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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고객은 이미 말하고 있다

고객에 대한 해상도 높이기, 고객 이해의 기술 2편

by 황승욱

최근에 청소기를 바꿨습니다. 샤크 제품인데요. 제품을 뜯을 때부터 포장 상태가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조립도 상당히 쉬웠습니다. 사용해 보니 가격 대비 성능도 매우 좋았습니다. LG, 다이슨 다 써봤는데 밀리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 심지어 고객센터 경험도 좋았습니다. 몇 번 사용하다가 소리가 좀 이상하고 흡입력이 떨어진 일이 있었는데요. A/S를 맡기려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상담사가 전화로 상태를 파악하시더니, 즉석에서 확인하고 조치할 수 있는 법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어요. 전화로 순식간에 문제 해결이 되었습니다. 제가 살면서 경험한 고객센터 경험 중 최고였습니다. 어디 가서 청소기 이야기가 나오면 샤크 청소기를 강력 추천할 생각입니다. 벌써 여기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네요.


사실 저는 어디 가서 후기를 잘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정말 만족스럽거나, 정말 못마땅했던 서비스에 대해서는 가끔 이야기하게 되긴 하더라고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아마 알게 모르게 한 번쯤은 경험하신 제품이나 서비스, 콘텐츠에 대한 평가를 지인들과 나누어보셨을 겁니다. 바로 이 고객들의 직접적인 이야기를 수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다행히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1. 고객의 후기에 귀 기울이면 힌트가 나온다

리뷰는 고객의 솔직한 피드백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고객을 위한 비공식 콘텐츠이기도 합니다. 스토어 후기, 앱 마켓 리뷰, 블로그 후기까지 모두 분석해야 합니다. 평점을 남기는 리뷰는 단순히 평점만 보지 말고, 리뷰 내용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보세요.


리뷰는 긍정 리뷰와 부정 리뷰로 분류되는데요. 둘 다 마케팅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부정 리뷰에서는 고객이 느끼는 아쉬운 점, 페인포인트를 찾아 개선해야 할 포인트를 찾을 수 있겠죠. 긍정 리뷰도 중요합니다. 마케팅이나 사업을 하다 보면 부정 리뷰에 흔들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잘하고 있는 걸 고객의 목소리로 확인하는 건 상당한 자산이 됩니다.


“사람들이 맥도날드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정말 자랑스러워해도 되는지, 가끔은 두려웠어요. 실체가 보이지 않는 것 같아서요. 이제는 그렇지 않죠. 사람들이 왜 맥도날드를 사랑하는지, 그 이유를 끊임없이 찾으려고 해요. 여기서 브랜드의 힘과 마법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맥도날드의 모건 프래틀리(Morgan Flately, Global CMO)


고객이 긍정적으로 언급하는 바로 그 부분이 내 서비스의 강력한 USP(Unique Selling Point)가 될 수 있습니다. 고객의 긍정적인 리뷰를 분석하면서, 고객이 느끼는 우리 서비스의 가치는 어떤 것인지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못하는 걸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잘하는 걸 명확히 알고 더 알리는 것도 좋은 전략입니다.


리뷰를 통해 개선점, 마케팅 포인트 등 유용한 정보를 포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고객 리뷰를 분석할 때 주의해야 할 게 있습니다. 고객이 100명이라면 100명 모두 의견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때때로 "편리해서 좋다."라는 후기와 "어려워서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후기처럼, 정반대되는 것처럼 보이는 후기들이 같이 쌓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든 고객 후기를 다 수용하려고 하려고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반복되는 단어(표현, 감정어 등), 비중 있게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경험 등을 먼저 찾는 게 중요합니다. 리뷰 내용에 따라 #배송 #고객센터 #가격 #사이즈 #오류 등등 키워드를 활용해 임의로 라벨링을 하고 분류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2. 고객 후기 찾기의 확장판: 소셜 리스닝

고객이 소셜미디어에서 이야기하고 있는지, 하지 않고 있는지, 하고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찾아보는 걸 소셜 리스닝이라고 합니다. 고객 후기 찾는 것의 확장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유명 인플루언서를 섭외해서 공구를 진행했는데 이게 어느 정도 언급이 되고 있는지, 언급량이 늘고는 있는지 찾아보는 겁니다.


썸트렌드와 같은 유료 툴을 활용하면 경쟁사와 비교 분석이 좀 더 직관적으로 가능하고, 감정 키워드도 분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꼭 유료 툴이 아니어도, 주요 소셜 미디어에서 직접 검색해 보는 것도 가능하니 상관없습니다. 커뮤니티의 경우 aagag라는 커뮤니티 크롤링 사이트가 있어서 한 번에 검색해서 찾아보기도 쉽습니다. 소셜 리스닝을 통해 신제품, 최근의 마케팅 캠페인에 대한 효력과 버즈량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고객이 소셜미디어에서까지 직접 언급할 정도의 어떤 강점이나 흠이 있는지도 모니터링할 수 있습니다. 직접적인 제품 키워드가 아니더라도, 관련 업계나 주제에 대해서도 고객이 어떻게 소비하고 느끼고 경험하고 기대하고 있는지 시장의 기대치를 짐작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3. 내 서비스를 지인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을까: NPS

고객이 우리 제품에 관해 이야기하는 걸 찾아다닐 수도 있지만, 직접 물어보는 더 적극적인 방법을 취할 수도 있습니다. 이 중의 하나가 NPS라는 방법입니다. Net Promoter Score(순수추천지수)의 약자인데요. 제품을 이용한 고객을 향해 지인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는지 묻고, 0점~10점으로 응답하도록 요청하여 점수화합니다.


"이 서비스를 지인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나요?"

9~10점: 추천자(Promoter)

7~8점: 중립자(Passive)

0~6점: 비추천자(Detractor)

NPS = 추천자 비율(%) - 비추천자 비율(%)


만일 100명이 응답한 상황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70명은 Promoter 그룹이었고, 10명은 Passive, 나머지 20명은 Detractor 그룹입니다. 그럼 NPS는 50이 됩니다 (70%-20%). NPS는 서비스 이용 고객에게 물어볼 수도 있고, 고객 유형에 따라 그룹을 나누어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NPS 응답에서 Promoter 그룹에 속했던 고객은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좋은 감정을 느낀 고객분들이므로 긍정적인 후기를 부탁할 수도 있고, 친구 초대 이벤트나 공유 이벤트 등을 확산하는 데에도 적극적일 수 있습니다.


NPS는 단순히 점수보다도, 고객에 따라 왜 다른 점수를 주는지 이유를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추가 설문을 통해 만족한다면 만족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추천 의향이 없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심층 질문이 들어가면 좋습니다.




4. 직접 물어볼 수 있다면 제발 직접 묻자! : 설문조사

마케팅을 할 때 답답한 현상 중 하나는, 직접 물어볼 수 있는데 묻지 않고 상상만 하는 겁니다. 요즘은 데이터에 근거해 가설을 세우는, 흔히 가설 기반 사고방식이 하나의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매우 유용한 사고방식이지만 반작용도 있는 거 같습니다. 설문은 잘만 활용하면 매우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사용할 수 있는 툴들도 매우 많습니다. 오프라인이라면 직접 부탁해 볼 수 있겠고, 온라인으로 진행한다면 카카오 비즈니스폼, 타입폼, 구글 폼, 왈라, 오픈서베이 등 다양한 유료/무료 툴이 있습니다. 이런 툴들을 활용해 묻고 싶은 걸 고객에게 직접 물어보고, 응답을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위에 설명한 NPS 점수에 따른 심층 질문을 통해 마케팅 소재를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지, Detractor 그룹의 불만 사유의 공통점이 무엇이고 이걸 해결해 줄 수 있을지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외에 상황에 따라 다른 설문들을 시기마다 할 수 있습니다.


설문은 설계가 중요합니다. 통계 업체와 같은 전문성을 확보하기는 쉽지는 않을 텐데요. 아래 사항만 고려해도 꽤 도움이 되실 겁니다.


1) 무엇을 알고 싶은지, 무엇을 확인하고자 하는지가 분명해야 합니다.

내가 뭘 알고 싶은 건지 먼저 문장으로 가시화해야 합니다. 이걸 머릿속에만 담고 있는 것과 글로 표현하는 건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글로 썼을 때, 그게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고 쉽게 읽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그런 후에야 질문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만일 질문 의도가 명확하지 않다면, 중의적인 질문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서비스의 품질과 가격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시나요?"라고 묻고 선택지를 제시한다면 이건 상당히 잘못된 질문입니다. 품질과 가격은 다른 항목입니다. 각각 하나에 관해서 물어야 합니다.


2) 내 질문이 편향을 유도하지는 않는지 검토해야 합니다.

질문을 어떻게 던지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예를 들어 보면. "고객님이 이용하신 A제품은 뛰어난 가성비로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고객님께서는 이 A제품에 얼마나 만족하시나요?" 라는 질문은 해서는 안 되는 질문입니다. 질문자의 의도, 편향, 애정은 다 제외하고 냉정하게 고객의 의견이 최대한 편향 없이 묻어날 수 있도록 질문해야 합니다.


고객의 생각에 기준점을 형성하는 질문도 피해야 합니다. 가령 가격 정책을 검토할 때, "지금은 베타 서비스로 무료 이용 중이지만, 출시 후 월 1만 원의 구독료를 책정할 예정입니다. 이 가격이 적당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적당하지 않다면 어느 정도의 가격이 적당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라는 질문도 잘못되었습니다. 이미 1만 원의 구독료가 기준점이 되었으므로, 고객은 1만 원을 생각의 시작점으로 삼게 됩니다. "이 서비스가 정식 출시 되었을 때, 적당한 월 구독료는 얼마라고 생각하시나요?" 라는 질문으로 대체해서 물어본다면 전혀 다른 응답 결과가 나오게 될 겁니다.


선택지 순서에 따라서도 편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보통은 첫 번째 선택지가 선택되고는 합니다. 이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3) 고객이 대충 응답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합니다.

보통은 설문할 때 기프티콘 같은 작은 보상을 겸하게 되는데요. 이 보상을 받으려고 대충 응답하는 고객도 언제나 섞여 있습니다. 이럴 때는, 함정 질문을 설계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3번째 물어봤던 질문과 거의 같은 내용의 질문을 표현만 달리해서 10번쯤에 쌩뚱맞게 한 번 더 대답하는 겁니다. 답변의 내용이 다르다면, 신뢰도 측면에서 해당 응답은 버리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또 고객은 "바람직함"이나 "지향성"에 방점을 두고 답변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디지털 금융 이해력"에 관해 묻는다고 해볼까요. 솔직하게 답변하는 고객들도 있겠지만, 스스로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고객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나타나는 고객 행동 데이터와 실제 설문 결과의 응답이 다른 사례는 저도 직접 경험해보았습니다. 저의 질문 설계가 잘못되었던 것이죠.


내가 무엇을 알고자 하는지 명확하게 설정하고, 고객의 편향을 유도하는 질문은 없는지 검토하고, 고객의 응답에 대해서도 노이즈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기. 이 3가지만 잘 지켜도 설문 결과의 신뢰도는 한결 높아지고 분석의 활용 가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




5. 만나서 직접 물어볼 수도 있다!

그룹 인터뷰나 1:1 인터뷰도 해볼 만한 방법입니다. 소수의 고객을 깊게 만나면, 수치로는 설명되지 않는 욕구나 맥락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응답에 따라 유연한 심층질문과 분석도 가능합니다. 참여한 고객의 행동뿐만 아니라, 참여한 고객이 속해 있는 그룹(또래나 직장 동료 등)의 행동 패턴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인터뷰도 전문적인 인터뷰 스킬을 갖추지 않아도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편안한 분위기에서 고객의 살아있는 경험과 감정을 듣는다고 생각하는 게 유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설문과 마찬가지로 질문자의 편향이 드러나거나 한쪽으로 유도되지 않도록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그룹 인터뷰에서는 목소리가 크거나 의견을 많이 내는 참여자 쪽으로 의견이 쏠릴 가능성이 있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발언에 대한 통제와 관리가 적절히 이루어져야 하므로, 이 영역에서는 진행자의 역량이 필요합니다.




고객 이해의 기술 3편과 구체적인 활용 사례 예고

이번 편에서는 고객이 직접 스스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내용을 캐치하거나, 직접 이야기하게끔 하는 방법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활용 사례에 대해서 궁금하신 독자분들도 계실 텐데요. 고객 이해의 기술에 대해서 다 설명한 후에 실제 활용 사례에 대해 들려드릴 예정이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바로 다음 편에서 고객 이해의 기술을 마지막으로 다룹니다.


3편의 내용은 조금 더 큰 맥락에서 고객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조금 더 큰 맥락이란 무엇이냐면, 사회 트렌드 포착, 심리학이나 행동경제학 등 "사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뾰족한 타겟과 고객에 관한 내용은 아닙니다. 그래서 조금 멀리 가는 거 아니냐 싶으실 수도 있을텐데요. 저는 시장은 곧 고객의 집합이고, 고객은 곧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의 기본 심리와 욕망에 대한 이해가 마케팅에 큰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더욱이, 시대의 기술과 유행은 바뀌어도 사람은 잘 변하지 않거든요. 사람의 심리와 행동특성에 대해 기초적인 이해를 가지고 있는 게 마케팅에서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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