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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이배 Oct 29. 2020

이래나 저래나 불안하긴 매한가지

그렇다면 진짜 모험을 떠나봐도 되지 않을까?

남편은 육아휴직을 했고 나는 회사를 그만뒀으니, 우리는 둘 다 백수가 돼버렸다. 


코로나로 온 나라가 공황에 빠졌을 때, 우리 둘은 직장을 등져버렸다. 이런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나로선 프리랜서로 자리를 잡아야만 하는 중요한 시기였고, 남편이 휴직을 써서 아이들을 봐준다면 참으로 고맙고 감사한 일이었다. 남들이 볼 때 우리는 참 대책 없어 보였겠지만, 당장의 안정적인 월급보다 미래의 가치에 현재를 투자하기로 한 지극히 전략적인 선택이기도 했다. 


시작은 그토록 해보고 싶었던 요가를 가르치는 일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둘째 아이 임신 전 요가강사 자격증을 땄지만, 그 후 이어진 기나긴 임신과 출산, 코로나 육아로 수업을 해보지 못했다. 다시 공부를 시작해 조금씩 수업을 열었다. 


의외의 운수 좋은 일도 있었다. 수업을 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자격증 취득 후, 유튜브에 꾸준히 요가 영상을 올렸었다. 그런데 코로나로 온라인 비대면 운동 클래스가 활성화되면서 내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홈 요가 영상을 제작해달라는 제안이 들어왔던 것이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오나니'라는 구절이 떠올랐던 순간이다.


여전히 글로 밥벌이를 할 기회들도 생겼다. 예전의 인연들은 내가 백수가 됐다는 소리를 듣자, 글 쓰는 일을 부탁해왔다. 내 글이 어딘가에 활용된다는 것은 여전히 뿌듯했다. 


물론 아직은 회사를 다닐 때만큼 돈을 벌지는 못한다. 하지만 회사를 계속 다녔더라면 돌봄의 외주화로 인한 지출 비용이 컸을 것이니, 전체적인 가계경제는 크게 나빠지지 않았다. 


물론 프리랜서의 일이 그러하듯,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지속될지 모른다는 불안함은 있었다. 하지만 회사원의 삶이라고 불안함이 없던가. 흔히들 프리랜서는 불안정하고 4대 보험이 적용되는 회사원의 삶은 안정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회사를 다닐 당시 내가 느낀 안정감은, 당장 다음 달 월급이 예상된다는 정도였다. 딱 고만큼의 안정감 때문에 회사 바깥의 세상이 늘 두려웠다. 


어차피 회사는 우리의 노후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지극히 예상 가능한 인생의 변수만으로도 속절없이 흔들린 커리어다. 남자들이라고 크게 다르진 않았다. 여자들보다 상대적으로 상황이 낫긴 하지만 그들도 회사 내에서 처절한 경쟁에 시달린다. 그 안에서 도태된다면 정년은 무슨, 40대에도 회사를 나와 방황하는 선배들을 많이 보았다. 치킨집이 그렇게 많은 건 다 이유가 있다.


휴직 중인 남편과 프리랜서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 나는 의견을 한데 모았다. 어차피 이래나 저래나 불안한 것이 마찬가지라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속박당하지 않고 노후의 밥벌이도 스스로 헤쳐나가 볼 수 있는 진짜 커리어를 지금부터 찾아나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런 삶을 차차 꾸려나가기 시작할 무렵, 이런 생각이 번뜩 들었다.      


“정기적으로 출퇴근을 할 필요도 없고 시간에도 얽매이지 않으면서 돈을 벌 수 있게 된다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꼭 서울에 살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시간의 속박에서 벗어나 보니 장소의 속박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양평에 집을 짓기로 하고선 가장 걸리는 문제는 아무래도 출퇴근이었는데, 해결의 실마리가 차츰차츰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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