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 대한 해상도 높이기, 고객 이해의 기술 1편
흑백요리사 이후로 "익힘 정도"라는 말이 대중적으로 익숙한 키워드가 되었는데요. 마케팅에서도 "고객에 대한 이해의 정도"라는 단어를 붙여 보면 어떨까 합니다. "고객"이라는 단어는 마케팅이나 사업을 할 때 정말 가장 많이 언급되는 키워드라고 봐도 무방할 텐데요. 냉정하게 내가 "고객"이라는 개념 그 자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또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내 고객"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고객에 대한 이해의 정도"를 높이기 위해, 해상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고객은 광고에 노출되고, 관심 있는 광고를 클릭하여 우리 서비스에 진입합니다. 그리고 상품을 보고 장바구니에 넣고, 구매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상세 페이지에 들어왔다가 다른 페이지를 탐색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고객들도 있을 텐데요. 일단은 설명의 편의를 위해 단순하게 아래 구조를 기본으로 잡겠습니다.
* 고객의 흐름에 따른 광고 데이터의 기본 구조
광고 노출 → 클릭 → 상세 페이지 진입 → 장바구니 → 구매 완료
물론 이 구조를 모든 사업 유형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저도 다양한 도메인의 마케팅을 했었고, 그때마다 구조가 다 달랐습니다. 당장 구매가 아니라 DB 획득 (고객 정보 수집, 리드 획득)을 최종으로 하는 곳들도 있습니다. 아래는 마케팅에서 고객 정보를 획득 해오면, 영업팀에서 세일즈를 클로징하는 전통적인 구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카드사의 디지털 마케팅
광고 노출 → 클릭 → 브릿지 페이지 → 카드 발급 페이지 → 카드 발급 신청
* 보험사의 디지털 마케팅
광고 노출 → 클릭 → 보험 상세 페이지 → 보험료 계산 → 상담 신청
* 저축은행 대출 광고
광고 노출 → 클릭 → 대출 상품 상세 페이지 → 한도 조회
제가 오래 해 오고 있는 세금 환급 서비스에서는 광고 노출 → 클릭 → 가입 → 환급액 조회 → 환급액 신청(결제)까지를 주로 보았습니다.
이처럼 상황에 따라 광고를 통해 만들고자 하는 과정과 최종 목표는 다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곳은 앱 설치를, 어떤 곳은 게임 실행을, 어떤 곳은 주문을 최종 전환 목표로 삼을 수 있겠지요.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한다면, 매장 방문과 전화 문의 같은 단계로 치환해서 분석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심지어는 같은 서비스라고 하더라도 마케팅의 전략이나, 비즈니스의 단계와 상황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흐름을 주목해서 들여다볼 때, 광고에 대해 고객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클릭률(노출된 광고를 클릭하는 비율. 광고가 1,000번 노출되었고 클릭이 100번 발생했다면 클릭률은 10%가 된다)이 매우 좋다면, 해당 광고 소재나 캠페인이 잘 동작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클릭률이 높다고 다 좋은 사례는 아닙니다. 클릭률은 괜찮았는데, 상세 페이지 진입 후 전환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낮다면 유저 흐름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합니다. '고객들이 광고는 잘 클릭했는데, 전환으로 넘어가지는 않고 있네.'라는 발견을 문제로 두고 다양한 가설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고객이 광고를 통해 확인한 정보와 상세 페이지에 들어와서 확인한 정보의 일관성이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광고 소재에서 식욕을 돋우는 이미지를 보고 입맛이 당겨 들어왔는데, 상세 페이지에서는 영양 정보가 더 강조되는 등, 기대한 내용을 충족 시켜주는 내용이 상세 페이지에 없을 때 고객이 중간에 이탈할 수 있겠지요. 이런 경우에는 광고 소재의 후킹성을 낮추거나 상세 페이지를 보완하거나 다양한 버전의 실험을 거치며 흐름을 개선하는 시도를 해볼 수 있겠습니다.
* 높은 클릭률 + 낮은 전환율 >> 기대와 현실의 괴리
광고 소재로 생긴 기대감 High → 제품 유입 → 상세 페이지의 콘텐츠는 기대 이하 → 고객 이탈
이 외에도 광고 소재가 불필요한 타겟팅에게 도출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고, 상세 페이지 이후의 절차가 번거롭거나 가격이 비싸다고 느끼는 경우에도 이탈할 수 있습니다. 사업마다 또 상황마다, 심지어는 광고 소재와 캠페인마다 이유가 다를 수 있으니, "고객들이 광고를 통해 관심은 보이는데, 왜 내가 기대하는 액션까지 이어지지는 않는 걸까?"하는 질문 의식을 갖고 가설을 세우고 실험해 보는 방법론을 취하시는 게 핵심입니다.
*P.S : 랜딩페이지, 상세 페이지를 키워드로 많은 책들과 아티클들이 나옵니다. 상세 페이지 하나 잘 만들면 죽어가던 사업이 살아나고, 매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처럼 과장해서 홍보하는 곳들이 많은데요. 위와 같은 맥락에서 문제 해결이 필요할 때 고려할 수 있는 수단일 뿐입니다. 마케팅에 대한 구조적인 이해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애초에 클릭률이 기대한 만큼 나오지 않는다면, 많은 광고 소재 테스트가 필요합니다. 똑같은 소구 포인트를 담고 있어도 이걸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효율이 상당히 많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광고 소재가 별거 아닌 거 같아도, 전반적인 레이아웃, 글자 크기와 위치 및 색상, 클릭을 유도하는 버튼의 유무(CTA), 배경 색상, 카피 함께 활용하는 오브젝트의 유형과 스타일, 일러스트나 실사 이미지의 활용, 모델 사진 유무 등 세부적인 요소의 조합을 고려하면 테스트할 게 수도 없습니다. 여기에 메인 카피에 강조하고자 하는 포인트도 가격이냐, 편의성이냐, 성능이냐를 두고 고객이 반응하는 요소를 찾게 됩니다.
*P.S : 광고 소재의 효율이 하락할 때 많이 언급되는 이유가 "소재에 대한 피로도"입니다. 쉽게 말해 해당 광고 소재가 많이 노출되어, 이제 소구력을 잃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가장 신뢰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명확한 근거가 없거나 이유를 확인하기 어려울 때, 가장 편리하게 끌어다 쓸 수 있는 단어가 "피로도 누적"입니다. 이 단어가 근거가 없다고 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입니다. 첫째, 몇 명에게 노출되어야(또는 몇 번 노출되어야) 피로도가 쌓이는가에 대해서는 밝혀진 숫자가 없습니다. 아무도 모릅니다. 둘째, 왜 그 소재는 10만 번 노출되어서 피로도가 누적되었다고 하는 한편, 다른 소재는 50만 번 노출되어도 여전히 효율이 유지되는가를 보면 논리적 결함이 드러납니다. 혹시 광고 대행사를 사용하시고 있건, 사용하실 계획이 있는 분이라면 염두에 두시면 좋을 내용입니다.
광고 데이터는 마케팅 전략이나 미디어믹스(마케팅에 활용할 매체의 조합)를 수립할 때 유용하게 참고할 수 있는 데이터가 됩니다. 예를 들어, 현재 데이터가 아래와 같다고 해보겠습니다.
클릭률 3% (광고 노출 10만 회 → 클릭 3,000회)
상세 페이지 진입 80% (상세 페이지 진입 2,400회)
장바구니 전환율 30% (장바구니 담기 720회)
결제율 10% (구매 완료 72회)
이걸 역으로 해석해 보면 어떻게 될까요? 구매 완료 1건을 만들기 위해, 장바구니 담기 10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장바구니 10건을 만들기 위해 상세 페이지 진입 33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상세 페이지 진입 33건을 만들기 위해 광고 클릭을 41건 만들어야 합니다. 광고 클릭을 41건 만들기 위해 광고 노출이 1,366번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런 기본 구조하에서, 구매 완료를 100건 만들려면 광고노출이 얼마나 되어야 할지 광고비가 얼마나 필요할지 기준점을 세울 수 있습니다. 만약 광고비를 덜 쓰면서 목표 달성을 하고자 한다면, 중간에 클릭률을 높이거나 상세 페이지에서 장바구니로 넘어가는 비율을 높이거나 하는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또는 A 매체는 클릭을 저렴하게 많이 만들어내는 데 유리하고, B 매체는 클릭은 비싸지만 전환율은 높다고 한다면, 각각의 매체 비중을 조절해 가면서 최적의 매체 조합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광고 데이터는 광고 데이터는 새로운 비즈니스의 시장 적합성을 찾아내는 데도 응용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비즈니스를 먼저 완벽하게 갖춰놓기 전에 가벼운 시험용 페이지를 만들어 둘 수 있습니다. 고객을 속이는 것이 아니라, "이런 서비스가 있어요. 이런 걸 만들어 볼 건데, 써보실래요?"와 같이 미완성의 서비스를 맛보기처럼 보여주고 고객이 얼마나 반응하는지 테스트해 보는 겁니다. 일단 광고를 돌려서 클릭률이 낮지 않게 나온다면, 해당 서비스에 대해 시장의 관심과 니즈가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게 성공을 보장해 주는 방식은 아니지만, 다 만들어 놓고 나서 "망했네"를 확인하는 것보다는 훨씬 합리적으로 사업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광고 데이터는 제품의 오류를 발견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단순히 광고에만 유용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실제로 갑자기 전환율의 추세가 바뀌는 것을 통해, 제품 내 오류가 있는지 발견하고 개선한 사례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갑자기 결제 단계에 오류가 생기거나 상세 페이지가 깨지거나 하는 현상은 없는지 등, 광고 데이터가 서비스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는 것이지요.
여러모로 광고 데이터는 고객이 광고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광고를 통해 유입된 고객들이 우리 서비스를 어떻게 느끼고 경험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힌트가 됩니다. 특정 단계에서 이탈이 높다면 왜 고객이 이탈하는지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해줍니다. 설계가 잘못되었는지, 광고 메시지가 최초에 잘못 던져졌는지, 제품에 오류가 있어 고객의 불만족이 있었는지 등등 고객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이해하면서 가설을 세우고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좋은 참고 데이터가 됩니다.
디지털 서비스들은 고객 행동 분석이 상대적으로 용이합니다. 구글 애널리틱스, 앰플리튜드 등의 분석 도구들을 활용해 내 제품, 내 사이트에 들어온 고객들의 행동을 면밀히 분석할 수 있습니다. 어떤 페이지로 흘러가는지, 어느 단계에서 주로 이탈을 하는지, 체류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 볼 수 있습니다. 이탈이 높은 구간이나 주요 흐름에서 막히는 병목 구간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 구간이 어디인지 명확히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히트맵을 확인해 볼 수도 있습니다. 페이지의 몇% 구간까지 스크롤을 내리며 보았는지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고, 클릭 히트맵이나 시선 추적 히트맵을 확인하는 툴들도 있습니다.
오프라인 서비스들은 불가능할까요? 디지털만큼 쉽지는 않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어느 옷 가게에서는 매장 앞을 지나는 사람들의 행동, 시선, 대화를 관찰하면서 디스플레이를 최적화하며 매출을 늘린 사례가 있다는 아티클을 오래 전에 본 기억이 납니다. 요즘에는 AI와 CCTV 등 기술이 발달하면서, 해당 기술을 통해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객 행동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방법론들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또는 오프라인이라고 하더라도 멤버십을 도입하는 등 데이터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볼 수도 있을 겁니다.
"노트북"을 검색하는 사람과 "lg그램 17인치 후기"를 검색하는 사람 중, 노트북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높은 사람은 누구일까요? 100%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아마 후자가 조금 더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여러분의 과거 검색 패턴을 떠올려 보셔도 좋습니다. 구매에 가까울수록 키워드가 조금 더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검색어 진화 패턴의 예
-관심 단계: "노트북"
-탐색 단계: "사무용 노트북 추천"
-비교 단계: "LG그램 vs 맥북에어"
-결정 단계: "LG그램 17인치 후기"
-구매 단계: "LG그램 17인치 최저가"
구매 전후에 고객은 정보 탐색의 단계를 거치기도 합니다. 즉 검색어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고객에 대한 이해도를 조금 더 높일 수 있습니다. 고객이 탐색하는 키워드 흐름을 알면, 어떤 키워드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작성해야 할지, 또는 어떤 키워드를 활용해 검색 광고를 셋팅해야 할지, 또는 커뮤니티 활동이 필요한지 여부도 세세하게 결정할 수 있습니다.
리스닝 마인드와 같은 유료 서비스는 편리하고 구조화된 분석을 제공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자동완성 검색어나 연관검색어, 네이버 스마트블록 키워드들을 분석하면서 내 서비스 또는 내 서비스가 속한 카테고리의 일반 키워드에 대한 고객의 관심의 흐름을 추적해 볼 수 있습니다. 관련된 키워드들을 계속 타고 가면서 패턴을 발견할 수도 있고, 패턴이 보이지 않더라도 어떤 키워드들에 관심이 많은지를 파악해 콘텐츠를 시딩하거나 상세 페이지를 만들어갈 수도 있겠습니다.
검색 결과를 잘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특히 네이버의 경우에는 사용자의 검색 의도에 따라 검색 결과의 블록 구성이 다릅니다. 검색 이용자들의 검색 행동 분석을 통해 네이버에서 자체적으로 화면 구성을 달리해주는데요. 만일 검색 컬렉션에서 이미지가 앞쪽에 있다면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해당 키워드를 검색하는 유저들에게는 시각적인 정보가 더 중요한 키워드라는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만일 지식iN이 앞선다면 정보 탐색 유저가 조금 더 많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고, 블로그가 앞선다면 실제 경험담이 중요한 키워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광고 데이터, 고객 행동, 검색 데이터 등을 간단하게 소개해 드렸습니다. 어찌 보면 고객이 의도적으로 직접 남긴 흔적은 아니고, 간접적으로 본인도 모르게 남기는 흔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1) 광고 데이터: 고객의 첫인상과 기대치 파악, 제품 내에서의 경험
2) 행동 데이터: 실제 경험에서 병목과 불만 지점
3) 검색 데이터: 진짜 관심사, 구매 여정에서의 단계
각 데이터를 통한 구체적인 활용의 실제 사례를 다 설명해 드리지 못해 아쉽지만, 각자의 상황에서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고 여러분만의 사례를 만들어보시길 바랍니다. 고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들이니 적극적으로 시도하며 활용하시길 권장합니다.
다음 편에는 고객이 스스로 직접 본인에 대해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청취하는 방법들에 대해 소개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