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인가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기억나는 순간은,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앞 고모네 가게 안쪽의 방에 기거하던 사촌형들이다. 훈이 형은 마이마이를 가지고 있었다. 마이마이는 카세트테이프를 들고 다니면서 들을 수 있는 소니 워크맨의 K버전이었다. 삼성에서 만든 것은 마이마이, 금성에서 만든 것은 아하(A-ha)였다. 형은 산울림의 테이프를 오토리버스로 들려주었다. 산울림 2집이었을지도 모른다. 산울림은 비틀스만큼 세계적이지는 않지만 비틀스만큼 위대하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그때 국민학교 시절엔 비틀스를 몰랐다. 산울림도 겨우 알았다. 훈이 형의 동생인 곤이 형은 나중에 조직 폭력배가 되었다. 아마 요즘은 폭력을 쓰지 않을 것이다. 십수 년 전 형은 노래방 두 개를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곤이 형은 담요로 둘러싸인 채 죽을 만큼 맞았지만 훈이 형에게도 고모부에게도 항복하지 않았다고 했다. 항복하지 않고 폭력배의 길로 나아갔다. 고모는 묵묵히 떡볶이를 파는 작은 슈퍼를 운영했다. 고모는 지독한 근시여서 내가 떡볶이를 사 먹어도 나를 바로 알아보지는 못했다. 곤이 형의 부하가 될 뻔했던 내 친구 연규도 생각난다. 연규는 폭력배가 되고 싶었지만 키가 작았다. 녀석은 오토바이 뒤에 앉았다가 맨홀에 빠진 오토바이에서 튕겨나가 즉사하고 말았다. 연로한 연규의 어머니는 몹시 서럽게 울었다. 세상의 소리 중에 음악을 가려내지 못할 만큼 나는 무척 어렸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음악을 좋아하게 된 건 라디오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