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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좋은 습관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2부 좋은 습관의 시작

by 골드펜

“처음은 작게, 흐름은 길게”


좋은 습관은 결심으로 시작되지 않았다.
내게는 절박함이 먼저였고,
그 절박함 속에서 무언가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따라왔다.


지금 돌아보면,
내가 ‘독서’를 습관처럼 시작한 건 30대 어느 무렵이었다.
경제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였다.
과장 없이 말하면, 2년 가까이 옷 한 벌 사지 못할 정도로 벼랑 끝에 몰려 있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매일 퇴근 후에 스타크래프트를 하며
현실을 외면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그냥 이렇게 하루하루 버텨야지’
스스로를 설득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런 하루가 반복될수록,
내 안에서는 조금씩 균열이 생겼다.
“이러다 정말 아무것도 안 남겠다”
그 생각이 들면서,
나는 무언가를 바꿔야 한다고 느꼈고,
그 첫걸음으로 책을 집어 들었다.


처음엔 어려운 책이 아니었다.
글씨가 크고, 말투도 친절한 자기계발서를 골랐다.
읽고, 반성하고, 다짐하고—
그 단순한 반복이, 어느새 내 안을 바꾸고 있었다.


이 습관을 만들기 위해 내가 했던 건
‘다짐’보다 ‘태도’였다.
취미로 시작한 게 아니었다.
이건 나에게 생존의 돌파구였고,
그래서 수험생처럼 매일 책을 읽었다.
하루 한 장이라도 읽어야 한다는
조용한 강박으로 스스로를 이끌었다.


물론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
책이 위로는 되었지만,
당장의 현실을 바꾸진 않았다.
경제적 상황은 여전했고,
자신감은 조금씩 생겼지만
그 자신감으로는 바로 삶을 바꿀 수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책을 놓지 않았다.
읽으면서 쌓인 게 있었다.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고,
그 자신감이 나의 일상을 다시 움직이게 했다.
변화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 내면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나는 지금도 생각한다.
좋은 습관은,
하고 나면 마음이 아는 것이라고.
힘들지만 찜찜하지 않고,
버겁지만 후회되지 않는다.
그걸 하고 난 뒤에는
“잘했다”는 말이 먼저 나온다.


습관은 그렇게 내 안에서
작고 조용하게 만들어진다.
그걸 반복할 수 있다면
삶은 바뀌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는 말하고 싶다.
아무리 좋은 약도,
스스로 먹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습관도 마찬가지다.
누가 만들어줄 수는 없다.
내가 직접 시작하고,
내가 반복해야 한다.


지금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더라도 괜찮다.
오늘의 이 작은 반복이
내일의 나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
그 믿음 하나면 시작할 이유는 충분하다.
그 믿음 하나로, 나는 다시 책장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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