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

by 현진현

'엘지전자'가 '금성' 시절일 때의 카피 아닌가 싶어요. 당연히 광고 카피였고,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카피는 '휴먼테크'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소리 내서 읽어봅시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


제품의 내구성을 강조하는 좋은 카피라고 생각합니다. 그 시절 저 카피를 쓸 때엔 전자제품의 가용 사이클을 10년으로 본 거죠. 요즘 같아서는 좀 조정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리사이클이 존중되는 시대이기도 하고 나이를 먹고 보니까 10년은 짧다는 느낌이... '인생 뭐뭐'라는 워딩도 있거니와 세대를 이어서 물건을 사용하는 게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지금에 와서는 저 카피에서 압박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특히 '순간의 선택'이라는 다섯 글자는 '선택 장애'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To be or not to be"


선거날 저녁 TV에서는 아주 큰 캡션을 볼 수 있습니다. "선택 2030" 같은 거죠.

어떻게 봐서는, 인간 존재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면 '선택'은 별로 부담이 없습니다. 곧장 자세를 잡습니다. '인생 뭐 별거 있었어?' 하면서요. 하지만 진짜 인생을 마주치거나 타인의 인생을 비집고 들어가는 선택을 할 때면 저는 좀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5년마다, 4년마다 치르는 선거는 어떤가요? 5년만 좌우할 것 같지만 인과론에 따라 '선택의 영향'은 거의 영원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인지하지 않고 지나가버리는 선택도 무수히 많습니다. 우유를 마실까 물을 마실까 마시지 말까, LP를 들을까 라디오를 들을까, 기타를 칠까 건반을 칠까, 걸을까 자전거를 탈까, 버스를 탈까 전철을 탈까, 하늘을 볼까 땅을 볼까 - 이런 선택들이 쌓여서 우리의 일상과 삶은 채워집니다. 따지고 보면 인지하는 '큰 선택'은 작은 선택들 속에서 결정이 됩니다. 선택이 곧 삶이라고나 할까요. 물론 이런 삶들이 혹은 선택들이 모여서 지구의 미래를 결정하기도 하겠죠.


선택의 아이러니는, 그 행위가 어떤 자유 속에서 이루어지지만 선택에 따른 인과성으로부터는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어찌 되었던 우리는 선택의 순간 '어떤 자유'를 느낍니다.

이왕 이런 선택인 거니까, 압박보다는 자유를 느껴보세요. 저도 이쯤에서 이 글을 마무리하는 선택을 해 봅니다.


"순간의 선택은 무한합니다."

하지만

"인생은 뭐 별거 없죠."

하지만

"순간의 선택은 무한합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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