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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Hyun Feb 28. 2020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눈만 봐도 알아요 

덜거덕 대는 전철 좌석에 우린 마주 앉았다. 우린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우리가 서로 알 수 있는 건 두 눈을 뜨고 이리저리 살피다가 서로의 눈을 쳐다본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당신의 눈을 본다.

누구인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모른다, 눈 둘 데가 없어서 보는 건도 아니다. 모두들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눈만 볼 수밖에 없다. 눈만 보고도 당신을  것 같다며 헛소리를 속으로 해본다.


지금은 제주에 계신 선배님이 아주 오래전에 쓴 카피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설마 선배께서 지금의 지하철 풍경을 알고 쓴 것은 아닐 테지만.

눈만 바라보면, 평화롭다. 거칠 것이 없다. 가리고 있는 입이 없이도 모든 말이 통한다. 마트폰도 알아보질 못하는 당신을 나는 알아본다. 눈이 꺼풀을 조잘거려 거짓말을 할 수는 없나 보다.


눈도 정직해요


언젠가부터 그랬다. 눈을 바라봤다. 그러나 잊었지. 실루엣이나 쳐다보며 멋을 부리고 귓가로 파고드는 목소리만 믿었어.


집으로 돌아가는 7호선 고속버스터미널 역, 모두가 선한 눈을 껌뻑거린다. 샤넬 목걸이도 노스페이스도 나이키도 모두 눈으로 말을 한다.

턱에 걸친 아저씨! 젊은이들이 싫어해요, 입으로 말할까 봐서.

기상나팔이 울리고 나는, 4호선으로 환승한다. 여기도 두런두런, 말하지 않고도 얘기를 나눈다.

눈으로 말을 한다. 


눈만 봐도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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