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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 미래 Jul 08. 2024

고통을 사랑하는 순간

인간을 단순히 보면  가지 유형으 나뉜다고 생각한다.

대체로 긍정적인 인간.

대체로 부정적인 인간.

긍정과 부정을 냉,온탕처럼 들락날락하는 인간.


그중에서도 나는 세 번째이다. 한껏 긍정적이었다가 금세 부정적으로 치닫는 인간.

가끔 나조차도 이런 내가 안타까울 때가 있다.

특히 어떤 일이나 공부를 시작할 때 그렇다.


예를 들어 영어 학원을 알아보는 나는 처음엔 긍정적인 미래를 그린다.

잘 배워두면 해외여행이 더 다채롭고 즐겁겠지, 혹시 모를 취업에도 도움이 될 거야.

이건 말 그대로 낙관 樂觀이다.

새로 산 다이어리에 스티커를 붙이는 마음으로 아주 즐겁게 6개월치 학원비를 결제한다.


처음에는 열심히 학원 다니는 '' 심취하며 결석도 없이 가열차게 공부를 시작한다.

  바짝 하는 공부로 버터 바른 발음이나 

일상 영어 대화가 가능해지면  좋겠다마는 곧 나의 밑천이 드러난다.


인 풋 대비 아웃풋이 형편없다는 것을 언제나 그렇듯 빨리 깨닫게 된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성격이 급해서 일지도 모르겠다.

진득하게 오랫동안 나를 들여다보고 발전시켜야 하는데 마음만 급하다.


모든 일이 다 그랬다. 나는 단숨에 성과를 드러내는 일이 좋았고 그렇지 않으면 쉽게 내팽개쳐버렸다.

수강 도중에 그만둔 많은 수험서와 학원 교재들이 책꽂이에서 나를 노려본다.

이제 더는 꽂을 자리도 없이 빡빡하다.

책들은 서로 표지를 부비며 이런 말을 주고받지 않을까.

으이그 저 의지박약 같으니. 이번에도 중간을 못 넘겼네.

어머, 저는 새 책이에요.


그랬던 내가 발레를 배운 지 1년이 넘어간다. 

아무리 해도 제자리 걸음이건만 가장 오래 했다는 점에서 스스로도 놀랍다.

물론 중간중간 그만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 그때마다 나를 붙잡은 건 대체 뭐였을까.


저번 주 발레 수업에서 나를 관통하는 선생님의 말이 있었다.


고통을 즐기세요!



뻣뻣한 내 몸이 괴로워 몸부림치는 림바링(Limbering) 시간이었다.

'Limber'가 근육을 유연하게 하는 체조를 한다는 의미인데 발레에서는 바를 잡고 하는 스트레칭을 가리키는 말로 쓰고 있다.

사진: https://i-l-fitness-jp.com/ballet/limbering.html



처음 림바링에서 자세를 잡을 때 바 위에 다리를 걸치는 것도 겁이 났다.

허벅지 안쪽은 투둑하고 터질 것 같고 왼쪽 다리가 내 몸을 지탱하지 못하는 순간 바와 함께 뒤로 넘어져 버릴 것 같아서였다. 


내가 머뭇 거리자 선생님이 외쳤다.


할 수 있어요!


그리고는 힘겹게 다리를 올리고 사시나무처럼 후들거리는 내 팔을 냅다 잡아당겼다.


아! 시원하겠다!


참고 사진의 다섯 번째 이미지에 웃으면서 팔을 있는 힘껏 당기는 선생님이 있다고 상상해보라. 

비록 선생님의 완력으로, 반 강제로 자세가 완성되었지만 뿌듯했다.


 이후로도 많은 어려운 동작들이 고비처럼 찾아왔고 나는 그때마다 선생님의 말을 떠올렸다. 

처음에는 근육 안쪽이 뒤틀리고 묵직한 통증이 명징하게 느껴지지만 오래 머무르면 달라졌다. 

근육이 서서히 풀리며 고였던 혈액이 풀리는듯한 쾌감이 찾아왔다. 

달리기를 할 때 찾아오는 러너스 하이와도 유사했다. 


고통을 참아 내고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내 문제점도 마주했다.


나는 골반이 많이 비틀어져 있고 허리에 힘이 없으며 왼쪽보다 오른쪽 다리에 근육이 더 부족했다.


예전 같으면 이 몸으로 무슨 운동이냐고 쉬어버렸겠지만

나는 매 시간 긍정해 주는 선생님을 믿게 되었다.


자세가 좋아졌어요.

몰라보게 많이 늘었어요!

같은 무한 긍정의 말들을.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에 뜬 극한직업 '발레무용수'편을 보았다.

 100회가량의 공연을 소화하는 유니버셜 발레단의 일과가 나왔는데 그들의 훈련은 생각보다  혹독했다.


한 번의 군무 연습만으로도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격한 동작들과  

발레리노가 여자 무용수를 들어 올리는 리프트 동작까지

그들은 부상이나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쉼 없이 연습했다.


공연의 막이 오르기까지의 연습 대부분을 딱딱한 토슈즈  속 발 끝으로 서며 점프를 한다. 만성적인 발의 염증 때문에 연습  10분마다 한겨울에도 얼음물에 발을 근 모습은 춤을 추는 무용수보다 축구 선수를 떠올리게 했다.


29살에 23년 경력인 한 발레리나는

발이 못생겨지면 못생겨질수록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만큼 내가 노력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그리고 다른 발레 단원들도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주인공이든 뒤에 있는 역할이든 행복하기 때문에 이 일을 한다고.

고통은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낸 그들이 내심 부러웠다.


어쩌면 발레리나는 끊임없이 미래를 긍정하는 사람이 아닐까.

화려한 무대 위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에게 박수갈채를 받는 미래를, 그 순간만을 그리며 사는 사람.


입단한 지 6개월 된 발레리나에게서 나는 그런 긍정을 배웠다.

그녀는 선생님의 차가운 혹평에도 전혀 조급해하지 않는다.

그저 주어진 역할 안에서 차근차근 해나가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담담웃으며 얘기한다.


그렇다.

긍정은 끊임없이 내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속삼임이다.

이전에도 괜찮았고 지금도 괜찮고 그다음도 괜찮을 거야.

그동안 나를 공격하던 부정적인 사람들, 말들과는 영영 멀어지고  자신에게만 집중할  있는 (bar) 잡는 것이다.


그곳에 서서 오직 내 목소리에만 집중한다.

나를 긍정하는 게 결국 나를 사랑하는 거라고 믿으면서.

내 비관을 잠재워 줄 사람오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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