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우리나라처럼 남의 눈치를 많이 보고 외모에 관심이 많은 나라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상대방이 입고 다니는 옷에 대하여 대놓고 지적하니 말이다. "옷 꼬락서니가 그게 뭐냐"라는 소리를 듣기 마련이다. 얼굴을 보고 오징어 같다고 하거나 허벅지가 코끼리 만하다고 하거나 얼굴에 주름 생겼다고 하기도 한다. 쌍꺼풀 수술은 이제 하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굳이 성형 수술을 했다는 강한 인상도 주지 않는다.
셰익스피어가 말했듯, 생각은 자유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그러나 말하는 것은 자유가 아니다. 온라인 상에서 자극적으로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볼 때, 무엇 때문에 저렇게 표현을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자존감이 낮아서 그렇게 일부러 과잉 표현을 하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자극적인 표현을 통해 SNS에서 공감 수를 많이 받는다고 해서 특별히 나의 상태가 더 높아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는 방법을 통해 낮은 자존감을 채우는 것처럼 저급한 방법이 없다.
기왕지사 인정을 받을 것이라면 훨씬 가치 있는 일(내가 잘하는 일, 성실하게 임하는 일 등)로 인정받는 것이 좋다. 다른 사람을 욕할 시간이 있으면 나를 위해 더 좋은 일을 한 가지 늘리는 것이 현명한 처사다. 최근 들어 왜 그런 사람들이 눈에 띄는 것은 어째서일까? 인터넷 상에서 '극혐'이라는 단어도 종종 볼 수 있는데 혐오라는 감정을 진정으로 느껴보고 사용하는 건지 의문이다. '극도로 혐오한다'라는 의미의 말이 그렇게 쉽게 쓰여도 되는 것일까? 물론 화가 나는 상황은 늘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걸 풀어내는 방식이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너는 얼마나 대단한 놈이길래 그렇게 얘기하냐? 그리고 너만 화나는 일 있는 건 아니야!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한 편으로 사람들의 말에 휩쓸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나도 한 때, 뚱뚱하다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열심히 다이어트를 했었다. 그런데 다이어트를 하고 난 뒤에도 열등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저 나는 내 자신을 뚱뚱하다고 스스로 괴롭히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했던 말이나 눈빛을 잊지 못해 그들이 곁에 없을 때도 머리 속에서 그 말을 되풀이하며 나를 찌르고 있었을 뿐. (비단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모든 비교 대상이 되는 주제에서) 그리고 그 말을 했던 사람들은 본인들이 그런 말을 했는지 기억을 못하거나 별생각 없이 말했을 것이다. 그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어떻게 되든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니까.
지금은 다시 살이 쪘지만 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마음의 건강상태가 좋아졌다는 점이다. 마르면 더 잘 어울리는 옷이 있구나. 그리고 안 먹던 채소를 먹게 되었다는 점 정도였다. 누가 나보고 뚱뚱하다고 하는 말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 자신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실은 훨씬 중요한 문제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방이 상처받을 것까지 고려해서 말하지 않는다. 나도 분명 알게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는 말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남들이 기분 나쁘게 말할 때는 항상 이렇게 하면 된다. '저 사람도 나중에 집에 가서 이불을 걷어차겠지. 아니면 아무 생각이 없거나. '기분 나쁜 일은 되도록 빨리 털어버리는 게 좋다. 계속 곱씹는 건 별로 좋은 방법은 아니다. 실제 상황보다 기억에서 몇 배 부풀려지고 커져서 결국 기분이 계속 나쁜 건 내 자신이다. 상대방은 내가 기분이 나쁜 지도 모른다에 한 표 던진다.
예전에는 누가 나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것 자체를 별로 안 좋아했다. 내가 이야기 도마 위에 올라가는 것 자체가 별로 기분이 좋질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그냥 심심해서 이야기 하나 보지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물어보는 패턴은 정해져 있다. 남자 or 여자친구 안 만드냐, 소개팅 안 하냐, 결혼은 언제 하냐 등등. 근데 그냥 하는 말이다. "밥 먹었니?"와 똑같은 말이다. 단, 어른이 물어보셨을 땐 잘 대답하는 게 좋다. 그래야 대화가 빨리 종결된다. 결혼할 생각이 없어도 적당히 연기해주면 된다. 진심으로 내가 결혼할지 안 할지 관심 갖고 물어보는 게 아니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그냥 하는 말이다. 그 사람이 대화할 때 늘 하는 레퍼토리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은 (내가 생각한 것만큼) 나에게 관심이 없다. 이 사실을 염두하는 게 중요하다.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가장 관심이 있다. 자신과 관련된 이유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관심은 자신에 대한 관심의 연장선이라 상대방의 진심과 진짜 생각에 대하여 진정성 있게 관심을 가지는 경우는 드물다.
때문에 사람들이 하는 말에 지나치게 상처받을 필요도 없으며 신경을 쓰지 않는 게 최선이다. 신경을 써야 하는 건 그 말 자체가 아니라 상대방이 왜 그 이야기를 했느냐 하는 것이다. 그 말이 담고 있는 속 뜻을 잘 생각해보는 게 좋다. 말재주가 별로 없어서 엉뚱하게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고 자신의 마음을 몰라 일단 말을 먼저 내뱉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항상 사람과 소통할 때는 '진심'이라는 걸 꿰뚫어야 한다. 소통에서 말이 차지하는 비중은 낮다. 눈빛, 목소리 톤, 표정, 몸짓 등 비언어적 표현이 훨씬 중요하다. 상대방의 마음이라는 건 상대방과 함께하며 알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진심을 꿰뚫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어렸을 때부터 바라던 것이 하나 있다. 나 홀로 있는 시간이 꽤 길어도 안정적인 심리 상태를 유지하는 것. 어차피 살면서 가지게 되는 대부분의 것들은 지나가는 것이고 영속적이지 못하다. 껍데기에 불과한 것들에 마음을 적당히 주되 '진심'이 담겨있는 어떤 대상에 대하여는 나도 '진심'으로 대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
사실 저 소망은 굉장히 큰 소망이다.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주변 환경이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적으며 나의 역할이 아주 많지 않아 시간적 여유도 있고 최소한의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한 경제적 수입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무슨 일을 내가 경험하느냐에 따라 나의 감정은 달라질 것이고 그에 따라서 좋은 사람과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도 달라질 것이다. 하루에도 기분이 오락가락하니 어떤 순간에 맛볼 수 있는 감정일 수도 있고 어쩌다 몇 년 정도는 장기적으로 그럴 수도 있는 상황 정도.
늘 바라던 소망이 '항상 가지기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자 오히려 소망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었다. 아, 생각해보니 매일 다 좋을 수가 없고 그냥 원래 좋다가 나쁘다가 하는 것. '그래도 별 수 없지. 별 기대는 안 하되 잘해주면 감사 아니면 말고'. 누군가는 늘 날 싫어하기 마련이고, 시간이 지나면 늙는 건 당연하고, 어떤 일을 배우는 데는 항상 시간이 걸리니 빠르게 가지려기 보다 한 걸음씩이라는 생각을 가지면 되고. 날 무시하는 사람보다 알아봐주고 인정해주는 사람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그 사람을 찾기 전까지는 계속 나를 갈고닦자는 생각을 하니 쉬워졌다. 교과서적이고 뻔한 생각이지만 그냥 그게 진리였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사실 어떤 사람이 아주 괜찮은 사람이라 해도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될 순 없으니 나에게는 아주 좋은 사람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리고 비즈니스 관계는 친구나 가족과 다르니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고. 그리고 바쁘고 압박이 심한 상황에서는 안 그러던 사람도 변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결과적으로는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에게 나는 좋은 사람일까? 괜찮은 사람일까? 사람 나름이겠지. 모든 사람에 마음에 들 필요는 없다. 사소한 일에 트집 잡지도 말고 미워하지도 말고. 딱 거기까지만.
어떤 머금은 마음이 있다면 예술로 승화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일도 예술. 생활의 달인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어릴 땐, 위인전이나 일대기를 보며 매우 뛰어나고 완벽한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사실 '위인'은 아주 가까이에 있는 평범하고 성실한 사람들이었다.
모든 것이 다 내 구미에 맞고 짜여있는 것처럼 나에게 맞춰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더 배워야 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렇게 삶이 쉬운 것이었으면 예술가는 없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고 삶의 활력소가 될 만한 것을 (글이든 그림이든) 언젠가 어떤 형태로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 다들 건투를 빌며 :) 다가오는 봄에는 재미있는 일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