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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태리 Jul 04. 2023

해외생활 이제 반 남았다

3주간 한국에 다녀왔다. 말레이시아에 온 지 거의 2년 만이다. 해외에 살 거라고 상상도 해본 적 없었는데 한국을 떠난 지 거의 2년이 지났다니 참 사람일은 모르는 거 같다. 밤 비행기라 고생스럽긴 했지만 인천공항은 역시나 쾌적하고 좋았다. 주위에 보이는 한글들이 반가웠고 여기저기 들리는 한국어에 편안해졌다. 뭔가를 물어보기 전에 영어를 생각해 볼 필요가 없다는 건 역시 편했다. 언제쯤 영어도 이렇게 편해질까 모르겠다.


한국으로의 휴가를 준비하면서 일정을 많이도 잡아놨었다. 건강검진, 예방접종, 친구들과의 약속 등등 3주를 일정으로 빽빽하게 채웠다. 그중 하나는 영어시험이었다. 해외에서 산 지 2년이고 영어공부하려고 노력도 많이 했으니 한번 내 실력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물론 시험을 잘 본다고 영어를 잘하는 게 아니고 아직도 부족하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시험공부를 하면서 도움 되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시험 한 달 전에 접수를 하고 스피킹 시험 책을 봤는데.. 생각보다 공부할 양이 많았다. 나의 현재 상태를 한번 확인해 보고 싶어서 시험을 치는 거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시험을 보는 건 안 되는 거니까 최대한 열심히 공부를 했다. 그런데 정말 너무 바빴다. 첫째 아이 학교의  한국 어머니회 대표도 되었고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모임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두 모임 다 내가 직접 끌고 나가는 건 없었지만 옆에서 돕는 것만으로 시간을 많이 썼다.


한국에 도착하고부터는 정말 초조해졌다. 마음 한구석이 무거운 채로 아이들과 놀았다. 관광객처럼 광화문도 놀러 가고 놀이터에서 그네도 실컷 타고 어린이 뮤지컬도 보러 갔다.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받으며 매일매일 노니까 아주 그냥 신이 났다. 나도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재밌는 거 많이 해서 즐거웠다. 다만 아주 마음이 편하진 않았다. 원래 모든 시험은 부담스러운 법이다. 일주일 후 시험을 봤고 그제야 마음 편히 놀았다. 어린이 극장에서 본 포켓몬스터가 그렇게 재밌을 줄 몰랐다. 그리고 일주일 후 성적이 나왔다. 제일 높은 등급은 아니었어도 기대했던 등급이었다. 취업 준비할 때 받았던 스피킹 시험 성적보다 거의 두 단계는 높아진 점수여서 기분이 정말 좋았다.


확실히 이곳에 온 처음보단 늘긴 했다. 특히 첫째 아이가 국제학교에 입학하고부터 나도 많이 늘었다. 프렌즈를 보면서 공부하는 건 똑같다. 하지만 아무래도 매일 외국인을 만나다 보니 말이 되든 안되든 일단 영어를 훨씬 더 많이 써야 한다. 예전 같으면 피하기 바빴을 텐데 이제는 누구를 만나도 무섭진 않다. 당연히 한국말을 할 때처럼 편하게 할 순 없고 본의 아니게 경청의 자세를 고수하고 있지만 그래도 일상생활이 어렵진 않고 외국인 친구들도 좀 생겼다.


이제 남은 일 년 반 지금까지 보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열심히 생활하고 싶다.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며 매일매일을 채워나가야지.

한국으로 돌아갈 때 나 자신에게 남는 게 많기를 바란다.


말레이시아 생활 후반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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