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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돌이 Jun 20. 2024

살 빠지셨어요

 노화시리즈 - 외모

50이 넘으면서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에게 듣기 싫은 말들이 있다. 머리 숱이 적어졌다, 흰 머리가 늘었다는 말을 인사라고 하다니. 면전에서 나이 들어 보인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드물지만 있다. 요즘은 살 빠지셨네요 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


10년간 체중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늘 64kg 내외로 유지해왔다. 체형과 얼굴이 나이가 들면서 변했나 보다.


아는 것이 병이다. 폐계내과를 공부하다 보면 내 몸은 온통 폐관련 질환으로 채워진다. 암을 공부하면 머릿속에는 암에 대한 공포로 가득 차게 된다.

나이 들어서 급작스러운 체중 변화는 좋지 않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가장 큰 불안은 암이다. 유전적인 소인까지 있다면 더 불안해진다. 매년 받는 건강검진에서 불합격이라도 받을까봐 불안하다. 살 빠지셨네요는 외모적 노화보다는 건강에 대한 두려움을 자극한다.


머리 숱은 나이에 비해서는 아직 풍성한 편이다. 흰 머리는 염색약 부작용 때문에 진작에 포기했다. 살은 조금이라도 노력해보자. 의학적으로도 나이가 들면 근력 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한다.



운동은 고역이다. 운동은 스트레스다. 운동은 의지가 필요하다. 코로나 전까지는 운동이 퇴근 후 일상의 큰 부분이었다. 주 1~2회 꾸준히 PT를 받았고, 팀매드에서 주 3회 이상 킥복싱 수업을 받았다. 나보다 나이 많은 분이 다른 체육관으로 옮긴 후, 내가 최고령이 되었다. 아니다. 나이 많은 신규 회원이 중간에 들어와서 그분이 나 대신 최고령이 되셨었다.



운동으로 일상을 채우던 때 체중이 65kg 정도였다. 지금도 체중은 64kg 정도로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운동은 걷기 위주로 바뀌면서 근육이 많이 빠졌다. 보는 사람마다 살이 빠졌다고 한마디씩 한다. 체중은 그대로라고 굳이 말해도, 살이 빠져보인다고 한다. 퇴근해서 체중계에 올라가 보면 체중은 그대로다. 혹시 건강상의 문제라도 있는 게 아닌지 신경이 쓰인다.


근육살이 뱃살로 모였나?


건강과 관련된 노화는 주관적이라 말하지 않으면 남들이 알기 힘들다. 외형적인 노화는 남들이 알기 쉽다.

흰머리가 많아졌네요? 염색이라도 하세요! 정수리 머리숱이 적어졌네요? 흰눈썹이 많네요?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외형적인 노화는 참 듣기 싫다. 질병이 아닌 정도의 신체적 노화는 아파서 당장 일상의 문제가 아니라면 굳이 애쓰지 않는다. 외형적 노화는 역시 신경쓰인다.


인스타그램을 하다 피부노화에 좋다는 말에 낚여 제품을 주문했다. 아내와 아이들은 괜히 놀린다.

염색 안 하겠다고 하지만 정말 안전한 제품이라는 말에 피부테스트라도 해본다. 아니나 다를까 발진이 올라온다.

피부클리닉을 하셨던 원장님이랑 티타임을 하면서 은근슬쩍 피부노화에 좋은 약침을 물어본다.

양방 원장님의 친구가 유명한 피부과 원장님이란다. 티타임을 하며 같이 안티에이징 프로그램을 하러 가자며 우스갯소리를 한다.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으셨는지 아직 소식이 없다.


살 빠졌단 소리보다, 내 나이로 보인다는 말은 더 싫다.




50이 넘으면서 듣기 싫은 말들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나이 들어감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이 드러난다. 특히 외형적인 변화에 대한 지적은 아무리 사소해 보여도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이제는 건강과 외모를 모두 신경 쓰는 시대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다. 나이와 함께 찾아오는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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