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by 현진현
최인아책방 입구




완전히 가깝다거나 상당히 멀지 않고

마을버스를 타면 서너 정거장에 있는 서점.

나는 서점을 너무 좋아해서 어떤 도시에 여행을 가면

그 도시의 모든 서점을 다 가보는 사람.


최인아 부사장님은 나와 가깝지 않지만

그렇다고 겨우 기억해 낼 만큼 멀지도 않다.


2000년 겨울도 정말 추웠다. 거의, 그래 '거의' 처음 와보는

서울. 새마을호를 타고 한강을 건너 오지 같은 이태원으로 가서

입사시험을 보았다.

그때의 주 면접관이 최인아 당시 상무님이었다.

상냥하게 꼰 다리와 오렌지빛 머플러가 생각난다.

다른 면접관이 내 동기가 된 친구에게 노래를 시켰다.

최상무 님은 매서운 눈으로 나를 보기만 했다.

같이 면접을 본 네 명 중에 세 명이 합격했다.


그 후 6년 동안 최상무 님과 언쟁을 벌일 일이 없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이선배는 최상무 님과의 언쟁으로 정이 들었다.

우린 디베이트로 먹고사는 직업이다.


6년 반이 지난 무렵, 나는 회사를 그만두었다.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최인아책방에 나는 단 한 번도 들어가 보지 않았다.

아, 마님의 그 표정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싶은 것이다.


좋은 책들이 많을 텐데...




keyword
이전 15화시간의 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