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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도 실패했던 이야기 : 고객을 안다는 착각

여러분이 말을 걸고 있는 사람은, 정말 여러분의 고객이 맞나요?

by 황승욱

Who : 누구에게 말을 건네고 있는가

앞서 소개한 커뮤니케이션 모델로서의 마케팅에서 가장 먼저 다루고자 하는 요소는 "고객"입니다. 고객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은 누구나 들어봤을 텐데요. 사업을 하다 보면 이 기본을 놓치는 일이 아~주 자주 생깁니다. 여러 가지 고민할 게 많다 보니 눈이 흐려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하거나, 만났던 사장님들의 실제 예를 각색해서 소개해 볼게요.


사례 1 : 나한테 이런 광고가 도대체 왜 나와?

아내와 같이 영상을 보기 위해 핸드폰을 열었던 '달수'. 페이지가 넘어가고 갑자기 당황스러운 광고가 보인다. "외로운 30대 모여라~" 블라블라하는 광고가 조금 민망한 이미지와 함께 뜬 것이다. 달수는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죄지은 것도 없이 죄지은 느낌이 들었다.


그냥 넘어가나 싶었는데 아내가 한마디 한다. "여보. 이상한 것 좀 보지 마."

억울하다. 그런 거 아닌데...


혹시 인터넷을 하시다가 "도대체 이런 광고가 나한테 왜 뜨지?" 싶은 광고 보신 적 없으신가요? 물론 광고 기술들이 아주 많이 발달해서 대부분은 내가 봤던 것들이나 관심 있는 분야의 서비스들이 보이긴 합니다. 그런데 가끔 정말 알 수 없는 광고들이 뜨는 경우가 있어요. 소위 말하는 '타겟팅'이 잘못된 거죠. 저한테도 결혼정보회사 광고가 종종 떠요. 결혼한 지 9년 차에 곧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아들이 있는데 말이죠. 비슷한 관심사라고 분류될 수 있을 만한 활동을 모바일에서 하지도 않습니다. 참 민망한 일입니다.


저 결혼한지 10년 다 되어 가는데요...





사례 2 : 오프라인 매장이지만 전국구 광고를 돌리면 전국 각지에 찾아올 거야!

지방의 작은 구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포실'. 그는 자신의 전문성에 대해 매우 강한 자부심이 있다. 어쩌다 가끔 타지역에 사시는 손님들이 찾아오시는데, 이건 분명 우리 매장의 강점이 전국구 단위로 소구 되는 것일 테다! 야심 차게 광고비를 집행하며 릴스, 숏츠, 인플루언서 광고를 시작했지만, 결과가 신통치 못해 의아할 따름이다.


대행사를 탓하며 개선점을 지시한다. "콘텐츠가 좀 약한 거 같아요."

물고기 없는 곳에 낚싯대를 던지는 것 같은데..


예외적인 손님들이 더 기억에 잘 남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분들이 매장 방문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음에도 마케팅의 방향이 잘 못 잡히는 것이죠. 고객들이 위치의 편리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업종인데, 고객과 그 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잘못된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사례는 꽤 많습니다.




사례 3 : 글로벌 기업이라고 다르지 않더라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글로벌 대기업 '달다방'. 저녁 시간대 매출을 높여보고자 와인, 맥주 등의 주류 및 간단한 음식을 제공하는 이브닝 서비스를 개시했다. 기존 브랜드의 컨셉을 지키는 확장성이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커피를 즐기러 오는 고객들의 니즈와 라이프스타일에 맞지 않았던 걸까. 잠깐 반응은 좋았지만, 애쓴 만큼 효과가 없다. 결국 서비스는 종료되고 말았다.


당시에 카페에 오던 고객들의 반응은 이랬다. "여기가 카페야? 바야? 레스토랑이야?"


위 사례는 스타벅스에서 시도했던 '이브닝 서비스'의 실제 사례를 조금 각색해 표현한 내용입니다. 글로벌 기업도 이런 실패를 하네요.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건 뭘까요? 네, 고객에게 제대로 다가가기란 사실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죠. 달성해야 할 목표, 지금 맞닥뜨리고 있는 어려움, 극복해야 하는 현실, 나의 편향과 내 업에 대한 객관적이지 못한 애정 등등. 이런 것들이 고객에게 다가가는 장애물이 되기도 합니다.



물고기 없는 곳에 낚싯대를 던지는 거 같은데...



"고객"이 중요한 이유,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

고객이 있는 곳에 말을 걸어야 합니다. 이걸 꼭 기억하고 명심해야 합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내 서비스는 MZ 직장인 향인데 대표님들이 볼만한 지면에 광고를 때리면, "대표님~, 식사는 잡솼어?"하는 것처럼 이상한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겁니다. (유사 사례 : 주문하신 아이스 아메리카노 나오셨어요.) (또는 축구장에 농구공 들고 가는 셈) (또는 방어를 잡아야 하는데 붕어 미끼 사용하는 셈)


내 제품, 내 서비스를 이용할 만한 사람은 누구일까? 어디에 있을까? 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 사람들이 내 서비스, 내 제품을 이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돈 주고 이용하는 걸까? 까지도 생각해 나가는 게 좋습니다. 단순히 "이거 진짜 좋은 제품이니까 어떻게든 알리기만 하면 고객들이 생겨날 거야."라고 생각하면 너무 공급자적인 생각입니다. 당연한 얘기 같죠? 결코 당연한 이야기 아닙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만드는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 비전에 엄청 빠져있습니다. 이거 알리기만 하면, 써보기만 하면 고객들은 저절로 더 많아질 거야. 스스로에게 애정이 너무 많습니다. 고객은 누구이고, 고객에게도 정말 그런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봐야 합니다.


"고객이 왜 이 제품을 써야 하나요?"

"이 제품을 쓰는 고객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경쟁 업체가 있는데 고객들이 이걸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와 같은 물음에 정리된 대답을 하는 사람을 저는 단 한 명도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앞으로 몇 편에 걸쳐 이어지는 글들은 "고객"을 메인 키워드로 펼쳐질 것인데요. 결코 자기도취하거나 과신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다 아는 얘기이지만 사실 제대로 모르는 거 같으니 따라가 보자 하는 마음으로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고객을 이해하고 실행 전략으로 풀어내는 방법에 대해 다시 정비하는 기회로 삼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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