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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세분화의 기술

막연한 ‘고객’ 말고, 구체적인 커뮤니케이션 상대를 설정하는 질문들

by 황승욱


"고객"은 크고 추상적인 단위. 세분화해 보자!

고객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떤 분들은 "페르소나"를 떠올리셨을 겁니다. 페르소나는 우리 서비스의 고객 특징을 대표할 수 있는 가상 고객의 프로필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다시 말해 내 비즈니스에서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고객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입니다. 마케팅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항상 다뤄지는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마케팅 10년 하면서 페르소나 그려본 적 한 번도 없습니다. 그게 뭐 자랑은 아니겠습니다마는, 그럼에도 그럭저럭 성과를 내왔던 거 보면 성공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페르소나보다는 시장 단위로 생각합니다. 페르소나는 특정 1명의 인물의 구체적인 프로필인데요. 같은 서비스를 쓰더라도 고객의 세부적인 성향이나 라이프스타일은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재밌는 OTT(또는 TV)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보면, 다른 사람은 어떻게 봤는지 궁금해서 인터넷에 후기를 찾아봅니다. 커뮤니티에도 들어가 보고요. 거의 항상 공통적인 패턴이 관찰됩니다. 같은 프로그램을 좋아해서 봤는데도 그걸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성향과 의견은 다 제각각이더라고요. 동일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여러 고객의 군상이 저마다 다른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굳이 페르소나처럼 구체적인 고객의 상을 그리는 것이 그렇게나 필요한가 싶은 것이죠. (물론 몰라도 되는 개념은 아니어서, 뒤에서 짧게 한 챕터 다룰 예정이긴 합니다.)


제안하는 방법은, 고객이라는 크고 추상적인 단위를 조금 더 세분화해 보는 겁니다. 고객을 하나의 큰 그룹이라고 할 때, 그 고객 그룹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어떤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나요? 에 대한 답을 해보는 것이죠. 이건 정답이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내가 보는 기준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겁니다.


예시 : 아직 고객이 아닌 그룹, 잠재고객

예를 들면 아직 고객이 아닌 그룹과 이미 고객인 그룹을 나눌 수 있겠습니다. 이 2개 그룹을 또 한 번의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겠습니다. 아직 고객이 아닌 그룹은, 고객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기준으로 나누어 볼 수 있겠습니다. 아니면 내 비즈니스를 알고 있는지에 따라서도 나누어 볼 수 있겠네요. 아니면 우리 고객이었었는데 뭔가 불만족함을 느끼고 이탈한 고객인지 아닌지도 기준을 삼아볼 수 있겠습니다. 아니면 내가 속한 비즈니스 카테고리에 관심이 있냐 없냐에 따라서도 나눠 볼 수 있겠습니다.


Brainstorm Alone (1).jpeg 고객 분류의 예 1


예시 : 이미 고객인 그룹을 나누는 기준

현재 우리 고객인 그룹은 어떤 기준들로 나누어 볼 수 있을까요? 이제 막 고객이 된 신규 고객이냐 아니면 기존 고객이냐로 나누어 볼 수 있겠습니다. 신규 고객이라면 어떤 경로로 우리 가입했는지에 따라서 분류해 볼 수 있겠네요. 기존 고객이라면 나의 서비스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 만족도를 기준으로도 분류해 볼 수 있겠습니다. 신규/기존 분류가 아니라 내 서비스에 어느 정도 관여하고 있는지의 정도에 따라 분류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가입만 했는지, 장바구니에만 담았는지, 앱 설치만 했는지, 유료 제품 구매까지 이어졌는지, 유료 제품 구매 후 재구매도 이루어지고 있는지 등에 따라 나누어 볼 수 있겠네요.


Brainstorm Alone.jpeg 고객 분류의 예 2


여러 기준으로 한 번 고객을 퍼즐 맞추듯이 쪼개고 묶어 보며 분류해 보면서, 어디를 채워야 하고 어디를 비워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아직 감이 잡히지 않으신다면, 제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거나 컨설팅했던 사례를 몇 가지 각색해서 소개해 볼게요. 여러분도 문제 상황을 보시면서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예제라고 생각하시고 함께 고민해 보셔도 재미있을 거 같아요.



상황 제시 : 3개월 된 카페의 고민. 나라면 어떻게 할까?

문제 상황

카페를 오픈하고 3개월이 지났다. 3개월 정도 손님을 맞이하다 보니 방문하는 고객의 70% 정도는 거의 항상 오던 고객만 온다. 매출을 더 늘리고자 한다면 어떤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을까?


카페에 오시는 분들의 70%가 기존 고객의 재방문으로 채워지는 건 좋은 걸까요, 나쁜 걸까요? 제 생각에는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르긴 합니다. 한 번 오시면 70% 확률로 다시 온다고 하니 아마 커피의 맛이든 카페의 분위기든 만족도는 높은 편이라고 봐도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좋은 신호라고 볼 수 있겠네요. 하지만 매출을 더 늘려 가고 싶다면 한계가 있습니다. 새로운 고객이 자꾸 찾아주어야 전체 판매량을 유지하면서 돈을 벌 수 있을 텐데, 신규 고객이 오는 비율은 계속 줄어드는 상황과 마찬가지니까요. 그렇다면 어떤 방법들을 시도해 볼 수 있을까요? 정답은 없습니다.


가능한 선택지

1) 한 번 오기만 하면 만족도는 높은 셈이니,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걸 목적으로 한다.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로 확실히 방향을 정한다면, 관련한 아이디어들도 다양하게 세워볼 수 있겠죠. 기존 고객들의 만족도는 높으니, 자주 찾아 주시는 고객분들께 "직장 동료와 와서 함께 시키면 쿠키를 무료로 드려요."라거나 "적립 포인트를 2배로 드려요."라는 이벤트 등을 해볼 수도 있겠네요. 아니면 주변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서 재미난 행사를 기획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직장인들이 많은 지역이라면, 퇴근 시간에 자기 계발이나 부업과 관련된 연사를 초청한 세미나를 무료로 열고 커피를 맛보게 하는 모객을 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실행안은 어디까지나 예시 차원에서 설명해 보는 것이니 가볍게 넘어가고요. 중요한 건 "신규 고객 확보"라는 목적을 찍어두고, 그 전략하에서 더 다양한 기획을 가지 뻗어가듯 아이데이션하고 실행하는 "구조적 사고"입니다.


2) 만일 매장의 위치상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게 어려운 상황에서 고민해 볼 수 있는 3가지 방향성.


일단은 주거 지역이라면 생각보다 주민들이 매장의 존재를 모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가정하는 겁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실제로 이런 일은 매우 자주 있습니다. 매장을 열고 1년이 지났는데, "우리 동네 이런 곳이 있었구나." 라거나 "최근에 열었나?"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근처 주거지역으로 전단지를 돌려보거나 매장을 더 홍보해 보는 것이죠.


다른 방법은 객단가를 높이는 겁니다. 갑자기 물건 값을 올리라는 것은 아닙니다. 커피를 사는 분께 쿠키를 제안해 볼 수도 있고, 원두나 우유의 퀄리티를 높이는 과정을 담은 스토리를 쌓아가면서 점진적으로 단가를 올려보는 시도를 해보는 것입니다. 이 객단가에 대해서는 책의 후반부에 한 번 더 자세히 이야기하는 장을 마련하겠습니다.


세 번째로는, 이웃 상권들과 협력하는 방식을 고려해 보는 겁니다. 주변에 미용실이 있거나 음식점이 있다면 서로 콜라보를 해보는 것이죠. 겹치는 고객들도 있겠지만, 미용실이나 음식점은 찾는데 카페는 오지 않는 고객들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반대로 미용실과 음식점 입장에서도 카페는 가지만 미용실과 음식점에 오지 않는 고객들도 있을 거예요. 그러면, 미용실에서 소개받고 온 고객에게 가벼운 혜택을 주는 식의 협력을 추진해 보는 것도 방법이 되겠지요.


역시나 이 글에서 중요하게 설명하고자 하는 건 세부적인 아이디어는 아니라는 말씀을 다시 드립니다. "신규 고객 확보"가 어려울 때, "객단가를 높일 것인지", "그럼에도 아직 남아있는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 더 주력할지" 전략 방향을 설정하고 실행하는 "구조적 사고"입니다.



막연한 '고객' 말고, 구체적인 커뮤니케이션 상대를 정하라!

이번에는 조금 상황을 각색한 실화 기반 사례를 더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는 광고비를 더 써서 이제 신규 고객을 데리고 오겠다!"

김코치 대표님은 온라인에서 상담 서비스를 운영합니다. 주로 고민 많은 리더분들이 리더십 상담을 요청하는데요. 김코치님의 코칭과 상담에 대한 참여자분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창업하고 1년 동안 재계약률이 90%에 달했습니다. 김코치 대표님은 이 재구매율이 서비스의 높은 퀄리티를 보여주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재계약률이 이렇게 좋으니, 신규 고객을 더 받으면 회사를 더 키울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었습니다. 10명이 계약하고 9명이 남는데, 만일 10명이 아니라 100명의 고객을 만든다면? 90명의 고객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본 것이지요. 물론 너무 단순해 보일 수 있습니다. 신규 고객의 규모를 키우면서 이 퍼센티지가 유지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하지만 고객이 늘어나도 서비스 퀄리티를 유지한다면, 현재의 경향성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실험을 해보기로 의사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신규고객은 잘 들어오는데, 재구매로 이어지지 못하네... 고객 관계를 구축해 보자!"

온라인으로 간식류를 판매하는 박끄적 대표님. 트렌디하고 재미난 컨셉으로 광고를 돌려서 좋은 성과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넥스트 스텝을 위해 데이터를 분석하던 중에, 간식을 한 번 구매한 고객분들이 재구매까지 이어지는 비율이 매우 낮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10건의 구매가 일어나면, 9건은 신규 구매고 1건이 재구매인 셈입니다. 광고를 돌렸을 때 폭발적으로 매출이 늘기는 하지만 그 시점에 잠깐 반짝할 뿐이었습니다. 결국은 광고가 마중물 역할을 하고, 그 이후 재구매와 고객 간의 자발적인 추천이 계속 발생하고 이어져야 사업이 비용효율적으로 운영될 텐데요. 그래서 기존 고객의 구매를 높이기 위해 고민 중입니다. 왜 1번만 사 먹고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을지, 맛이 문제인지, 아니면 광고 이후에 다시 간식을 떠올리게 하는 트리거가 부족한 것인지, 가격의 문제인지 등등 여러 가지 가설을 두고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아직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전략적으로 잘 접근하고 있는 사례들입니다. 비즈니스의 상황을 잘 진단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겠다가 명확해졌기 때문입니다. 아무 방향성 없이 그냥 '매출 내야 하니까 광고 돌리자, 광고 돌렸는데 왜 성과 안 나오지?'하며 갸우뚱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접근입니다.



주의! 버드라이트의 실패에서 배우는 교훈

버드라이트 미국 최대 맥주 브랜드입니다. 2023년에 이 브랜드에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일어났고, 결국 매출이 전년 대비 17% 감소하게 되었습니다. 20년 이상 유지하던 1위 타이틀을 놓치고, 시장점유율 3위까지 떨어지는 일이 발생했는데요. 마케팅에서의 실패가 결정적인 원인이었습니다.


브랜드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MZ세대를 더 고객으로 끌어오고 싶었던 버드라이트는 틱톡에서 영향력 있는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를 섭외해 마케팅을 진행했는데요. 이게 기존 충성고객층에게 알려지자 엄청난 불매운동으로 번졌습니다. 기존 주력 소비층은 보수적인 고객이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대응도 문제였습니다. 불매 운동이 일어나자, 마케팅 책임자를 교체했는데요. 결국 애초에 끌어들이고자 했던 고객층의 기대까지 배반하게 된 셈이어서, 양쪽 모두에게 신뢰를 잃게 된 셈입니다.


신규 고객층을 확보하겠다는 판단 그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필요한 일이었을 수 있어요. 다만 이 전환이 기존 고객층이 가진 기대와 양극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했던 게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젊은 층의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실행 방안 또한 극단적이었어요. 미국 내에서는 PC주의에 대한 피로감이 상당히 쌓이고 있던 시점이라, 논쟁적인 컨셉을 선택해 리스크를 자초한 것과도 다름없었습니다. 신규 고객에 대한 이해, 전략적 판단, 기존 고객의 성향에 대한 고려가 골고루 부족했던 캠페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외에 실패 사례는 너무 많아서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될 거 같습니다. 이를테면 "남녀노소 누구나~"라는 문구로 모든 고객을 다 잡으려는 서비스들이 대표적일 겁니다. 안 좋은 사례로 실제 브랜드를 많이 언급하기는 조심스럽네요. "우리 제품은 A도 할 수 있어요, B도 할 수 있어요..."식 구성의 메시지를 던지는 곳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물론 이게 언제나 나쁜 접근은 아닙니다. 전략적으로 이런 메시지 전달이 필요한 시기와 상황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많은 장점과 정보를 담고 싶어 하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정말 짧은 지면에, "우리 서비스는 외국인들도 쓰니, 영어도 함께 넣자. 우리 제품의 강점은 10개 정도 되는데 5개는 넣어보자." 이게 대표님들과 마케팅 담당자들의 마음입니다. 그럴수록 우리가 말을 건네려고 하는 고객은 어떤 사람들인지 놓치게 되고, 결국 애매모호한 타겟팅에 내 할 말만 하는 마케팅 전략이 완성됩니다.



지금 여러분의 마케팅은 어느 고객을 향하고 있나요?

비즈니스의 상황, 목표에 따라 어느 고객층에 집중할지 결정하고, 이 상위 방향이 결정되면 그 목표 달성을 위해 하위 구조를 생각하면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고민 없이 다짜고짜 그로스, 다짜고짜 릴스, 다짜고짜 인플루언서, 다짜고짜 옥외광고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신규 사장님을 더 확보해야 하니까, 단순히 릴스나 숏폼 돌리는 거보다는 사장님들의 네트워크를 파고 들어가야겠다."

"기존 고객이 제품을 더 많이, 계속 이용해 주는 게 지금 비즈니스 상황에 더 좋다. 그러니 당분간은 신규 광고 비율을 100에서 60으로 줄이고, 40 정도를 기존 고객을 분석하고 그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데 투자해야겠다."


이와 같은 방향을 찍는 것이죠. 는 기존 고객 중에도, 관심은 표현했는데 구매까지 이어지지 않은 고객 규모가 적지 않다면 이 지점을 먼저 해결하겠다는 결정을 할 수도 있습니다. 비즈니스의 필요에 맞게 내가 말을 건넬 고객 그룹을 먼저 명확하게 설정한 다음, 각 고객의 특성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겁니다. 이런 사람들은 어디에 있을까, 어떤 생각을 할까, 어떤 가치관을 따르고 있을까, 어떤 고민을 하고 있고, 어떤 솔루션을 기대하고 있을까 등등을요. 그리고 그 고민한 내용을 가설 삼아 다양한 실행을 작게 작게 던지며 반응을 살펴보며 실행 방안들을 최적화하게 되는 것이죠.


지금 여러분의 마케팅은 어느 고객을 향하고 있나요? 분명한 화살표가 없었다면 위에 제시한 기준으로라도 고객을 분류해 보고, 실행 전략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그려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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