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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습관의 메커니즘: 자극 – 행동 – 보상

by 골드펜

“행동은 기억되고, 보상은 반복된다”


습관은 특별한 계기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작은 자극이 반복되면서, 무심한 흐름 속에 스며들고,
어느 순간, 아무 생각 없이 반복되는 행동으로 굳어진다.


하루에도 몇 번씩, 해야 할 일이 머릿속을 스친다.

알림이 울리기도 하고, 노트에 적힌 목록이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아무 이유 없이 문득 떠오를 때도 있다.

그때마다 ‘해야지’라는 생각은 분명히 든다.
하지만 정작 움직이지 않는다.
그 순간 딱히 바쁘지도 않고, 시간이 없지도 않은데도
몸은 어느샌가 딴짓을 하고 있거나, 그냥 가만히 있다.


처음엔 나름 이유가 있었다.
당장 하지 않아도 별일 없었고,
조금 늦게 처리해도 문제 될 건 없다고 생각했다.
몇 번을 그렇게 넘기다 보니,
언제부턴가 미루는 게 더 익숙해졌고, 오히려 편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일이 쌓이다 보면 결국 누군가가 재촉하게 되고,
그제야 급히 처리하면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상할 만큼 속이 시원했다.
마치 밀린 숙제를 한꺼번에 끝낸 날처럼 마음이 후련했다.

그 느낌은 은근한 보상처럼 남았고,
어느새 나도 모르게 다시 미루는 쪽을 택하고 있었다.


이처럼 습관은 ‘자극–행동–보상’이라는 구조로 움직인다.

뇌는 어떤 신호(자극)를 인식하면, 자연스럽게 특정 행동으로 이어지게 만들고,
그 행동을 한 뒤 기분 좋은 결과가 따라오면,
그 과정을 기억해서 다음에도 똑같이 반복하려 한다.


예를 들어보자.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 피곤함을 느낀다.
그게 자극이다.
피로함을 덜기 위해 맥주를 한 캔 따 마신다.
그게 행동이다.
긴장이 풀리면서 머리가 맑아진다.
그게 보상이다.


이 고리가 반복되면, 뇌는 "피곤하면 맥주"라고 기억한다.
다음에는 피곤하지 않아도, 집에만 오면 맥주를 찾게 된다.
그게 바로 습관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해야 할 일이 떠오를 때마다, 자연스럽게 미루는 쪽을 택하고 있었다.
‘지금 안 해도 괜찮아’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면,
몸은 어느새 멈춰 있었고, 행동은 뒤로 밀려났다.

딱히 큰 이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하지 않는 게 더 편했을 뿐이다.
그러고 나면 잠시나마 마음이 가벼워졌다.
의무에서 벗어난 듯한 그 해방감이,
내 안에 조용히 쌓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반복된 편안함은 습관의 형태가 되었고,
한 번 굳어진 흐름은
의식적으로 끊어내지 않으면 멈추지 않았다.


회의록만 봐도 그렇다.
매주 회의를 하고, 그날그날 정리한다고 생각했다.
잠깐 미뤘던 것뿐이라 믿었는데,
어느새 한 달, 두 달씩 밀려 있었던 거다.

회의가 끝나면 정리하자고 알림도 설정해봤지만,
막상 알림이 와도 확인만 할 뿐,
‘정리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회의가 끝나면 바로 회의록을 쓰는 루틴을 만들었다.
꼭 당일에 못 쓰더라도, 예전처럼 몇 주씩 밀려 쌓이지 않도록
조금씩 습관을 바꿔가기 시작했다.


물론 완벽하진 않다.
시간이 지나면 또 미루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 흐름을 인식하고,
행동을 끌어낼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기 때문에
예전보다는 훨씬 나아졌다.


습관은 무의식적으로 작동한다.
자극이 오면, 자동처럼 행동하게 되고,
그 결과가 보상으로 이어질 때 뇌는 그 과정을 저장한다.
이 반복이 고리가 되어, 나를 조용히 지배하게 된다.


그걸 끊으려면 일단 그 흐름을 인식해야 한다.
자극이 뭐였는지, 어떤 행동을 반복하는지,
그 행동이 어떤 보상을 남겼는지 들여다보는 게 먼저다.


나쁜 습관도 결국 내가 만든 것이다.
해야 할 일을 미루는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그런 나 자신에게 점점 실망하게 된다는 거다.

‘왜 또 못했을까’, ‘왜 또 미뤘을까’
스스로를 자꾸만 탓하게 된다.
그런데 그 일들,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나를 위한 일이다.
누굴 위한 것도 아니고, 내 삶을 더 나아지게 하려는 행동들이다.

그렇다면 나를 탓할 필요는 없다.
대신, 내가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구조를 만들면 된다.
억지로 밀어붙이기보다,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환경과 흐름을 바꿔주는 것.
그게 내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진짜 도움이 아닐까.


방법은 있다.

스스로를 탓하는 대신,

행동하게 될 구조를 만들면 된다.

그 순간부터 변화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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