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를 하면서 작은 것에도 기쁨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많다. 예를 들어 주말 아침에 아이들이 나를 찾지 않고 둘이서 잘 논다던가. 방학이 끝나고 아이들이 학교를 가서 낮에 자유시간이 생긴다던가 하는 그런 것들 말이다. 하지만 내가 이번에 갖게 된 것은 그런 작은 것이 아니다. 한동안 나는 이것으로 매일 밤 벅차오르는 기쁨을 느꼈다.
아이가 태어나고 다른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혼자 잠을 자본적이 없다. 그게 힘들었다는 게 결코 아니다. 아이들이 자는 소리를 듣고 얼굴을 보고 냄새를 맡을 때 느끼는 평온함이좋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밤이 정말로 힘들고 피곤했다. 아이들이 점점 자라면서 그 널찍했던 패밀리 침대가 옴짝달싹 할 수없을 만큼 좁아졌다. 만약 아이들이 가만히 누워서 잤다면 괜찮았을 거다. 하지만 어쩜 그렇게 돌아다니는지 그리고 어쩜 그렇게도 가운데 있는 나에게로 몰리는지 매일 밤 두세 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 아이들을 똑바로 눕혀야 했다.
그냥 내쪽으로 오는 게 아니라 온몸으로 나를 누르고 머리로 밀었다. 겨우 아이들이 그러는 건데 별거 아니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몇 달은 좋은 게 좋은 거다 라며 나를 달랬고 그다음에는 분리수면을 해야 했었다며 후회를 했다. 하지만 이렇게 후회를 하면 그동안 좋았던 기억들 마저 사라질 거 같아 슬펐다.
나는 내 방이 있기를 바란게 아니다. 그저 침대가 조금만 더 넓었으면 했다. 바닥에서 자볼까도 생각했지만 바닥에서 자면 허리가 너무 아파서 그럴 수 도 없었다. 이렇게 몇 개월을 힘들어하다 문득 손님용으로 샀던 얇은 매트리스 토퍼를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침대보다야 못하겠지만 설마 허리가 바닥에서 자는 것처럼 아플까 하는 마음으로 두 개를 깔았다.
패밀리 침대를 끝으로 밀고 매트리스를 두 개 깔고 자리에 누웠을 때 알았다. 이건 완벽한 침대다.
물론 아이들과 자는 침대만큼 편하진 않고 팔을 쭉 펼 수 없는 크기지만 오롯한 나의 잠자리가 주는 아늑함은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 높이가 낮아서 아이들이 자다가 굴러오지 않는다는 장점에다가 밤에 휴대폰을 해도 아이들을 크게 방해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 쉬를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둘째 때문에 갑자기 침대보를 갈아야 할 때 아이가 누워있을 곳이 있어서 편하다. 근데 이건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언제쯤 밤에 쉬를 안 할지 참..
이걸 왜 진즉 생각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아니다 이제라도 시도해 봐서 다행이다. 아무튼 밤이 다시 즐거워졌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아이들이 자기를 기다린 후 나는 내 자리로 신나게 내려간다. 이때 둘 사이에 큰 베개를 놔둬서 둘이 부딪치지 않게 해야 한다. 그동안은 그걸 내가 해왔다. 대체 왜 가운데로 몰리는 것인가. 가끔 둘째가 나를 찾아 내려올 때도 있다. 그럴 땐 아이가 잠드는 걸 확인하고 아이의 자리로 쏙 올라간다. 편하게 자는 걸 포기할 순 없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도 있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