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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병자리 Jan 24. 2022

B2B도 브랜딩이 필요하다

삼성 노트북 광고에 인텔이 나오는 이유

디지털 시대에 기업의 가치는 매출이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에 축적된 열렬한 팬덤이다



첫 직장인 광고대행사에서 삼성전자를 주님(업계에서 광고주를 보통 주님에 빗대어 호칭)으로 모시고 일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 주요 업무 중 하나가 매월 삼성전자 제품들(냉장고, 휴대폰, PC 등)의 TV 광고비(당시 한 달에 약 50억 정도로 꽤 많은 비용 투자, 지금은 더 많겠지만...)를 정리해서 주님께 청구하는 일이었는데, 다른 제품과 달리 노트북 광고는 정확하게 방송시간과 횟수를 체크해서 일정 양식에 맞게 보고가 필요했다.


그 이유는 인텔 CPU가 들어간 노트북 광고 중 일정 시간 이상 “인텔 inside” 로고와 징글(상업적으로 사용되는 짧은 길이의 곡으로 땡땡땡~땡을 기억할 것이다)을 노출하면 약 30% 정도의 광고비를 인텔에서 지원해 주기 때문이다. 즉 삼성전자 센스 노트북 광고에 이번 달에 10억을 썼다면 그중 3억은 인텔에서 보조해 준다. 삼성뿐 아니라 LG전자나 다른 노트북 광고도 모두 “intel inside”를 적용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인텔의 “인텔 인사이드” 브랜드 캠페인이다. 인텔은 B2B 비즈니스에서  브랜드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통해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기업이다. 인텔은 91년부터 브랜드 강화 전략을 수립하고, 인텔 인사이드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인텔 인사이드 로고를 PC에 부착하고 제조사 광고 지원을 통해 전 세계 사용자들은 ‘컴퓨터 CPU’ 하면 인텔을 떠올리게 됐다. 브랜드 홍보를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했고 2021년 현재도 브랜드 가치가 17위, 순수 B2B 기업으로서는 시스코에 이어 2위로 IBM보다 앞선다.


'인텔 인사이드'는 대표적인 브랜드 개발을 통하여 B2B 중심의 기업의 가치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키고 활성화시켰다. 우리가 흔히 노트북에 인텔 펜티엄, i5들의 스티커가 붙은 것만으로도 소비자가 안심하고 신뢰하는지 알 것이다. 인텔은 컴퓨터의 부품에 지나지 않은 것에서 소비자들에게 많은 가치를 부여하고 인식의 전환을 위해 노력했다. “PC의 핵심은 CPU고 그것을 인텔이 만든다.”라는 PC의 핵심으로 포지셔닝 함으로써 PC 구입에 대한 소비자 인식의 초점을 변화시켜 PC산업의 주도권을 제조업체에서 ‘인텔’로 이동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출처 : 신윤천, 한국 마케팅 연구원 논문 “B2B도 브랜딩은 중요하다” DBpia


인터브랜드 발표 2021 글로벌 브랜드 가치 순위



브랜드 가치는 고객의 구매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무형의 기업 자산으로, 제품이나 서비스가 브랜드를 통하여 만들어내는 부가가치를 의미


마케팅만큼이나 브랜딩에 대한 용어의 해석과 정의는 천차만별이다. 서점에 가면 관련 책만 수백 권이 넘고, 인터넷에서 검색해도 정말 좋은 말들이 많이 나온다. 시대에 따라 그 정의도 조금씩 변하고 있지만 소위 요즘 트렌드를 반영해 한마디로 얘기하면 “다른 브랜드와 대체될 수 없는 해당 제품군이나 산업군에서 강력한 신념이 되는 팬덤을 구축"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하면 아이폰, 전기차는 테슬라, 커피 하면 스타벅스처럼 강력한 브랜드들은 모두 엄청난 추종자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신제품에 열광하고 해당 브랜드를 자신의 자아실현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기도 한다.


"아이폰을 고 스타벅스를 마시는 차가운 도시녀”이고, “난 테슬라를 타는 어얼리 어댑터”처럼 브랜드의 힘은 막강하다. 이렇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수십 년 동안 브랜딩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고 그 브랜드를 유지하고 리뉴얼하면서 끊임없이 노력한다.  단순히 기업뿐만 아니라 강력한 팬덤을 구축한 BTS역시 성공한 글로벌 브랜드에 속한다. 아마 이들의 가치는 왠만한 대기업 버금갈것이다.


이에 반해 대부분의 B2B 기업들은 주요 거래품목이 일반적인 소비자를 상대하는 제품도 아니고 브랜드 같은 심리적 요소보다는 제품의 품질, 납기, 가격 등과 같은 객관적인 요인들이 계약을 결정짓는 요소다 보니, 브랜딩은 일견 사치스러운 것으로 느껴지고 큰 관심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인텔의 사례처럼 결국 재 가공되거나 2차 유통되더라도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제품들이라면 브랜드의 역할이 중요하다. 또한 엄밀히 말하면 B2B가 기업 간 거래지만, 결국 그 안에서 구매 결정을 하는 최종 결정권자들 역시 사람이고 그들 역시 사용자의 요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공동주택에 납품되는 빌트인 가전(천정형 에어컨, 오븐 등)이나 대리석, 벽지 등 자재 구매 시 예전에는 건설사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무조건 싼 가격의 제품들을 구매했지만 요즘은 최종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가격이 비싸더라도 유명한 브랜드의 제품을 선택한다.


기업 간 경쟁이 심해지고 기술적인 격차도 줄어들면서 자사 제품의 경쟁 우위 또는 차별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니즈는 계속 커지고 있고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한 소비자들 간 연결이 강화되면서 실체나 증거가 중요해지는 환경 역시 브랜딩에 대한 인식 변화에 한몫했다.


글로벌 첨단 기술 산업기업인 GE(General Electric) 역시 브랜딩에 상당히 적극적인 대표적인 B2B기업다. GE는 자체적으로 사업과 기술에 대한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를 생산해 자사의 사이트에 게재하는 ‘브랜드 저널리즘’ 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한다. 연간 혁신 보고서부터 불가능에 도전하는 다양한 영상제작, 블로그, SNS를 통한 유용한 기술 트렌드 정보까지 GE의 기술적 우위를 직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들을 전방위적으로 홍보한다. (여기서 4편에 잠깐 얘기한  왜 구글에 수술용 X레이를 검색하면 GE가 상단에 노출되는지 알 수 있다)


좋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올리는 회사는 그 분야의 전문가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다. 이런 GE 활동의 이면에는 해당 산업군의 리더로서의 ‘명성’을 쌓아 의사결정자들의 관심을 환기하는 동시에 구매 결정 절차에서 최종적으로 브랜드 가치가 높은 제품이나 솔루션이 역으로 선택받을 가능성까지 고려한 전략이 숨어있다.  


GE리포트 코리아

출처: GE리포트 코리아 https://www.gereports.kr


GE 글로벌 유튜브 Channel

출처: GE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c/GE


한국에서는 철강기업인 포스코가 대표적으로 B2B 브랜딩에 공을 들이는 회사다. 포스코는 20년 전부터 꾸준히 TV광고를 통해 대중에게 친근한 기업 이미지를 알리고 전문가 리포트, 포스코 TV, 블로그 등 다양한 홍보채널과 자체 제품(철판 등)을 브랜드화 통해 대한민국 대표 철강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다지고 있다.


포스코 TV 유튜브 Channel


포스코 경영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B2B 브랜드가 최종 소비자에게는 탐색비용과 구매 위험 감소, 심리적 불안감 해소를 기업에게는 재구매촉진, 프리미엄 가격 형성 등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 : 포스코 경영연구원 https://www.posri.re.kr/


이렇게 B2B에서도 브랜드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브랜딩에 투자를 하지만 실제 GE나 포스코처럼 제대로 성공하는 기업들은 많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이유가 조직의 내재화와 장기적인 투자에의 인내심 부족이다. 비싼 돈을 들여서 브랜드를 만들고 TV광고를 하고 홈페이지를 새로 제작한다고 해서 브랜딩이 되는 건 아니다. 광고로는 “우리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킵니다”라고 선언하고 실제 영업사원은 미팅 시간에 늦고, 제품의 납기가 지연된다면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오히려 불신이 되는 역효과를 낳게 된다.


모든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채널(비대면+대면)이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하고 특히 구성원들의 마인드와 Voice가 내재화되어 실제 행동으로 옮겨질 때까지 장기적으로 뚝심 있게 밀고 가야만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게 정말 힘든 일이다. (막말로 죽어도 말을 안듣는다) 기업의 가치를 변화시키는 것은 수많은 시도를 거쳐야 가능하다. 익숙하고 편안한 태도를 다시 꺼내 드는 것은 그만큼 훈련이 덜 되었다는 것이고 어느 정도 희생이 뒤따르더라도 손실을 각오해야만 변화의 속도에 발맞출 수 있고, 궁극적으로 강력한 팬덤이 구축되는 우리만의 브랜드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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