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 후, 나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by 유이배

고작 3개월 떠나 있었을 뿐이었지만 출산 이후 내 삶은 많이 바뀌었다. 그 엄청난 변화 속에 회사일까지 얹혀지면서 적응기간이 필요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고, 일을 다시 시작하면서 온 몸으로 그 사실을 체감하게 됐다. 결혼 전, 아니 출산 전만 하더라도 아이가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털끝만큼도 몰랐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기 싫어하는 만큼, 누군가로부터 피해를 입고 싶어 하지 않은 성격이 육아에도 온전히 적용될 거라 생각했다. 아이로 인해 내 삶을, 내 커리어를 침해받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를 낳고 난 이후 내가 변했다. '나 자신'이 내 인생의 1순위라는, 의식이 생길 무렵부터 지극히 당연했던 진리가 무너졌다. 그야말로 갓난, 세상의 모든 못난 점과는 그 어떠한 공통분모도 없는 무결점의 존재를 접한 순간, 내 세계는 흔들렸다. 기어코 무엇이든 내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다짐이 나도 모르게 내 속에서 울컥 터져 나왔다.


모성이 내게 있다니. 나도 내 자신이 낯설었다.


복직이 다가오면서는 아이의 첫 이유식, 첫 걸음마를 곁에서 지켜볼 수 없다는 사실에 한동안 우울해했다. 그러나 휴가 중에도 여러 차례 '복직할 수 있냐?'는 전화가 걸려오는 마당에 육아휴직 카드를 내밀 베짱이 내겐 없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출근하던 첫날. 익숙한 듯 낯선 책상 앞에 앉아 고작 3개월이 가져온 변화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절감했다.


과거의 나는 일에 온전히 몰두하는 삶을 살았다. 야근, 주말 근무 같은 것을 전혀 개의치 않아했다. 가족과의 시간도, 친구들의 경조사도 늘 우선순위 밖이었다. 휴가지에서도 트북을 들고 다니며 5분 대기조로 살았고 사건사고가 터지면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의 모임도 마다하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업무적 술자리는 익숙한 일상이었고, 취재원이 있는 곳이라면 야심한 시간도 마다했다. 그래도 불만은 없었다. 그런 삶 속에서 채워지는 취재원과의 네트워크들이 내 커리어의 큰 자산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 했던 내가 이제는 출근하자마자 퇴근 시간만 바라보 됐다.


나도 참, 뻔하디 뻔한 엄마가 되어버렸구나


매일 아침 잠든 아이 얼굴을 매만지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는 나, 출근하자마자 얼른 퇴근해서 아이 옆에 있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꽉 찬 나, 퇴근해서는 업무 카톡은 열어보지도 않고 아이 사진만 찍어대는 나.


회식 이야기만 나오면 곤란해하는 내 표정에 회사 동료 선후배들은 "그래. 뭐 어쩔 수 없지"라고 말했지만 돌아서자마자 '애 낳은 여자는 어쩔 수 없나보다'라고 생각할까봐 무서웠다.


업무시간만이라도 최대한 집중하려고 애썼지만, 어째서 매번 취재원들은 저녁에 만나자고 하는 것인지, 일은 왜 해도해도 퇴근시간을 넘기고야 마는 것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럴 수도 있지'라며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과거의 나와 달리 퇴근시간만 가까워지면 시험 5분전의 수험생 마냥 안절부절 못하며 불안해지는 내 자신이 나는 참 낯설고 당혹스러웠다.


'그럴거면 그냥 그만두지 뭣하러 저러고 살아' 라고 말하는 듯한 누군가들의 차가운 시선이 스치기라도 하면 나는 죄책감에 바둥거리다 하루를 보내야 했다.


그러나 시간이 더 흐르서 끙끙거리며 말도 못하는 속에서는 이런 저런 불만들이 쌓였고 결국은 스스로 이런 질문을 해보게 됐다.


아니, 내가 일하는 이유가 뭔데?
저 사람들 기분 좋으라고 일해?
결국 남편과 아이와 행복하게 살기 위해
일하는 거 아냐?


혼자의 삶을 살았던 과거에는 내 사생활을 희생시키는 것에 나 혼자 동의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이가 생긴 뒤로 같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동의 없는 아이의 희생을 전제해야 했다.


과거의 내게 1순위였던 것들이 여전히 중요했지만, 그렇다고 아이의 희생을 강요하면서 까지 얻는 성취가 무슨 의미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야근, 회식, 주말근무를 해야만
유지되는 커리어가
사실 요즘 같은 시대에
가당키나 해?


내 속의 반발심들은 임신기 겪은 울분들까지 소환해내며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렇게 열심히 일만 했던 결과가 뭐였어?
임신하자마자 무가치한 노동력 취급받고
기본적인 존중조차 못 받았는데?


사실 거의 모든 워킹맘들은 결국은 커리어와 아이와의 삶을 두고 저울질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이다. 나의 경우 일찌감치 아이에게로 무게추가 기운 것은, 임신기 겪은 설움의 영향이 매우 컸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일한 만큼 제대로 보상받고 업무 외의 것들로 부당한 비난을 받지 않았더라면 나 역시 쉽사리 마음의 결정을 내릴 수 없었을 모른다.


회사로부터 느낀 배신감은 모성이란 이름의 새로운 자아와 뒤섞여 더 이상 내 인생을 일터에 송두리째 던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글. Sophia 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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