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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를 바꾸면 반응이 달라진다

실전 메시지 설계 프레임워크 총정리

by 황승욱

지금까지 우리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모델의 핵심 구성 요소 중에서 고객(who)과 목적(why)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시장을 명확히 하고(who), 시장에서 커뮤니케이션 하고자 하는 이유(why)가 무엇인지 분명해진다면, 자연스럽게 어떤 메시지(what)를 던져야 할지 윤곽이 드러나게 됩니다. 다만 아직은 그 윤곽이 약간 흐릿할 수 있습니다. what-to-say를 정의할 때, "what"에만 꽂히게 된다면 앞서 다룬 who & why 와 연결성이 떨어지는 결과물이 나올 확률이 높아요. 기껏 고객과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마케팅 목표(비즈니스의 목표와 고객의 동기)를 세워두고도 서랍장에 짱박아두는 것과 다름없게 됩니다.


그들은 3/4인치 드릴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3/4인치짜리 구멍을 원한다.
(시어도어 레빗, «마케팅 상상력»)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교수이자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편집자였던 시어도어 레빗(Theodore Levitt)이 그의 책에 인용한 말입니다. 이 말은 이후에 필립 코틀러, 세스 고딘과도 같은 세계적인 마케팅 구루들에게 재인용되면서 지금은 거의 마케팅 격언과도 같은 지위를 누리고 있는데요.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보다 그것이 해결하는 문제와 제공하는 가치가 중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짚어주는 문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서 메시지는 고객을 설득하고 행동으로 유도하는 핵심 도구입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 있더라도 고객이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스스로와의 관련성을 느끼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때로 메시지가 명확하지 않은 메시지에 고객은 혼란스럽기까지 합니다. 결국 브랜드는 선택받지 못합니다.


스포츠 경기로 따지자면, who는 관객입니다. why는 기업 입장에서는 기업이 경기를 해야할 이유이자 고객이 경기를 보러 오는 이유가 됩니다. what은 경기의 가치, 고객이 경기를 보러 와야 하는 이유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행위자, 이를테면 선수이자 선수들의 플레이와도 같습니다. 즉, 메시지는 제품과 고객의 동기를 명확하게 연결하여 "상호 가치 교환 행위"가 완성되도록 하는 데 최전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러므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즉 what-to-say를 고민할 때는 앞서 다룬 who & why 의 연결성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이게 이번 장의 출발점에서 우리가 필수적으로 챙겨야 할 준비물이 되겠습니다.




USP: 당신만의 독특한 가치 제안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 또는 Unique Selling Point 라고도 함)는 로저 리브스(Rosser Reeves)에 의해 대중화된 개념이라고 해요. 로저 리브스는 텔레비전 광고의 개척자로 꼽히는 광고계의 거장이기도 합니다. USP는 소비자에게 강력하고 명확한 한 가지 혜택을 약속하는 마케팅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콜게이트의 "충치를 예방해주는 유일한 치약" 같은 식입니다.


제품과 서비스가 다양해지고 한 카테고리 내에서도 대체재가 많은 시대로 접어들며, USP의 한계를 보완하는 개념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는데요, ESP(Emotional Selling Proposition), UBP(Unique Buying Proposition) 같은 개념들입니다. 이런 개념의 등장은 이제 시장에서는 단순한 기능적 차별화가 아닌 감정, 신념, 경험, 정체성과 연결되는 메시지 설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필요에 따라 나눠서 이해하되, 저는 USP로 모든 개념을 묶어서 설명하겠습니다. 로저 리브스가 USP를 정의할 때 이미 ESP와 UBP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포함하고 있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참고 : 로저 리브스가 USP를 정의하며 제시한 3가지 원칙

1) 명확한 제안 (어떤 점에서 좋은지 혜택을 명확히 할 것)

2) 경쟁사가 제공하지 않는 차별점 (UBP에서 말하는 브랜드의 고유한 가치와 차별점 및 경쟁사 대비 이점을 강조하는 것과 맥이 닿음)

3) 대중을 움직일 수 있는 힘 (고객에게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ESP의 개념과 맥이 닿음)


USP의 개념과 원칙은 이와 같지만, 현장에서 USP를 이렇게 다루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인하우스에서 직접 스스로의 서비스와 제품에서 USP를 뽑아내는 과정이나, 에이전시에서 마케팅 전략을 제안할 때 들고 오는 USP는 일단 공급자 중심적입니다.


제가 에이전시에 있을 때의 일입니다. 한 영어 교육 서비스의 디지털 마케팅에 짧게나마 관여한 적이 있었는데요. USP를 기준으로 광고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보게 되었습니다. 일단 USP가 정말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가격, 서비스의 구성(패키지), AI 등의 기능적 특징 등등... 이 모든 게 정말 다 USP일 수 있겠느냐마는 그건 둘째치고, 기본적으로 공급자적인 언어로 표현된다는 공통점이 있었어요. 이런 현상은 인하우스에서도 똑같이 일어납니다. 제품에 대한 애정 때문일 수도 있겠는데요. 일단은 "제품과 서비스"가 생각의 시발점이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USP를 언급할 때 오해하기 쉬운 현상도 있습니다. 위에 조금 힌트가 있었는데요. USP가 아닌 것을 USP로 착각하는 경우입니다. "편리함, 쉬움, 빠름" 이런 것들은 USP가 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요즘 웬만한 IT 서비스에서는 다 편리함, 쉬움, 빠름을 주장하고 있거든요. 아래는 휴가철을 앞둔 시점을 고려해서 제가 "항공권"이라는 키워드를 네이버에 검색해 본 결과인데요, 참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거의 모든 곳에서 최저가, 초특가, 특가를 똑같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품질이나 훌륭한 서비스는 고객의 기대치이다. 이는 좋은 기업이라면 당연히 실천해야 할 사항이지 당신만의 특징이 아니다. … 그러나 ‘독특한 판매 제안’은 그들이 구매 결정을 내리기 전에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다.

- 앨런 딥, <1페이지 마케팅플랜>


남들 다 하는 걸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이런 접근을 USP 라고 착각하고 거기서 끝나면 안 된다는 것인데요. 고객의 기대치에 따라 당연히 실천해야 할 사항을 USP라고 내세우면, 매력이 떨어지는 메시지로 고객에게 말을 건네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고객의 언어로 말하라: Language Market Fit


‘Language Market Fit(이하 LMF)’은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이제는 널리 알려진 개념입니다. 션 앨리스는 그의 책 Hacking Growth 에서, 제품-시장 적합성(Product Market Fit)과 함께, LMF 개념에 대해서 소개합니다. 즉 시장과 메시지의 적합성을 따져보라는 겁니다.


고객의 언어는 기업 내부자들이 쓰는 언어와는 다릅니다. 예를 들어, ‘AI 기반 자동화 솔루션’이라는 표현보다, ‘매일 1시간을 아껴주는 도구’라는 말이 고객에게 더 강력한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데요. LMF는 바로 이와 같은 고객의 인식 구조에 맞는 언어를 찾아내는 과정입니다. 쉽게 말해, 시장에서 쓰이고 먹히는 표현을 찾는 것이죠. 그래서 USP를 도출한 후에 LMF에 맞춰 메시지를 수정하고 검증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고객 리뷰, 커뮤니티 댓글, 검색 키워드, 고객 인터뷰, SNS 반응 등을 관찰하고, 그 안에서 고객이 쓰는 표현을 그대로 끌어와 메시지로 쓰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앞서 고객에 대해 설명한 장에서 다루었던 삼쩜삼과 스픽의 사례가 이 LMF를 잘 찾아낸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LMF에 대한 실례를 더 찾아보고 싶으시다면, 스마트 스토어에서 관심있는 제품을 검색해 보세요. 그리고 몇 가지 상품들을 클릭해 상세페이지를 훑어보시면 꽤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어떤 곳들은 제품의 전문성과 성능에 대해 너무 자부심을 가진 나머지,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 용어들을 나열하고 있을 거예요. 반대로 잘 팔리는 곳들은 고객이 당면한 문제와 고민, 그 고민에 대한 공감과 해결 방식을 아주 쉬운 스토리로 풀어내고 있을 겁니다.




메시지를 구조화 하는 2가지 프레임워크


명확하고 고객 중심적인 메시지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대표적인 방법들이 있습니다.


1. PAS (Problem – Agitation – Solution)


[문제 제기 → 문제의 심화 → 해결책 제시] 의 구조를 따라 메시지를 도출하는 방법입니다. 고객이 겪고 있는 문제나 고통에 공감하고, 증폭시킨 후에 해결책을 제시해 설득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문제] “매일 야근, 업무가 왜 이렇게 많은 걸까?”

[심화] “집에 돌아가면 지쳐서 아무것도 못 하고, 주말은 밀린 일 때문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반복되는 단순 업무가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정작 내 커리어는 제자리걸음이고. 이러려고 일하는 걸까.”

[해결] “OOO는 반복되는 업무를 자동화해 드립니다. 퇴근 시간을 되찾고, 성장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드릴게요.”


2. FAB (Feature – Advantage – Benefit)


[기능 → 장점 → 혜택]의 구조를 따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기능] "당사의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은 외부 소음을 95% 차단합니다."

[장점]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고요한 공간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혜택] "집중력을 높여 야근이 줄어들고 저녁이 여유로워 집니다."


막상 실습하려고 해보면 장점과 혜택의 구분이 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무슨 차이인가 싶은 생각이 드는 건데요. 장점은 기능으로부터 누릴 수 있는 즉각적인 이점이나 우위이고, 혜택은 삶에 미치는 변화와 만족감에 가깝습니다. 조금 더 쉽게 이해하자면, 장점은 경쟁사 대비 기능적 우위를, 혜택은 고객이 실제로 누리는 감정적이고 실질적인 이익을 가리킨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참고 : FAB 이해하기

기능 = 이 제품은 어떤 기능적 특징이 있지?

장점 = 그 기능을 쓰면 뭐가 좋은 거지?

혜택 = 그 장점이 내 삶에 어떤 도움이 되고 의미가 있지?




메시지는 계속 변해야 한다.


메시지는 기획 단계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실행과 테스트를 통해 다듬어집니다. 어떨 때는 획기적으로 다르게 바뀔 수 있고, 어떨 때는 점진적으로 계속 변해갑니다. 특히나 모바일에서는 고객 반응과 변화가 즉각적으로 느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고객의 반응에 따라 메시지 변화도 필연적으로 따라옵니다.


또 IMC 관점이 항상 유효하지도 않습니다. 모든 마케팅 캠페인을 통합하는 key message가 항상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key message를 세우더라도, 정작 바로 세일즈를 만들어 내야 하는 퍼포먼스 마케팅 영역에서 광고 효율이 나오지 않는다면, 브랜드 목적의 광고와 전환 목적의 광고 메시지의 결을 다르게 두는 유연함도 필요합니다.


각기 다른 고객군에게, 각기 다른 채널에서, 그에 맞는 언어와 문장을 실험하고, 데이터를 통해 검증해 가는 실행력이 메시지 전략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성공하는 브랜드들은 모두 자신만의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애플은 아이팟이라는 기술적 혁신을, 기술 용어가 아닌 '주머니 속의 1,000곡' 이라는 단순명료하면서도 시장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로 표현했습니다. 치킨 업계는 단순히 "바삭하고 맛있는 치킨"이라는 일반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대신, 주력 상품의 특징들을 표현하는 메시지로 각자의 점유율을 지키며 서로 경쟁하고 있습니다 (교촌은 허니콤보, BBQ는 황금올리브, BHC 콰삭킹). 배달의 민족은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를 외치며 대중에게 배달앱의 등장을 성공적으로 알렸습니다.


메시지는 단순한 문장이 아닙니다. 때로는 브랜드의 정체성이 되고, 고객과의 관계를 만드는 시작점이 됩니다. 때로는 잘 빠진 광고 소재 하나가 ROAS를 튀어 오르게 만들며 스타트업의 생존을 연명하게 하기도 합니다. 단 하나의 문장이 고객을 감동시키고, 단 하나의 표현이 고객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죠.


강력한 메시지가 만들어지면, 그것은 브랜드의 강력한 자산이 되기도 하는데요. 효율적인 what-to-say 를 위해서는,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how)을 고려해야 합니다.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설득력이 천차만별이 되기 때문입니다. 같은 떡이어도, 보기 좋게 담은 떡이 먹기도 좋지 않겠어요? 그래서 다음 글은 how-to-say 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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