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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태리 Jul 04. 2023

우리 집에 이제 기저귀 없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그 표정을 봤다. 기저귀가 정말 싫다는 표정.

첫째 아이가 24개월이 될 때 보여준 그 표정을 둘째는 41개월에 보여줬다. 그리고 이 날부터 우리 집에 기저귀라는 건 없다.


둘째는 낮기저귀를 35개월쯤 떼놓고선 자기는 기저귀가 좋다며 밤기저귀는 여태 하고 있었다. 물론 낮기저귀 떼는 것도 쉽지 않았다. 화장실에서 할 줄 아는 거 같은데 그렇게 기저귀를 찾았다. 유치원 선생님과 함께 이제는 화장실을 사용할 줄 아는 형아가 되었다는 말을 끊임없이 해주며 로봇을 선물로 걸고서야 낮기저귀를 수 있었다.


첫째가 6살이니까 나한테 기저귀라는 단어가 익숙해진 게 벌써 6년 전이다. 젖병도 분유도 1년이면 정리했지만 기저귀는 정말 오래 함께 했다. 첫째가 너무 쉽게 떼서 이번엔 좀 더 어렵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더 늦는 게 걱정되거나 하진 않았다. 둘째는 확실히 뭐든지 여유가 생기긴 한다. 그리고 이제는 안다. 기저귀를 언제 떼던 말을 언제 하던 애들은 다 할 때 되면 한다는 걸.




우리 집에는 이제 아기가 아니라 어린이 둘이 조잘조잘 거린다. 이번에 한국에 다녀오면서 훌쩍 더 자란 거 같다. 3주 동안 친가와 외가의 사랑을 듬뿍 받아서 그런가 보다. 갈 때는 텅텅 비었던 트렁크가 책이랑 화장품이랑 장난감 등등으로 꽉 찼다. 아이들 옷도 잔뜩 사 왔다. 작아진 옷들을 정리하고 새 옷으로 옷장을 채워놓으니 마음이 든든하다. 한국 가서 사려고 작아진 잠옷을 열심히 입혔다. 알록달록 빛이 나는 잠옷을 입고 집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애들이 정말 귀엽다.


둘째는 요즘 더 누군가와 같이 있고 싶어 한다. 혼자서 잘 놀던 아기때와 다르게 같이 놀자는 말을 달고 산다. 가끔씩 왜 혼자서 안 놀고 나를 이렇게 찾을까 힘들 때가 있었는데 오늘 마음이 스르르 녹아버렸다.

유치원에 다녀온 둘째를 꼭 안고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평소 같으면 나도 보고 싶었어라던가 아님 아무 말도 안 했을 둘째는 "얼마큼 보고 싶었는데?"라고 나에게 다시 물어봤다. 그 순간 심장이 두근거리면서 아 정말 많이 컸구나라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한 없이 사랑스러웠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표정하나 행동하나에 아이가 자랐다는 게 확 느껴질 때가 있다. 둘째는 나에게 이런 순간을 요 며칠새 두 번이나 보여줬다. 아이들은 정말 금방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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