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이 인생을 바꾼다: 지우고, 새기고, 지켜라
“고치기 전에, 먼저 알아차려야 한다”
습관은 자주 반복하는 행동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의식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하게 되는 단순한 반복이다.
문제는, 그런 행동이 일상이 되고,
어느 순간 내가 아니라 습관이 나를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엔 단순한 낙서였다.
종이에 글씨를 흘려 쓰듯,
생각나는 문장, 그날의 감정, 스쳐간 단어들을
형식 없이 써 내려가는 나만의 일기 같은 것이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아니고,
딱히 완성된 글을 쓰려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하루를 정리하고, 마음을 비우는 시간이었다.
하루의 피로를 푸는 나만의 방식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 시간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낙서를 하지 않으면 뭔가 빠진 것 같았고,
그 시간이 없으면 하루가 어딘가 불완전하게 느껴졌다.
처음엔 그저 편안함이었는데,
이제는 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안해지는 느낌이 남았다.
낙서는 점점 내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일이 되어갔다.
아이들이 학원에서 돌아오는 시간,
나는 여전히 펜을 쥐고 있었고,
아이들을 반기기보다는 조용히 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그게 이상하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 시간만큼은 방해받고 싶지 않았고,
그걸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이상한 일이다.
낙서를 하지 않는다고 무슨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닌데,
그걸 지키겠다고
정작 더 소중한 순간들을 뒤로 밀어내고 있었던 거다.
처음엔 힐링이었다.
하루의 감정을 정리하고, 나를 회복시키는 소중한 시간.
그런데 그 시간이 점점 ‘해야만 하는 일’이 되었고,
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게 습관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너무 익숙했고, 나름대로 의미 있다고 믿었으니까.
그러다 어느 날, 가족들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요즘 너무 예민한 것 같아.”
“괜히 말 걸기 어려워.”
별말 아닌 것처럼 들렸는데,
이상하게 마음 한쪽이 찔렸다.
그 한마디들이, 꽤 깊숙이 박혔다.
그제야 알게 됐다.
나는 낙서를 하는 동안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두 무시하고 있었던 거다.
누군가 말을 걸면 짜증을 내고,
도움이 필요하다는 신호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그런 나를 보며 가족들이 느꼈을 거리감,
그게 상상이 가고 나서야,
나는 펜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렇게 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불안은 상상이었고,
일상은 여전히 나를 기다려주고 있었다.
습관을 인식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너무 익숙한 탓에 문제라고 느끼지 못하고,
그 행동을 정당화할 이유는 얼마든지 떠오른다.
때로는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그 습관을 보호하기도 한다.
그래서 혼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주변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불편하게 들리는 이야기 속에
진짜 변화의 실마리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나쁜 습관은 이미 내 안에 깊이 스며 있다.
익숙함이 되어버린 그 흐름을
스스로 끊어내는 건 결코 쉽지 않다.
그러니 때로는,
주위의 조언을 조용히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하다.
습관을 인식하는 건, 단지 시작일 뿐이다.
익숙함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 감춰진 이상함을 알아차리는 일.
그걸 해냈다면,
이제는 그 흐름을 어떻게 바꿔갈지
고민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