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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나쁜 습관을 끊는 전략들

습관이 인생을 바꾼다: 지우고, 새기고, 지켜라

by 골드펜

“미루지 않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지금 하는 것이다”


나에게도 버리고 싶은 습관이 있다.
겉으로 보기엔 할 일을 잘 챙기고, 일정도 차곡차곡 정리하는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노트 몇 장만 들춰보면 안다.
당장 해야 할 일, 떠오른 아이디어, 미뤄둔 일들이 끝도 없이 적혀 있다.


예를 들면, 매주 한 편씩 써야 하는 칼럼.
기획부에서 월요일마다 주제를 보내오는데,
나는 그걸 2~3주씩 미뤄뒀다가 한꺼번에 몰아서 쓰는 습관이 있었다.
막상 쓰기 시작하면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그전까지는 손이 가지 않는다.
이게 바로 습관이다.
행동보다 미루는 흐름이 먼저 몸에 배어 있는 상태.


처음엔 메모앱도 써보고, 다이어리도 쓰고,
할 일 노트에 체크리스트도 만들었다.
하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그러다 기준을 하나 바꾸기로 했다.
‘주기적으로 해야 할 일’과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나누는 것.


주기적인 일은 알림을 설정해서 자동으로 리마인드되게 만들었다.
하지만 정해진 주기가 항상 나에게 맞는 건 아니었다.
예를 들어, 매주 두 편씩 브런치에 글을 쓰려 했지만,
해보니 일상과 병행하기엔 무리였다.
그래서 일정을 주 1회로 조정했다.
머릿속으로만 '해야지'를 반복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기보다,
알림을 통해 일정을 구조화하고, 머릿속은 가볍게 비우는 편이 훨씬 나았다.


반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노트에 쭉 적는다.
하나씩 지울 때마다
몸을 누르던 압박감이 조금씩 걷히는 기분이 든다.
노트 한 페이지를 모두 완료하면
크게 동그라미를 그리고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
그 작은 동작이 꽤 큰 성취감을 남긴다.


물론 당장 못한 일도 있다.
그건 뒷장으로 옮겨 적는다.
더 여유를 갖고 진행해야 할 일이라면
장기 할 일 노트로 분리해서 관리한다.
일상 안에서는 스트레스를 덜어내는 방식이다.


습관이 쉽게 바뀌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 스스로 만든 흐름에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크게 불편하지도 않으니 고칠 필요도 못 느낀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필요한 건
‘이건 불편하다’는 자각이다.


남이 “그건 고쳐야 해”라고 말했을 때,
우리는 흔히 그걸 ‘잔소리’라고 받아들인다.
아무리 애정이 담긴 조언이라도,
듣는 사람에겐 불쾌하거나 부담스러울 수 있다.
결국, 내 안에서 먼저
‘이건 좀 이상하다’는 신호가 떠올라야 변화가 시작된다.


조언이 도움이 되는 순간도 있다.
나는 식사할 때 늘 말없이 밥만 먹는 편이었다.
집중이라고 생각했고, 나름의 식사 방식이었다.
그런데 가족은 그걸 ‘대화 없는 식탁’이라 느꼈다.
나는 대화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면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있었던 거다.
상대에게 관심을 갖고, 공감하려는 마음이 부족했다.
그걸 지적받고 나서야,
나는 '말은 했지만 대화는 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그 작은 자각이 나에게는 전환점이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깨어 있는 마음이다.
습관도, 미루는 행동도, 조언을 흘려듣는 것도
모두 내 안에서 일어난다.
스스로를 조금 멀리서 바라보는 감각,
그게 있어야 흐름을 바꿀 수 있다.


공자님도 말씀하셨다.
“배우고, 때때로 익혀라.”
배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일 것이다.
습관은 익히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리고 바꾸는 것도, 결국 같은 방식이다.
알고 있는 것을, 실제로 반복하는 것.
그게 습관을 바꾸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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