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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좋은 습관은 어떻게 유지되는가

by 골드펜

“지속은 의지가 아니라 구조에서 나온다”


좋은 습관은 시작보다 유지가 더 어렵다.
결심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결심을 실천으로 이어가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해야지’라는 마음만으로는
오래 붙잡을 수 있는 습관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나는 그걸 ‘걷기’라는 습관을 통해 배웠다.


사람들은 내가 운동을 꾸준히 잘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절반만 맞는 말이다.
내가 운동을 시작한 건 40대 중반.
몸이 무너지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며 퇴근 후엔
영양제를 맞아가며 겨우 하루를 버텼다.
그때 체력을 올리기 위해 처음 시작한 게 걷기였다.


처음에는 오직 몸의 건강을 위한 운동이었다.
그런데 걷다 보니,
자연스럽게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고
최근 겪은 일들을 곱씹으며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되었다.
걸으면서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하고,
조용히 내 안을 들여다보는 마음의 운동이 되기도 했다.


더운 여름, 추운 겨울, 비가 오는 날도 빠지지 않고 걸었다.
태풍 예보가 있던 날 무리하게 나섰다가
비바람에 큰일 날 뻔한 적도 있었고,
알사탕만 한 우박을 직접 맞으며 걷기도 했다.
술을 마신 다음 날, 몸살 기운이 느껴질 때조차도
오히려 걷는 게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았기에
몸을 일으켜 나섰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확실히 알게 됐다.
지속 가능한 습관은, ‘해야지’라는 각오보다 ‘하게 되는 구조’에서 만들어진다.


걷고 나면 몸이 가벼워졌고,

답답했던 속도 풀리듯 시원해졌다.
무엇보다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걷는 동안 흩어져 있던 생각들이 제자리를 찾고,
그 덕분에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됐다.
그런 변화들이, 자연스럽게 또 걸어 나가게 만들었다.


그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나는 그 위에 나만의 구조를 하나씩 쌓아갔다.
처음으로 비싼 러닝화를 사보았고,
오래 입을 수 있는 트레이닝복도 준비했다.
좋아하는 음악, 정해진 시간대,
걷기 전후의 작은 루틴들까지
모두 걷기를 일상에 묶어두는 장치가 되었다.


물론 중간에 흔들릴 때도 있었다.
“오늘은 추우니까.”
“하루쯤은 안 걸어도 되겠지.”
그런 생각이 스치고 나면,
그날은 그냥 넘어갔다.
그게 몇 번 반복되자
어느새 걷는 날보다 안 걷는 날이 더 많아졌다.


그 무렵엔 골프 연습도 막 시작한 시기였다.
연습을 마치고 나면 곧장 집으로 향했고,
걷기는 점점 뒤로 밀려났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연습으로 뭉친 근육을 풀려면 걸어야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걷기를 회복하는 방식을 바꿨다.
시간이 애매하면 먼저 걷고 연습을 하고,
‘걷기를 해야 연습도 더 잘된다’는
나만의 프레임을 다시 걸었다.
습관을 되살리기 위해
나는 구조부터 다시 손봤다.


그때 또 한 번 확신하게 됐다.
습관은 각오로 유지되지 않는다.
잠시 멈추는 건 괜찮다.
중요한 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구조를 스스로에게 만들어두는 일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어떤 한 가지라도 꾸준히 해낸 경험이 있다면,
그건 인생 전체를 끌어당기는 힘이 된다.
지속은 작은 습관 하나에서 시작되지만,
그 영향은 훨씬 더 넓은 영역으로 퍼져나간다.


계속 습관으로 만들지 못하는 일이 있다면,
아직 내 안에서
‘정말 해야겠다’는 기준에 이르지 못한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리듬이 있고,
어디선가 반드시 자신을 바꿔줄 하나의 습관이 기다리고 있다.


나는 믿는다.
걷기라는 습관이 내 삶을 바꾼 것처럼,
당신에게도 그런 한 가지가 반드시 있을 거라고.


피곤하다고 운동을 미루는 게 아니라,
피곤하니까 운동을 해야 하는 날이 있다.
운동은 몸과 마음을 담는 그릇이고,
그 그릇이 클수록
삶을 감당하는 힘도 함께 커진다.


습관은 그 그릇을 키우는 과정이다.
억지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머물고 싶은 방향으로
스스로를 천천히 이끄는 일이다.


결국,
좋은 습관은 결심이 아니라 설계다.
지속 가능한 구조,
작은 보상,
익숙한 흐름이 만들어낸 결과다.


삶을 바꾸고 싶다면,
작고도 강한 습관 하나를 지켜라.
그 하나가 언젠가 당신을 완전히 바꿔놓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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