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태리 Oct 03. 2023

나의 침대

 

육아를 하면서 작은 것에도 기쁨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많다. 예를 들어 주말 아침에 아이들이 나를 찾지 않고 둘이서 잘 논다던가. 방학이 끝나고 아이들이 학교를 가서 낮에 자유시간이 생긴다던가 하는 그런 것들 말이다. 하지만 내가 이번에 갖게 된 것은 그런 작은 것이 아니다. 한동안 나는 이것으로 매일 밤 벅차오르는 기쁨을 느꼈다.


아이가 태어나고 다른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혼자 잠을 자본적이 없다. 그게 힘들었다는 게 결코 아니다. 아이들이 자는 소리를 듣고 얼굴을 보고 냄새를 맡을 때 느끼는 평온함이 좋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밤이 정말로 힘들고 피곤했다. 아이들이 점점 자라면서 그 널찍했던 패밀리 침대가 옴짝달싹 할 수없을 만큼 좁아졌다. 만약 아이들이 가만히 누워서 잤다면 괜찮았을 거다. 하지만 어쩜 그렇게 돌아다니는지 그리고 어쩜 그렇게도 가운데 있는 나에게로 몰리는지 매일 밤 두세 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 아이들을 똑바로 눕혀야 했다.


그냥 내쪽으로 오는 게 아니라 온몸으로 나를 누르고 머리로 밀었다. 겨우 아이들이 그러는 건데 별거 아니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몇 달은 좋은 게 좋은 거다 라며 나를 달랬고 그다음에는 분리수면을 해야 했었다며 후회를 했다. 하지만 이렇게 후회를 하면 그동안 좋았던 기억들 마저 사라질 거 같아 슬펐다.

나는 내 방이 있기를 바란게 아니다. 그저 침대가 조금만 더 넓었으면 했다. 바닥에서 자볼까도 생각했지만 바닥에서 자면 허리가 너무 아파서 그럴 수 도 없었다. 이렇게 몇 개월을 힘들어하다 문득 손님용으로 샀던 얇은 매트리스 토퍼를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침대보다야 못하겠지만 설마 허리가 바닥에서 자는 것처럼 아플까 하는 마음으로 두 개를 깔았다.


패밀리 침대를 끝으로 밀고 매트리스를 두 개 깔고 자리에 누웠을 때 알았다. 이건 완벽한 침대다.

물론 아이들과 자는 침대만큼 편하진 않고 팔을 쭉 펼 수 없는 크기지만 오롯한 나의 잠자리가 주는 아늑함은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 높이가 낮아서 아이들이 자다가 굴러오지 않는다는 장점에다가 밤에 휴대폰을 해도 아이들을 크게 방해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 쉬를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둘째 때문에 갑자기 침대보를 갈아야 할 때 아이가 누워있을 곳이 있어서 편하다. 근데 이건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언제쯤 밤에 쉬를 안 할지 참..


이걸 왜 진즉 생각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아니다 이제라도 시도해 봐서 다행이다. 아무튼 밤이 다시 즐거워졌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아이들이 자기를 기다린 후 나는 내 자리로 신나게 내려간다. 이때 둘 사이에 큰 베개를 놔둬서 둘이 부딪치지 않게 해야 한다. 그동안은 그걸 내가 해왔다. 대체 왜 가운데로 몰리는 것인가. 가끔 둘째가 나를 찾아 내려올 때도 있다. 그럴 땐 아이가 잠드는 걸 확인하고 아이의 자리로 쏙 올라간다. 편하게 자는 걸 포기할 순 없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도 있듯이 말이다.

이전 16화 어쩌다 보니 탈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