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는다는 건 뭘까?
포항역에서 택시를 타고 북부해수욕장에서 내렸다. 바다냄새가 났다. 동행은 모래밭을 거닐고 나는 제철소의 실루엣을 필름 속으로 집어넣었다.
감정이 침식당한 다음 인화지든 화면이든 시각흔을 남긴다. 감정은 과연 사라졌을까? 우리는 대체 무엇에 의지해 기록하고 기억하는 걸까?
북부해수욕장에는 '헤밍웨이'라는 카페가 있었다. 1994년 나는 그 카페를 찾아갔다. 2000년대 언저리에도 헤밍웨이는 있었다. 그리고 헤밍웨이를 찾아갔던 기억 또한 가지고 있었다. 2024년 나는, 헤밍웨이가 있는지 없는지 관심조차 없었고 허겁지겁 물회로 배를 채우고 터키식 커피를 하는 카페에 들러 일본식 필터커피를 마시고 카페를 또 필름 속으로 집어넣었다.
사진의 가능성이란 또 무엇일까? 수잔 손탁의 주장처럼 사진은 일방적인 폭력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