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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원 Sep 06. 2020

서비스는 팔아봐야 안다

처음부터 완전한 사용자 경험을 만들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스타트업 필드로 들어온 지 이제 2년 하고도 6개월. 나는 종종 나와 비슷한 시기에 스타트업 필드로 들어온 대표님들을 만날 때가 있다. 이러한 대표님들 중에는 이미 로켓을 발사해 대기권을 벗어난 분들도 계시지만,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직까지도 서비스 출시를 못해서 첫 번째 고객도 만나보지 못한 대표님도 있다. '완전한 사용자 경험'을 만들지 못해서 서비스 론치를 연기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런 대표님들을 보면 제발 이제 서비스 좀 출시하시라고 설득하고 있다.


'완전한 사용자 경험'이란 무엇인가?

사용자 중심적 경험을 제공함과 동시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적 인프라가 완전히 확보돼서, 모든 것이 완벽하게 돌아가는 것이 완전한 사용자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완전한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면,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자원이 들어간다. 처음에 생각했던 '완전한 사용자 경험'이란 것은 신기루 같은 것이어서, 다 왔다고 생각하면 금방 눈앞에서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이제 서비스를 론치 하려고 하니 이게 부족해 보이고, 저건 절대 보여줄 수 없고. 결국 지금 당장 서비스 론치를 하는 것을 포기하고, 출시 연기를 결정한다.


나는 이런 결정이 완전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처음 고객에게 내보이는 서비스가 기술적으로 완전할 필요는 없다.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서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도 괜찮다. 그래서 적자를 보아도 괜찮다. 기술적으로 완전한 서비스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우리 서비스가 팔린다는 확신을 가진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진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괜찮을까요?'

확신을 갖고 답변할 수 있다. 무조건 괜찮다.


이런 사람들이 읽어볼 만합니다:

· 제품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경영자/기획자
· 예산이 풍족하지 않은 기획 부서의 실무자
· 서비스 기획자 꿈나무




당신을 심슨으로 만들어드립니다


벌써 10년이 넘게 지난 2007년 하반기, 온라인 커뮤니티를 강타했던 웹사이트가 하나 있었다.

영화 심슨 극장판을 홍보하기 위해서 기획되었던 웹사이트, "Simpsonize Me"가 그것이다. "Simpsonize Me"가 주는 사용자 경험은 단순했다. 얼굴이 잘 나온 자신의 사진을 올리면, 잠시 후 자신이 심슨 캐릭터로 변환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얼굴이 나온 사진을 올리면 당신을 심슨으로 바꾸어드립니다! 그것도 무료로요.


사람들은 대체로 사진을 보내주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사람을 심슨으로 바꾼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아마도 이 서비스는 사진을 올리면, 사람이 직접 보고 템플릿을 사용하여 심슨 캐릭터를 만들어주는 형태, 휴먼 베이스로 제공되었을 확률이 높다.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람이 직접 심슨 캐릭터를 그려주었을 것이라고 추론하는데, 그 이유는 이렇다:

· 2007년 수준에서 이미지를 인식하여 사용자의 얼굴과 옷을 구분하고 단순화한다는 것은 기술 구현 단가가 매우 높거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었다.
· 다양한 심슨 캐릭터 템플릿을 만들어 놓고, 사람이 직접 눈과 입을 배치한 후에 옷을 입히는 것은 기술 개발하는 것에 비교하여 훨씬 저렴했을 것이다.
· 이 서비스는 영화 <심슨 The Movie>를 홍보하기 위해서 이벤트성으로 제작된 것이다. 영원히 지속하기 위한 서비스가 아니었다.
· 2007년 10월, 한국 커뮤니티에서 이 사이트가 유행하면서, 엄청난 트래픽이 발생하였는데, 그즈음에 사진을 보내줘도 심슨 캐릭터를 못 받았다는 사례가 속출했다.
· 결정적으로 이 서비스는 심슨 영화의 홍보 기간이 끝나자마자 바로 사라졌다. 사람의 얼굴을 인식해서 자동으로 심슨 캐릭터를 바꿔주는 기술이 있었다면, 바로 없앨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일단 경험 자체는 재밌는 것이고, 그를 통해 심슨의 인지도도 크게 올릴 수 있으니까.


과정이 어쨌든, 내 얼굴을 심슨으로 바꿔준다는 독특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준 이 사이트는 2007년 당시 정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심슨 캐릭터로 변한 사람들을 보면, 이러한 사용자 경험에 대한 수요가 분명히 있었음을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예측에서 나온 서비스가 "Turn Me Yellow!"라는 상업 서비스이다.


당신 혹은 가족들의 사진을 심슨 세상으로 옮겨드립니다! 돈만 내면요.

"Turn Me Yellow!"는 "Simpsonize Me"와 유사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얼굴뿐만이 아닌 심슨 세상과 같은 배경을 그려준다는 것과 돈을 받는다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 사이트가 꽤 오랜 기간 동안 성업 중에 있다는 것이다.


"Turn Me Yellow!"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내 심슨 그림이 기술로 그려졌던, 사람이 그렸던 관심 없다. 내 모습을 한 심슨 그림이면 충분하다. 서비스를 이용하지는 않았지만, 구성을 보면 이 서비스는 사람이 직접 그림을 그려서 제공할 확률이 높다. 기술 기반이 아닌 사람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서비스 사이트를 개발하는 비용은 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은 굉장히 좋은 비즈니스 기회를 잡았다. 존재하지 않던 영역의 시장의 개척자 포지션이지만, 영화 홍보를 위한 무료 서비스 "Simpsonize Me"의 성공을 통해서 사용자의 니즈가 있는 시장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수익 구조가 안정된 서비스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수요가 정말 많아질 경우에는 두 가지로 서비스를 변경할 수 있다. 서비스 제공 단가를 높이거나, 자동으로 심슨 캐릭터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거나.

만약 기술을 개발한다고 가정했을 때, 필요한 자원의 예측도 굉장히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서비스 예상 매출액과 기술 개발 소요 비용을 고려해보면, 얼마를 투자하면 얼만큼의 기간에 걸쳐 자원을 회수할 수 있을지 데이터에 근거하여 예측할 수 있다.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고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면 기술로 구현하는 것이고, 그것이 아니라면 이대로 서비스를 존속시키면 된다. 손익이 맞지 않는다면 폐기해도 된다. 이러한 예측과 선택이 가능한 이유는 이미 서비스를 만들어서 제공을 해보았기 때문이다. 제품을 제공해보지 않으면, 그 어떠한 데이터도 얻을 수 없으며, 모든 결정을 감각에만 의존해야한다. 만약 처음부터 기술 기반으로 심슨을 만들어주려고 기술 개발을 해왔다면, 아마도 딥러닝 기반 얼굴 인식 기술이 활성화된 2019년 즈음은 되어서야 서비스를 론치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타이피스트가 직접 명함을 입력해드립니다


한국에서 비즈니스 목적으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다니는 사람이라면, 명함 관리 서비스 "리멤버"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2019년 하반기, "리멤버"는 약 2억 장의 명함을 확보하고 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명함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다.


"리멤버"에서 제공하는 핵심적인 사용자 경험은 단순하다. 명함을 교환한 후, 사진을 찍으면 바로 내 연락처에 기입된다. 사용자가 직접 명함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입력하여 별도로 정리하지 않아도, 내가 언제 이 사람을 만났는지, 전화번호가 무엇인지 검색할 수 있다.


초기 "리멤버" 서비스가 주는 핵심 가치는 '정확도가 높은 명함 관리 애플리케이션'이었다. 스마트폰이 출시된 이후, 많은 개발자와 기획자들이 '명함을 관리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들 서비스들은 한결같이 광학 문자 인식(OCR)을 이용하여 명함의 정보를 자동으로 인식하는 기능을 주력 기능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OCR에 의존한 명함 인식에 대한 사용자 경험은 그렇게 좋지 않았는데, 한국어 인식률이 매우 낮았기 때문이다. 시장의 누구도 '이재원''이매망'으로 인식해서 이름을 저장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하지는 않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출시된 초기 리멤버 서비스가 강조했던 핵심 가치는 '정확도 높은 명함 관리'였다. 이 서비스가 굉장히 재미있는 것은, 핵심 가치 전달의 수단이 기술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리멤버는 정확도 높은 명함 관리 서비스의 시장성을 확인하기 위해서, 명함 데이터를 입력하는 타이피스트를 직접 고용해서 정확도를 높였다. 심지어 광고도 했었다. '저희 서비스는 타이피스트가 직접 입력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높습니다.' 2020년 현재 리멤버의 이 카피라이트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리멤버의 핵심 가치 제공 수단은 더이상 타이피스트가 직접 입력해주는 것이 아니다.


한국어 인식 정확도가 매우 높은 OCR 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사용자가 찍은 사진을 타이피스트에게 전송하여 수동으로 입력받는 것 중, 어떤 기술의 개발 단가가 낮을지는 뻔한 이야기다. 리멤버는 상대적으로 아주 저렴한 기술 개발 비용으로 서비스를 론치 하여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시장의 가능성이 확인되자, 투자가 이어졌다. 저렴한 비용을 투입해서 서비스를 이용할 사용자가 확실해졌고,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자원도 얻었다. 2020년 현재, 리멤버는 굉장히 높은 정확도를 가진 OCR 기술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리멤버를 제공하는 드라마앤컴퍼니는 타이피스트가 개입하는 비중이 2019년 기준 5% 미만까지 떨어졌다는 발표를 했다.

우리 조직 명함은 자필로 이름을 작성하지만, 리멤버에서 모두 정확히 인식된다. 이게 OCR의 작품인지, 타이피스트의 작품인지 나는 모른다.

사실 최종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명함의 정보가 정확히 입력되었다'라는 결과가 중요하지, 그 뒤에서 타이피스트가 입력했는지, 한국어 OCR이 성공적으로 수행되었는지, 아니면 외계인이 고문을 당하고 있는지는 궁금하지 않다. 이처럼 최종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까지의 기술적 과정은 사용자에게 평가받지 않는다. 만약 리멤버 서비스를 개발한 드라마앤컴퍼니가 처음부터 정확도가 높은 OCR을 개발한 후에야 서비스 제공하기로 방향을 잡았었다면, 어쩌면 "리멤버"라는 서비스는 개발 과정에서 자금 조달에 실패하여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당신의 설문을 인간지능으로 분석해드립니다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우리 조직이 제공하는 서비스 "포켓서베이"의 핵심 가치 중 하나는 인공지능에 기반한 보고서 제공이다. 우리는 전문 지식을 갖추지 않은 사람들도 누구나 설문 조사를 통해서 인사이트 얻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인공지능을 도입했다. 인공지능이 도입되면 그만큼 저렴한 비용에 전문 기술을 이용할 수 있게 되니까.


한 번 캡처해놓고 잘 쓰고 있습니다...


위 사례들을 보고 충분히 예측했겠지만, 우리 서비스 역시 초기에는 '인공지능'의 탈을 뒤집어쓴 '인간지능' 서비스였다. '인공지능'이라고 홍보하고, '인공지능'이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우리는 인력을 투입해서 직접 보고서를 제작해서 보고서를 제공하고 있었다. 최초 우리의 '인간지능' 서비스를 '인공지능'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홍보하기 위해서 나는 꽤 오랜 시간 조직을 설득해야 했다. '인간지능'을 '인공지능'으로 판매하는 것이 사용자를 기만하는 것은 아니냐는 조직의 의견과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인간지능'으로 만들어진 보고서를 저렴한 비용에 제공 받는 것이니, 손해볼 것이 하나도 없는 장사인데, 어떠한 점에서 기만 행위가 되는가? 보통 사용자는 자신이 습득한 보고서에 관심이 있지, 인공지능이냐, 인간지능이냐는 큰 관심이 없다. 최종 사용자에게 강조되고 평가 받아야하는 것은 결과와 비용이지, 과정이 아니다.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자원이 필요하다.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스타트업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자원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큰 확신이 필요하다. 예측 가능한 사용자의 페르소나를 설정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것 같은 사람과 대면 인터뷰를 하거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질문하는 것만 가지고는 확신할 수 없다. '돈을 지불할 의지가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돈을 지불하는 행동'은 비슷한 것 같지만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많은 자원이 필요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면, 휴먼 베이스로 실제 서비스를 팔아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



기술 개발을 먼저 하지 않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


만약 내가 무제한으로 시간과 돈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면, 나는 언젠가 현세대 아이폰과 동일하거나 더 뛰어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나는 언젠가 구글보다 더 뛰어난 검색 엔진을 만들 수 있다. 나는 언젠가 테슬라보다 더 나은 자율주행 모듈을 만들 수 있다. 어디까지나 무제한의 시간과 돈이 주어진다면 말이다. 무제한의 시간과 돈이 있다면, 내가 아닌 누구도 이런 결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품이 갖고 있는 기능적 특징을 이해하고, 자신의 이해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 중등교육 이상 수준의 사고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무한정 시간과 돈을 들인 서비스나 제품이 성공을 보장하는가? 그 서비스나 제품으로 무한정 들였던 시간과 돈, 그리고 노력을 보상받을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그것은 확실히 아니다. 보상받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지긴 하지만, 여전히 실패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만약 성공의 의미가 투자 비용의 회수와 그 이상의 가치 창출이라고 한다면, 무한정 시간과 돈을 투입한 서비스는 아주 높은 확률로 실패할 것이다.

show me the money. 치트키를 사용해서 무제한의 자원을 확보하면, 게임에서 지는 게 더 어려워진다. 하지만 질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사실 실패할 가능성을 줄이는 방법은 간단하다. 돈과 자원이 많을 필요도 없다. 그냥 '팔리는 서비스'를 만들면 된다. 내가 제공하고자 하는 사용자 경험이 '팔리는 서비스'가 될지, '팔리지 않는 서비스'가 될지 알아보는 방법도 간단하다. MVP 수준에서 팔아보면 된다. MVP 역시 단순해도 괜찮다.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기술이 전혀 없이, 100% 휴먼 베이스로 서비스를 제공해도 문제없다. 대부분의 경우 구매자는 결과에 집중하지, 그 과정이 기술인지, 사람인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자금 투입은, 한 번 팔아보고 회수 가능한 금액을 현실적으로 예측한 후에 해도 늦지 않는다.


나는 대다수의 경우에서 완전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 무한정 서비스 출시를 늦추는 것, 업데이트 릴리즈 시기를 늦추는 것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고 생각한다. 2011년에 발매된 게임 "듀크 뉴켐 포에버"는 알려진 개발 기간이 14년 1개월 13일로 세상에서 가장 긴 개발기간을 가진 비디오 게임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그 오랜 기간에 걸쳐 개발한 게임이 세상에서 호평을 받았냐면, 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

14년을 개발한 게임의 세일 흔적과 유저 평점.. 이 정도 평점이 나오는 게임도 흔치 않다.


듀크 뉴켐 포에버의 개발 비화는 '완벽한 서비스'를 론치 하기 위해서 무한정 시간을 들이는 스타트업 관계자들에게 꼭 한 번 읽기를 권해주고 싶다. 서비스 개발이 장기화되면서 겪을 수 있는 모든 문제들의 총집합과 같은 사례다:

· 이 프로젝트에 투입된 개발자들은 아무런 성과를 보지 못한 채 14년을 일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초기 의욕을 품고 제품을 만들던 핵심 개발자들이 이탈했다.
· 개발이 장기화되면서, 게임 기술이 발전했다. 게임 기술이 발전하면, 기존 개발 과정을 엎고 새로운 엔진을 지원하기 위해서 다시 개발했다. (반복)
· 개발이 장기화되면서 코드 복잡도 역시 높아졌다. 너무 높아진 코드 복잡도 때문에 새로 다시 만드는 것이 나은 시점이 되었을 때도 경영진은 이미 투입된 엄청난 크기의 매몰 비용에 대한 미련으로 재개발을 결정할 수 없었다.




사용자 경험을 만든다는 것, 서비스를 만든다는 것의 최종 목적은 곧 '사용자'이다. 사용자에게 더 나은 제품을 보여주기 위해서 제품 출시를 하지 않는다는 것, 사용자에게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 어떻게 보면 굉장히 모순된 행동이다. 하지만, 우리는 많은 경우 이런 모순된 선택을 한다. 치트키를 쓰고 게임을 하는 사람처럼 무제한의 자원을 사용하려고 한다.


제품을 기획 하는 사람,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 그리고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야 한다. '나는 사용자에게 제공하기 위해서 서비스를 만드는가?' 아니면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서 서비스를 만드는가?'. '돈은 사용자가 아니면 내 만족감이 주는가?' 만약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서 서비스를 만드는 게 아니라고 한다면, 기술 개발은 나중으로 미루고 이제 좀 팔아보자. 서비스의 핵심 가치 전달과 사업 성공 가능성이 항상 기술적 완성도와 일치하거나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서비스를 계속 만들어도 괜찮을지 말지는 팔아봐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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