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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태리 Aug 17. 2023

젊은 대상포진의 슬픔

벌써 노화라니 그럴 리가 없어

요즘 건강에 관심이 아주 많았다. 유퀴즈에 노년내과 교수님이 나온 편을 보고 나서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잠도 일찍 자고 단 음료도 안 마시고 있었는데 어는 날부터 왼손이 무척이나 아프더니 왼쪽 팔에 수포가 올라왔다. 대상포진에 걸린 거다. 얼마 전 건강검진 결과도 좋았고 건강하게 살려고 노력도 했는데 방송에서 처럼 노화와 관련한 병이 생긴 30대가 되어버렸다.


나는 건강한 사람이라고 자부하며 살아서 너무 충격적이었다. 팔이 욱신욱신 아프기도 하고 100살까지 건강하게 살아야 하는데 벌써 이렇게 면역력이 약해지다니 걱정도 되고 첫째 학교 때문에 일은 바쁘고 아주 정신이 없었었다. 남편은 차라리 잘됐다며 박대상 씨라고 놀리기 바빴다. 자기가 그렇게 일찍 자라고 하지 않았냐며 30대가 대학생처럼 잠을 하루에 4시간만 자는데 안 아프고 버티냐고 신이 났다. 솔직히 4시간만 자진 않았다. 한 5시간은 잤다고!


요즘 고작 며칠 일찍 잤다고 그동안 면역력 약해진 게 좋아지겠냐는 남편의 잔소리가 맞는 말이라 그냥 조용히 잠이나 푹 자고 고기도 실컷 먹었다.  정말 일찍 자는 걸 싫어하는데 몸이 아프니까 아무 생각도 못하고 잠만 잤다. 산통에 버금가는 아픔이라고 했던가. 애를 낳을 때도 고통을 잘 못 느끼시냐는 소리도 듣던 나였는데 진짜 너무 아팠다. 병원에서 준 약에 진통제가 있어도 그걸로는 부족해서 진통제를 한 개 더 먹어야 그나마 애들을 챙길 수가 있었고 진짜 끙끙 앓는 소리가 나도 모르게 나왔다.


5일 정도 지나니까 수포도 내려가고 욱신거리는 아픔도 사그라들었다. 이와 함께 다시 밤에 놀고 싶은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애들을 재우고 나면 혼자서 공부도 하고 놀기 도하는 그런 시간이 정말 너무 좋다. 하지만 이젠 포기해야 할 거 같다.  요즘 조금만 피곤하면 왼쪽 어깨가 욱신 거린다. 또 아프긴 싫으니까 일찍 일찍 자야지. 남편은 더 나이 들어서 아픈 것보다 지금 이렇게 앓고 생활습관 확실히 고치는 게 좋다며 아주 의사 선생님이 되가지고는 밤에 안 자고 핸드폰 하는지 눈에 불을 켜고 쳐다본다.


밤에 일찍 자는 사람이 아주 부지런한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다. 일찍 자려면 깨어있는 동안 내가 하고 싶은걸 다 해야 하니까 정말 바쁘다. 시간이 부족하면 일찍 일어나라는데 그건 또 잘 안된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이렇게 어렵다니. 새나라의 어린이는 어려운 거였다.

건강해져야 한다고 고기도 실컷 먹고 운동도 열심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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