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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달 방식을 바꾸면 반응이 달라진다

메시지 전달력을 높이고 싶다면 필독!

by 황승욱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예요...?"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도대체 저 사람이 하고자 하는 말이 뭘까?'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또는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이야기할 때, 가끔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의 요지가 이해되지 않는 경험을 해보셨을 겁니다. 열심히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아~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건가 보다!' 대충 감을 잡을 수는 있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주는 상대방을 만나기 쉽지 않다는 겁니다.


이제 나의 위치를 '듣는 사람'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으로 두고 생각해 봅시다.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회사의 미팅에서, 여러분의 이야기는 명료하고 이해하기 쉽게 전달되는 편인가요? 누군가는 내가 하는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20XX년도의 마케팅 전략을 경영진에게 공유하는 자리였습니다. 많이 고민하고 자료로 만들어 공유하는데, 대표님 표정이 너무 좋지 않더라고요. 눈치 보면서 끝까지 이야기하긴 했습니다. 다 끝나고 나서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핵심은 "뭘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였어요.


마케팅팀의 직속 C레벨이자 부사장이셨던 분이 나서 주셔서 미팅이 일단락되기는 했습니다. 미팅이 끝나고 부사장님이 따로 저에게 피드백을 주셨어요. "대표님이 궁금해하는 이야기가 네 자료에 다 있어. 그런데 전달하는 방식을 다시 고민해 보면 좋겠어. 자료 수정하고 대표님한테 공유하기 전에 나랑 먼저 더 이야기하자."


대표님과 부사장님의 피드백을 받고 자료를 다시 다듬어 준비했습니다. 다행히 최종 공유 자리에서는 모두가 만족스럽게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최종본 자료는 사실 첫 자료와 크게 다른 내용이 없었습니다. 즉, 공유의 핵심이 되는 "what" 은 똑같았어요. 전달하는 방식에 변화를 주었을 뿐입니다.


이 매거진북은 마케팅도 커뮤니케이션이다라는 걸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마케팅에서도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고객에게 남기고 싶은 단 하나의 메시지, 즉 "what-to-say"를 우선 명확하게 도출했다면, 그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how-to-say"를 고민할 차례입니다. 같은 메시지여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고객의 반응이 명확하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제 사례처럼요.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정확하게는 우리말샘에 "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르다"라는 말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같은 내용의 이야기라도 이렇게 말하여 다르고 저렇게 말하여 다르다는 말"을 표현하는 속담입니다. 우리 조상님들은 이미 How-to-say 의 중요성을 삶에서 미리 터득하고 아시고 계셨던 거 같습니다.


중요한 말일수록 메시지 그 자체 못지않게 전달하는 방식에도 신경을 쓸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거나, 배려하지 않은 채 전달하면 아무런 효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하잖아요.


그렇다면 마케팅 메시지에서 How-to-say를 두고 생각해야 하는 요소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메시지를 담는 그릇으로서의 포맷, 메시지의 톤앤 매너 등이 있을 겁니다. 또 광고 메시지를 구성하는 구성 요소들도 있습니다. 언어적 요소(광고 카피 등의 텍스트), 시각적 요소(오브젝트, 색감, 디자인 스타일, 레이아웃) 과 행동을 유도하는 CTA(Call To Action) 등입니다. 각각의 요소들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마케팅 효율이 달라지는 것을 저는 많이 실감했습니다.




광고 메시지 구성 요소에 대한 실험

언젠가부터 많은 사람들이 "퍼포먼스 마케팅은 죽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난이도가 많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하는 곳들은 잘합니다. 이제 퍼포먼스 마케팅 매체들은 대부분 인공지능을 통한 머신러닝이 도입되어 있는데요. 그렇다보니 상대적으로 광고 소재, 크리에이티브의 영향력이 더 중요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광고 소재의 구성요소는 정말 다양해서 실험할 것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똑같은 핵심 메시지를 두고도 다양한 텍스트로 풀어낼 수 있습니다. 당장 chatGPT나 Claude 만 돌려도 기본 메시지 틀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문구들을 수십 개 뽑아낼 수 있습니다. 아래는 제가 제한적인 정보만 주고 다양한 스타일의 문구를 뽑아달라고 GPT에 주문한 결과들입니다. (숫자들은 임의로 넣었습니다.)


“안 받으면 손해예요. 놓친 환급금, 지금이라도 돌려받으세요.”

“이미 132만 명이 환급받았습니다. 당신 차례예요.”

“6월 안에 신청 안 하면, 1년 기다려야 해요.”

“직접 하면 최대 3시간, OO로 하면 단 3분. 무엇을 선택하시겠어요?”

“평균 41만 원, 세금이 아니라 당신의 돈입니다.”

“클릭 한 번이면 통장에 돈이 들어옵니다.”

“나도 환급 대상일까? 30초 안에 확인해 보세요.”

“작년엔 평균 42만 원 돌려받았어요. 당신은 얼마나?”

“3월에 세금 냈죠? 지금은 돌려받을 차례예요.”

“OO씨는 1분 만에 39만 원을 돌려받았습니다. 당신은요?”


텍스트뿐만 아닙니다. 텍스트와 결합한 색감, 디자인, 오브젝트 조합도 실험해 볼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실사 이미지를 쓰느냐, 일러스트를 쓰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내기도 합니다. 모델이 있다면 모델을 쓰느냐 그렇지 않느냐도 달라지고요. 모델의 포즈 중에서도 특별히 고객들의 주목을 이끌어 반응을 만들어내는 포즈를 발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1917년 제1차 세계 대전 당시의 모병 포스터, 간결한 문장과 독자를 가리키는 강렬한 포즈로 강력한 징병 효과를 나타냈습니다. 아직까지 전설적이고 성공적인 디자인으로 회자됩니다.


색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똑같은 디자인에 색깔만 바꿔도 유의미한 클릭률 차이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어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빨간색을 활용할 때 클릭률이 높아진다고도 합니다. (이건 일반화할 수 없는데요. 추후에 "where"을 다루는 장에서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레이아웃에 따라서도 고객의 가독성과 주목도가 달라지고, 이게 반응의 차이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어떤 광고소재들은 고객의 시선을 고려하지 않고 중구난방으로 배치하기도 해요. 생각보다 꽤 이런 소재들이 많습니다. 좋은 효과를 내기 힘들어요.


메시지 스타일, 색상, 디자인 스타일, 일러스트, 오브젝트의 활용, 레이아웃. 이렇게만 생각해도 정말 많은 요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각 요소마다 변주를 줄 수 있는 것들도 상당히 많다는 걸 고려하면, 광고 소재 실험은 끝도 없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팅의 시대는 끝났다고 하기 전에, 효과를 낼 수 있는 소재를 찾아 실행하는 게 우선입니다.


삼쩜삼도 정말 많은 소재 실험을 했습니다. 마케팅 초기에는 지금보다 디자인 완성도는 떨어졌었습니다. 내부 BX디자이너의 의견으로 브랜드 톤을 잡은(소위 말해서 디자인 퀄리티를 높인) 버전의 소재와 랜딩페이지, 그렇지 않고 직관적인 디자인(소위 말해서 짜친)의 소재와 랜딩페이지를 각각 활용해 실험한 적도 있었는데요. 같은 메시지에 디자인 차이만 주었을 뿐인데, 광고 효율은 10배 가량 차이가 났습니다. 직관적인 디자인의 효율이 더 좋았어요.


요즘 "브랜딩"이라는 단어가 무게감 있게 받아들여진다고 체감하는데요. 아직 작은 규모의 사업체, 스타트업을 하시면서도 "브랜딩"을 많이 신경을 쓰십니다. 저는 지나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작은 규모라면 일단 먼저 생존해야 해요. 이미 성공한 기업, 큰 기업들처럼 "브랜딩"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효과적인 how-to-say 의 발견을 저해하는 행위가 됩니다. 큰 기업의 어법이 있고, 작은 기업의 어법이 있어요. 아직 작은 기업에서 기업의 규모를 보지 못하고 "성공 사례"에만 집중해 큰 기업의 어법을 따르려고 한다면 회사의 생존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위에서는 퍼포먼스 마케팅 사례로 말씀을 드리긴 했지만, 퍼포먼스 마케팅에서만 적용 가능한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TVC에서도 고려해야 하고요. Organic Contents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유심히 살펴본 사례가 하나 있는데요. 롱블랙의 인스타그램 계정입니다. 롱블랙은 2023년 말을 기점으로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콘텐츠의 디자인 스타일을 한 번 개편했는데요. 개편 전후로 보이는 평균적인 인게이지먼트(좋아요, 댓글)가 상승한 것으로 보여요.

2023.11.28~2023.12.3 까지의 포스팅. 좋아요는 50개 내외 ~ 240개 내외로 분포


2023.11.28~2023.12.3 까지의 포스팅. 좋아요는 550개 내외 ~ 9950개 내외로 분포. 댓글 개수도 증가함


How-to-say 의 변화를 직관적으로 보여드리고자 몇 개만 캡쳐를 해왔습니다. 계정에 들어가셔서 직접 살펴보시면 그 차이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제가 제3자 입장이라 디자인 스타일의 변화 전후로 별도의 광고를 돌렸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바뀐 디자인에서 가독성과 디자인이 훨씬 좋아졌고, 그게 콘텐츠를 보는 고객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되었을 거라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행동경제학이라는 무기

우리 회사에서 우리가 정한 what-to-say의 효과를 높여주기 위한 How-to-say 를 실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그러려면 다양한 실험군들을 만들어야 하겠죠. 즉 많은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그럴 때 행동경제학의 이론들을 알고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몇 가지는 앞선 장에서도 설명해 드리긴 했지만, 여기서 몇 개의 효과들을 더 보태 함께 소개하고자 합니다.


1) 칵테일 파티 효과

사람들은 수많은 정보 중에서 자신과 관련된 정보에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인다는 걸 설명하는 개념입니다. 칵테일 파티에 갔다고 상상해 볼까요? 사람들이 대화하는 소리와 음악 소리 등, 수많은 소리들이 소음으로 여겨질 겁니다. 그러다가 옆테이블에서 누군가 내 이름을 얘기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 순간 그 테이블을 향해 쫑긋 귀를 기울이며 집중하게 될 겁니다. 그러다 이야기가 끝나고, 다시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들이 소음으로 다가오는데요. 근처에서 내가 최근에 관심있게 읽은 책 이야기를 나누는 게 들렸습니다. 그러면 나는 그 대화에 끼고 싶다는 생각에 그 근처로 발걸음을 옮기게 됩니다.


우리의 뇌는 무의식적으로 나와 관련성이 높은 정보를 필터링하여 의식으로 전달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이런 작용을 마케팅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고객과 관련성을 높이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정보들은 이름, 관심사, 사는 곳, 나이, 고객이 방금 한 행동, 고객이 방금 구매한 제품(콘텐츠) 등이 있을 겁니다. 고객에게 전달할 메시지에 이런 정보들을 활용한다면, 고객의 주목도를 높이고 메시지 전달 효과를 키울 수 있습니다.


커머스에서 고객의 데이터를 참고해 "추천 상품"을 제시하는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데이터와 기술 활용이 어려운 경우라면, 단순히 텍스트에 단어를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반응도를 높일 수 있는데요. 삼쩜삼에서도 단순히 "예상 평균 환급 신청액" 보다, "강남구민 예상 평균환급 신청액" 등으로 지역명을 활용해서 효과를 보기도 했습니다. CRM을 활용해 타겟 메시지를 보낼 때도 마찬가지 입니다. "황승욱님!"하고 이름을 붙여주거나, "결제에 실패하신 고객님" 등으로 상황을 좀 더 특정해주면, 고객이 메시지를 한 번 더 들여다보고 반응할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2) 맥락효과

동일한 정보라도 주변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인식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마케팅에서 맥락효과는 주로 '네이티브 광고'로 발현됩니다. 광고가 해당 매체의 콘텐츠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거부감을 줄이고 수용성을 높이는 것인데요. 유튜브의 광고 중에서도 일반 콘텐츠처럼 제작된 광고들이 좋은 반응을 보이는 것도 맥락효과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광고 매체의 영향을 받는 맥락 효과에 대해서는 "where" 편에서 실제 사례와 함께 좀 더 설명하는 것으로 하고, 여기서는 간단히 넘어가겠습니다.


3) 폰레스토프 효과

독일의 심리학자인 헤드비히 폰 레스토프(Hedwig von Restorff)가 제시한 개념으로, 연구자의 이름을 따서 폰레스토프 효과라고 합니다. 이 실험 내용이 참 재미있는데요. 피실험자들에게 일련의 자극(단어, 숫자, 글자)을 제시하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얼마나 상기해 낼 수 있는지를 묻는 실험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에게 "adfk > diug > ejsl > glsh > 5824 > pdkc" 등의 목록들을 보여주고, 기억나는 걸 떠올려 보라고 했을 때 사람들은 어떤 걸 떠올릴까요? 여러 개의 글자 조합 사이에서 눈에 띈 숫자 조합을 기억해 내는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연구 결과는 사람들이 비슷한 여러 항목 사이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는 것, 독특한 것, 특이성을 주는 자극을 더 쉽게 기억한다는 걸 보여주는데요. 이렇게 들으면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 강조해야 할 것을 강조하고 있느냐, 중요한 것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느냐를 점검해 보면 그렇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광고 소재를 제작하면, 디자인에 치우쳐서 정말 중요하게 강조되어야 할 내용과 보조적인 내용이 뒤바뀌는 경우도 많아요. 글자를 키우거나 하이라이트를 주어서 강조해야 할 부분이 뒤로 빠져 있고, 보조적인 내용이 눈에 띄게 제작된 소재와 랜딩페이지들이 실제로 존재합니다.


영상 소재를 만들 때는, 해당 영상을 고객이 기억할 만한 포인트가 무엇인지 사전 기획 단계에서 철저하게 설계되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명확하게 어떤 요소가 고객에게 임팩트를 줄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모든 것을 강조하고 싶을 수 있는데요, 이런 경우 해당 캠페인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보 수용량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공급자가 강조하는 모든 것들을 고객은 다 기억할 수 없어요. 오히려 하나도 기억하지 못할 겁니다. 아무리 뛰어난 골키퍼라고 하더라도, 축구공이 동시에 2개 이상 날라오면 하나도 막아내지 못할 거예요. 명확하게 하나의 what-to-say를 임팩트 있게 전달하는 게 효과적입니다.


쿠팡의 "로켓배송" 표시는 폰레스토프 효과를 설명하는 훌륭한 사례가 될 수 있겠습니다. 수많은 상품 목록에서 로켓 아이콘과 특별한 색상으로 표시된 로켓배송 상품들이 시선을 끌어 클릭률과 구매 전환율을 높입니다. 배송의 혜택과 특성도 직관적으로 설명하면서요.


삼쩜삼에서는 독특한 오브젝티브를 활용한 효과를 톡톡히 봤는데요. 당시에 카카오 마케팅을 담당하던 동료가 수많은 소재를 만들면서 찾아낸 방식이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일반화되었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카카오 광고에 들어가는 오브젝티브는 다 비슷비슷했어요. 오브젝티브는 광고 문구와 1차적으로 연결 가능한 이미지들을 활용했습니다. 하지만 제 동료는 당시에 일반적인 방법론과 편견을 깨고, text와 연계된 이미지가 아닌, 제품의 가치를 경험한 고객들의 감정과 연계된 이미지들을 활용했고, 그것도 아주 귀엽고 강렬하게 표현하면서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이후 이런 소재를 따라하는 곳들이 정말 많이 생겼어요.


4) 복습 : 손실회피 효과, 앵커링 효과, 디코이 효과, 사회적 증가, 프레이밍 효과

앞서 설명한 효과들이기에 여기서는 복습차원에서만 간단히 보충 하겠습니다.


손실회피 효과 (Loss Aversion)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의 전망 이론에서 등장하는 개념입니다. 사람들은 얻는 기쁨보다 잃는 고통을 더 크게 느낀다고 해요. 10만큼의 이득이 있다고 했을 때 느끼는 기쁨이 10이라면, 똑같이 10만큼의 손실이 있을 때도 10의 슬픔을 느낄 것 같지만 실제로는 20만큼의 슬픔을 느낀다는 것이죠. 마케팅에서 가장 쉽고 흔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놓치면 후회한다." 라거나 "무료 체험 기간 종료까지 3일 남음" 등의 활용은 이제 흔한 메시지가 되었죠. 적절히 활용할 수 있겠으나, 반복될 경우 오히려 피로도가 높아지고, 메시지 자체에 부정적인 단어가 표현되기 때문에 브랜드의 선호도와 지속가능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앵커링 효과 (Anchoring Effect)는 처음 제시된 정보가 이후에 제시되는 정보들을 해석할 때도 기준점으로 작용한다는 원리를 설명합니다. 바로 이 앵커링 효과 때문에 시장을 선점하는 게 중요한 이유, 마케팅 메시지로 브랜드 인지도를 먼저 키워야 하는 이유와도 연관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고객은 먼저 인지한 브랜드를 기준으로 대체제를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디코이 효과 (Decoy Effect)는 덜 매력적인 제3의 선택지를 미끼(Decoy)로 던져서, 특정 옵션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유도하는 데 활용됩니다. 주로 요금제 선택을 유도할 때, 의도한 패키지 상품을 선택하게 만들도록 활용합니다.


사회적 증거 (Social Proof)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따라가는 경향을 설명합니다. 아무 정보가 없는 상품을 선택하기보다는 사회적으로 그 권위나 효과 등이 인정된 상품을 선택하기 쉽다는 말인데요. 리뷰가 없는 상품보다 리뷰가 많은 상품을 주문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사회적 증거는 단순히 "100만 명이 선택한"과 같이 숫자적 규모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소수라고 하더라도 다른 고객의 정성적인 사례와 후기가 있는 경우에도 효과를 볼 수 있고, 단 1명의 증거라고 하더라도 그가 전문가이거나 유명한 사람일 때도 효과를 냅니다. 심지어는 그가 내 "친구, 지인"이어도 상당한 효과를 지닙니다. 여러 기업들이 친구 초대, 추천인 베네핏 시스템을 활용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프레이밍 효과 (Framing Effect)는 같은 정보라도 어디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고객의 인식에 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설명합니다. "성공률 90%" vs "실패율 10%"는 같은 정보지만 전자가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삼쩜삼을 예로 들면, 환급액을 조회했을 경우 약 30%의 고객에게 환급액이 예상되는데요. 같은 숫자라고 하더라도 이를 30%라고 표현하는 거보다는 3명 중의 1명으로 표현하는 게 더 설득력 있는 수치로 체감되는 것과 같습니다. 요즘에는 가격 허들을 낮추는 데도 활용됩니다. 단품으로 30만 원인 서비스를 6개월 할부를 기준으로 5만 원으로 설명하는 식입니다. 결제에 대한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설명이 충분하지 않으면 고객을 의도적으로 오해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효과들이 있을 텐데요. 이와 같이 행동경제학으로 설명되는 효과들은 일종의 인간의 휴리스틱을 파악하고 활용하는 공통점을 갖습니다. 휴리스틱은 일종의 인간의 편향을 말합니다. 사람의 뇌는 일종의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이미 경험을 통해 형성된 패턴을 활용해 쉽고 빠른 의사결정을 하게 됩니다. 편리함과 신속성이라는 장점이 있는 반면, 판단의 오류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의도적으로 이런 판단 오류를 유도하는 설계에 대해서는 "다크 패턴"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그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마케터의 윤리성과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몇 가지 추가 사례

토스는 기존의 금융 언어를 쉽게 풀어냈습니다. 토스 증권 역시 주식 초보자들이 활용하기 쉬운 버전으로 호평을 받고 많은 이용자를 확보했습니다. 신한은행의 ATM 역시, ATM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의 특성을 고려해 큰 글자와 쉬운 언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신한은행의 ATM 화면은, 수많은 커뮤니티에서 회자 될 정도였는데요. 광고 노출 효과만으로도 상당한 비용 효과가 있지 않았을까 짐작됩니다.


에어비앤비의 사례도 재미있습니다. 에어비앤비는 기존 유저가 친구를 초대하게 함으로써 고객 확장 전략을 펼쳤습니다. 친구를 초대한 기존 유저와 초대를 받고 유입된 유저 모두에게 25달러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설계했었는데요. 이때 친구 초대를 유도하는 메시지 실험을 통해 더 높은 전환율을 얻었습니다.


A : 친구를 초대하고 25달러를 받으세요. (Invite Your Friends, Get 25$.)

B : 친구와 함께 25달러를 공유하세요. (Give Your Friends 25$ to Travel.) 더 높은 전환율



이 연구 결과를 보고, 삼쩜삼에서도 친구초대 메시지를 홍보하는 데 적용했습니다. 기존에는 "친구를 초대하고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받으세요!" 라는 메시지였다면, "친구에게 커피를 선물하세요!"로 메시지를 바꾸었고, 클릭률 기준으로 거의 2배 가까운 상승을 만들어 냈습니다.




지금까지 How-to-say의 중요성과 도움이 될 만한 효과 및 사례들을 몇 가지 설명드렸습니다. 이 장에서 제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질문으로 표현하면, "내가 고객에게 하고자 하는 말이 있는데, 이걸 어떤 식으로 전달하는 게 가장 효과적일까?"를 고민해야 한다는 겁니다. 다른 건 다 부수적인 방법론으로 취급하셔도 좋습니다.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대게는 내가 하고자 하는 말에만 몰두한 나머지, 그 말을 고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마케팅 현황은 어떠신가요? 여러분이 하고자 하는 말의 핵심, 고객이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단 하나의 what-to-say가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전달되고 있나요? 한 번 점검해 보시길 권장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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