고 보니 생의 마무리라는 것이 무슨 대단한 업적이나 이름을 알리는 명예, 재산, 사회적 지위 따위에 전혀 좌우되지 않았다.

 

돈을 더 벌었어야 했는데 

더 크고 좋은 집에 살았어야 했는데

본부장, 사장, 회장이 되어 성공했어야 했는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이름을 널리 알렸어야 했는데...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고 미련은커녕 그에 대해 생각할 시간조차 아까웠다.


매일 하던 일상이 절실하게 그립고 아쉬웠다.


아침에 눈을 뜨면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는 것

반쯤 감긴 눈으로 어렴풋이 동트는 창밖을 내다보며 신선한 새벽 공기를 맡는 것

모닝커피가 생각나면 사무실 의자를 박차고 나가 길 건너 카페에서 사 온 계핏가루가 듬뿍 뿌려진 카푸치노의 첫 모금을 떼는 것

매일 보는 직장 동료들과 반갑게 인사하며 잡담을 나누는 것 

한 눈 파는 아이들에게 잔소리하면서 가족이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것 

차가운 저녁 공기에 코 끝이 시리지만 아내의 손을 잡고 동네 산책을 함께 하는 것


당시엔 그다지 아름답지 않고, 별다른 감흥 없이 기계적으로 보내는 순간들을 다시 잡고 싶어 진 것이다.

남반구인 뉴질랜드는 지금 늦여름에 접어들고 있다. 퇴근 후 걷곤 하는 동네 뒷길 산책로. <사진=강바다>


오늘이 어제와 같을 리 없다. 

하나하나 스치듯 지나가는 순간이 다 똑같을 수 없다.

깨어서 눈앞에 지나가고 있는 순간들을 음미하고 감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여행자의 일상을 살아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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