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편단심.카사노바.금사빠.미저리
나는 참 질리지 않는다. 무엇이든 쉽게 좋아하지 않지만 한번 좋아하면 계속 그 마음이 잘 바뀌지 않는다.
같은 일을 12년째하고 있는데도 이 일이 너무 좋다. 처우, 동료, 연봉 이런 것을 차치하고 딱 일만 봤을 때 말이다. 또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그들이 진단한 내 직장 생활의 가장 큰 문제는 아직도 일이 너무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른 생각을 안하고 한 자리에만 있으며 그렇게 일 해줘봐야 회사는 모르고 결국은 남 좋은 일 시키는 거라고... 빨리 네 일을 하라고. 딴 주머니 차라고. 참고로 나는 이 일을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하고 싶었다. 첫 꿈이었고 한번도 변한 적이 없다. 그때부터 계산하면 25년 넘게 좋아하고 있다.
연애도 시작하면 2년 넘게 만나는 것 같다. 질리거나 한 눈을 팔거나 하는 이유로 헤어지지는 않았다. 음...생각해보니 적어도 '내가' 그러지는 않았다고 정정해야겠다.
음식도 그렇다. 몇 년전 밀크티에 빠진 적이 있다. 늘 같은 시간에, 같은 편의점에서, 같은 밀크티를 9개월 동안 먹은 적이 있다. 대수롭지 않게 여긴 일인데 주변인들 중 이상하게 쳐다보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그렇다고 정신병은 아니다. 뭐 그렇다고 할 수도 있나?...
굳이 변명을 하자면 같은 시간에 출근했고, 출근길 동선에 있는 편의점이었다. 같은 밀크티는...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냥 맛있어서 계속 마셨고, 9개월만 먹은 이유는 단종됐다. 질려서 안 마신건 아니였다.
주식 투자에도 그런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종목을 사면 1~2년은 기본이고 5년, 10년 씩 들고 있다.
주식은 장기 투자해야 성공한다고 누가 그러던가! (워런버핏이 그랬다)
그는 틀렸다.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장기투자든 단기투자든 다 하기 나름이다.
내 장기 투자는 서로 애정과 관심이 식었는데 호적 정리 못하는 황혼의 노부부같은 상황이다. 손실이 너무 커 팔지도 못하고 들여다 보면 열받는 포트폴리오.
미련둥이 연애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된다.
여기에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미련둥이가 한을 품으면 가끔 미저리, 스토커로 흑화하기도 한다. 요즘은 드물지만 옛날 드라마에는 사법 고시 뒷바라지가 간혹 소재로 등장했다. 많이 배우지 못하고 잘나지 않은 가난한 여주인공이 힘들게 남자친구가 사법고시에 패스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하고, 남자는 합격 후 배신을 한다. 여자는 한을 품고 남자를 망가뜨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지리 않는 그런 내용이다. 심은하님의 '청춘의 덫' MZ세대! 그대는 아는가? 꼰대소리는 뒤로하고 무튼 그런게 있었다.
주식투자에서 외사랑이 심한 경우 빚을 내서 투자한다. 영혼까지 끌어모은다. 정신을 차려보니 밑빠진 독이었다. 신용으로 산 것이라 일정부분 하락시 반대매매로 정리됐다. 결국 큰 손실을 보고 정신이 돌아버린 것이다. 주식투자의 미저리형은 안티가 되는 것이다. '내가 갖지 못한거 망가뜨려주겠어!' 이런 심산으로 각종 커뮤니티 전전하며 악플로 도배를 한다. 해당 회사 주식 담당자에게 미친듯이 전화를 걸어서 괴롭히는가하면 주주총회장에도 등장한다.
회사를 향한 외사랑도 있지만 추천인을 향한 경우도 있다. 주식 투자를 하면서 멘토로 삼는 사람이 있다거나 주식카톡방(?)과 같은 리딩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처음에는 의심하고 두어번 수익이 나면 그 사람 혹은 서비스에 대한 확신으로 바뀐다. 그 후부터는 무한 신뢰를 보낸다. 믿은 만큼 배신감도 큰 법. 큰 손실을 보고 안티로 돌아서면 답이 없다. 공개적인 비난과 직접 대면 컴플레인 등 수많은 방법으로 괴롭힌다.
오죽 힘들면 그럴까 생각도 들고 주식 바닥에 그만큼 사기꾼이 만다는 생각에 헛헛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분들께는 꼭 드리고 싶은 말씀 "투자판단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공인인증서나 OTP, 인감도장을 도둑 맞은게 아니라면, 매수 버튼을 당신이 눌렀다면 추천에 있어 거짓이 없었다면 그 선택의 책임은 온전히 본인에게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시길.
정반대의 스타일은 카사노바형. 한 사람에 만족하지 못하고 두루두루 관심을 가지며 연애 기간도 3개월 채우기 힘든 유형이다. 매수도 매도도 쉬운 타입이다. 수익을 많이 안겨줘도 오래 함께하면 뭔가 모르게 지루함을 느껴서 익절, 손실을 주는 종목은 매력없어 일찍 손절한다. 이런 이들의 특징은 늘 주변에 이성이 많다. 내 것이든 아니든 가능성은 열어둔다. 이것을 주식투자에 접목시키면 관심종목 많은 타입이 여기에 해당한다. 언제든 때가 오면 매수를 할 준비가 돼 있고 모두 가능성을 열어둔다. 또 두루두루 하는 것도 많다. 언뜻보면 선수같지만 실상을 알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이성이 많아도 늘 풍요 속의 빈곤에 허덕이는 카사노바들도 많다. 어디하나 마음 둘 곳 없는 것이다.
카사노바형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로 빛 좋은 개살구들이다. 남들은 주식을 엄청 잘 아는 것 같이 생각하지만 막상 계좌 수익률이 좋은 사람은 많지 않다.
또다른 연애 스타일로는 금사빠형이 있다. 요즘은 한물 간 신조어지만 그래도 이만한 표현이 없어 가져왔다. 금사빠 : 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 첫 눈에 반하기를 반복하고, 자주 데스티니를 외치는 타입이다. 낙천적이고 사람을 잘 믿는 사람들 중 이런 스타일이 많다.
한번 빠지면 그의 모든 것이 좋아보며 검증? 의심따위는 하지 않는다. 빠르게 마음 속 지분율이 높아진다. 그에 따라 일희일비하고 종일같이 있는 것처럼 연락하고 자주 만난다.
주식 투자의 금사빠는 조그마한 호재에 격하게 반응하며 마치 금광이라도 만난듯 금방 매수를 한다. 일단 담은 이상 호재만 쳐다보며 비중을 급격하게 늘린다. 하루에도 열 두번 계좌를 열어본다. 그러나 오래 가지는 않는다. 처음에 매력을 느꼈지만 하나 둘 씩 단점이 보인다면 그 한없이 가벼운 사랑은 금세 식어버린다. 손절도 수익도 빠른 스타일. 카사노바형과 차이가 있다면 금사빠형은 분산 투자가 아니라 올인을 한다. 다만 단기라는 점은 간과해서는 안된다. 금사빠형은 적어도 한번 빠지면 여기저기 가능성을 열어두는 어장 관리형 포트폴리오를 구사하지는 않는다.
얌전한 고양이형도 있다. "있잖아요 ☞☜ 아무것도 몰라요~" 내숭을 떠는 건지, 진짜 모르는 건지 그런 사람들이 있다. 인물, 능력, 집안 아~~~무 것도 안따지고 사람만 보고 골랐는데 알고보니 백마 탄 왕자였다는 것이다. 교묘한 기술도 없었다. 애쓰지도 않았다. 눈 떠보니 왕자의 품이란 것이다. 주식 투자에도 이런 유형이 있다. 주식의 '주'자도 모르는 주린이인데 그냥 사기만 하면 무조건 수익을 내는 사람이 있다. 팔자에 '金'이 얼마나 들어있는 것인지 손만 대면 금으로 만드는 사람들이다.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여러분들은 어떤 유형에 속하는가? 딱 어떤게 좋다고 추천할 수는 없다. 이런 모든 연애도 단 한명의 동반자를 잘 고른다면 결국 위너이듯 단타형? 몰빵형? 어떤 투자를 하듯 수익만 낸다면 당신은 위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