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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태리 Aug 08. 2023

첫 유치가 빠졌다

이마 치기 드디어 해 봄

6살 첫째 아이의 유치가 드디어 빠졌다. 거진 한 달 전부터 조금씩 흔들거리더니 아빠의 강력한 이마 치기와 함께 뿅 하고 뽑혔다. 왜 드디어라고 생각했냐면 주위의 친구들이 모두 한 개 혹은 두 개씩은 유치가 빠졌기 때문이다. 혹시나 영구치가 못 올라오는 문제가 있을까 봐 한국에 갔을 때 치아 엑스레이도 찍었다. 둘째는 뭐든지 여유롭지만 첫째와 관련해선 모든 게 다 처음이라 괜한 걱정이다.


근데 이가 흔들거리면서 언제 빠지나 하는 걱정은 없었지만 다른 걱정이 생겼었다. 한꺼번에 빠지면 어쩌지?라는 걱정. 내가 그랬다. 8살쯤 앞 윗니와 아랫니가 동시에 빠졌었다. 치과에서 유치 4개를 빼고 룰루랄라 시장으로 갔다가 마침 정육점에 있던 엄마를 보고 그곳으로 들어갔다. 정육점 그 뻘건 불빛 아래서 거울을 보고 이 하며 입을 벌리는 순간... 울음이 터졌다. 너무 징그러웠다. 과거를 잘 기억 못 하는 편인데 그때 내 얼굴은 정확히 기억한다. 으 너무 이상했다.


물론 내 새끼는 2개가 빠지던 4개가 빠지던 정말 이쁘겠지만 나처럼 놀랄까 봐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이보다 더 큰 걱정은 인터넷에서 치아가 여러 개 빠질 경우 치아가 삐뚤게 날 수 있다는 정보 때문에 생겼다. 이것 또한 내 아랫니가 삐뚤기 때문에 진심으로 걱정이 되었다. 나는 얼마 전에 치과에 갔을 때도 교정을 권유받았다. 나야 뭐 이 정도면 괜찮지라는 마음으로 살지만 내 자식은 고른 치아를 가지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랄까.


인터넷에서 본 정보를 근처 치과에서 확인해 보려고 했지만 확답을 주진 않았다. 다 빼도 좋고 한 개씩 빼도 좋고 원하면 당장 다 빼줄 수 있다는 그런 두루뭉술한 답변을 얻고 그동안 나 혼자 전전긍긍이었다.

그러다 어제 때가 왔다. 유치 하나를 먼저 빼버릴 수 있는 기회! 유독 흔들리는 아랫니가 있길래 오늘 이걸 빼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주말이 지나면 학교를 가는데 그것도 1학년 첫날인데 지금 안 빼면 학교 가서 빠질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남편과 눈빛을 교환하고 유튜브로 치아에 실 묶는 법 익히고 공주옷 입고 기분 좋게 놀고 있는 첫째를 불렀다. " 자 이제 빼보자~~" 아침부터 오늘은 유치를 빼야 될 거 같다고 계속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첫째는 별생각 없이 순순히 왔다.

그리고 아주 작은 유치에 실을 묶고 이마를 팍 하고 때렸다. 생각지도 못하게 세게 이마를 맞은 첫째의 어벙벙한 표정과 함께 유치는 아주 잘 쏙 하고 빠졌다.


인터넷으로만 보던 장면을 눈앞에 보니 정말 귀엽고 웃겼다. 첫 유치 빼기니까 기념으로 동영상을 찍었는데 나의 호탕하게 웃는 웃음소리가 고스란히 들어갔다. 나중에 첫째가 보면 이마 맞는 걸 보는 게 그렇게 웃기냐며 투덜거릴지도 모르겠다. 어찌 됐던 첫 유치 빼기 동영상은 양가 부모님도 즐겁게 만들어 드렸다. 두고두고 웃으면서 볼 수 있을 거 같다.


해외에 살아서 그런가 여기 아이들은 치아가 빠지면 이빨요정이 가져가고 돈을 대신 놓아둔다고 믿는다. 나도 요정이 가져간 척해 줘야 하나 고민했다. 그런데 첫째는 자기는 이미 요정이 없는 걸 안다며 엄마가 갖다 두는 거 아니냐고 해서 그냥 은근슬쩍 맛있는 거 먹고 넘어가기로 했다. 직접적으로 그래 요정은 없어 이런 말은 안 해서 애가 아직 긴가민가해 하긴 한다. 나중에 자기 유치 어디 갔냐고 물어보면 요정이 가져갔다고 우린 이미 맛있는 거 먹었으니 그 돈은 내가 가져간다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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