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는 다른 나의 딸

멋져

by 리나

"첫째야 너도 학교에서 항상 용기를 가져!"

"엄마 나는 원래 용기가 많아"

"맞아.."




나는 학교 다닐 때 친구 문제가 가장 어려웠다. 숫기도 없고 재미도 없는 사람이라 친구들에게 다가가는 게 정말 힘들었고 늘 조용히 있었다. 그렇다고 혼자 있었던 건 아니다 그저 몇 명의 친구와만 계속 노는 조용하고 조용한 아이 그게 나였다. 그래서 다른 것 보다도 아이의 교우관계에 관심이 많다. 첫째는 다행히도 사랑스럽고 적극적인 아이라 학교 입학을 앞두고도 그렇게 걱정을 하진 않았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무서워서 바닥만 보고 다니더니 어느 센가 유치원도 씩씩하게 가고 사람들에게 인사도 잘하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처럼 학교도 금방 적응할 거라고 쉽게 생각했다. 그런데 외국에서 학교를 가는 건 그렇게 쉽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었다.


평소처럼 놀이터로 놀러 간 어느 날 첫째의 친한 친구들이 없었고 외국 아이들 한 무리가 정말 재미있게 놀고 있었다. 첫째는 그 아이들과 함께 놀고 싶어서 다가갔지만 아무래도 대화가 통하지 않아서 계속 놀지 못하고 금방 돌아왔다. 혼자서 모래놀이를 하면서 심심하다고 말하는 아이를 보니 아차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가 너무 영어를 신경 쓰고 있지 않았던 거다. 유치원에서 배우다가 학교 가면 알아서 잘하겠거니라고 생각했는데 그 과정이 너무나 힘들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혹시나 싶어서 아이에게 "영어 더 배울래?"라고 물어보니 첫째는 적극적으로 더 배우고 싶다고 말했고 바로 선생님을 구했다.


첫 수업 날, 아이보다도 내가 더 걱정을 하고 있었다. '외국인 선생님이랑 둘이서만 괜찮을까?' '말을 전혀 못하려나?, '더 일찍부터 시켰어야 했나?' 온갖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런데 막상 수업을 시작하니 첫째는 영어로 말을 했다. 유창하게 잘하는 건 아니지만 선생님과 역할놀이를 하며 대화가 이어질 정도는 하고 있었다. 첫째는 가족들 앞에서 전혀 영어를 쓰지 않았다. 오직 헬로만 하길래 말은 못 하는 줄 알았더니 간단하게나마 대화를 하는 게 정말 너무나 감동스러웠다. 여기 올 때 ABC도 몰랐는데 수업을 따라가다니.. 말하는걸 더 듣고 싶어서 조용히 귀 기울이고 있으면 둘째가 자기랑 놀아달라고 하는 통에 너무나 아쉬웠다. 더 듣고 싶은데.. 내가 없어야 더 적극적으로 선생님과 놀 수 있을 거 같아서 다음 수업부터는 그냥 둘째랑 밖에서 산책을 한다.


첫째에게 "왜 놀이터에서 친구들이랑은 말 안 해? "라고 물어보니 친구들은 어려운 영어라서 잘 모르겠다는 대답을 했다. 아이들은 선생님과는 다르게 말이 무척 빠르고 첫째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다른 곳으로 가버리니 시작할 엄두를 못 냈던 거 같다. 그래도 이 날 이후로는 걱정이 덜 하다. 유치원에서 잘 배우고 있다는 걸 알았고 외국인 친구에게 먼저 다가갈 적극성도 가지고 있으니 고생은 하겠지만 금방 적응하고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 거다. 기특하다 기특해.




나는 첫째가 나와 비슷한 성향이 아닌 게 정말 너무 좋다. 대화가 안 통해도 일단 다가갈 수 있는 용기와 모르는걸 부끄러워 하지 않고 더 배우려는 적극성을 가진 내 딸이 사랑스럽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