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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코치 신은희 Sep 06. 2021

자기돌봄데이가 필요한 이유

나는 내가 잃어버리지 않을 유일한 사람이니까.

요즘 다시 어지럼증이 발현됐다.

가만히 앉아있거나 누운 상태에서도 빙빙 돌다 멈춘다.


작년11월에 그렇게 데이고도 나를 또 굴렸나 싶어서 늦었?지만 8월부터 매월 하루는 온전한 '자기돌봄데이' 로 일정을 픽스해두었다.


나를 의도적으로 쉬게 하는 날인거다.


나를 쉬게 한다고 해놓고선 어딘가 자꾸 가서 무언가 하고 싶었던 나는 오늘도 두잉을 과잉해버릴 뻔했다.


원래는 미술전시 보러가고팠는데...

월요일이라 휴무고

바다는 여전히 보고픈데...

10시부터 4시 사이에 갔다오자니 좀 짧았다.

가보고팠던 카페를 가자니

나는 혼자 조용히 있는게 좋은 사람이라

그것도 선택지에서 배제.


지혜를 얻고자 숲으로 갔다.

그 숲에도 무언가 탐색하는 사람이 보였다.

그는 무엇을 발견하고 싶었을까?

나는 여기서 어떤 지혜를 구하고 싶었을까?

2시간을 과속하며 탐독하다 여러 번 소름 돋았다. 들어오는 길 바닥에 비춰보이던 글귀 '문자는 문화가 담긴 파노라마이자 영감이 가득 찬 예술이다' 처럼 내가 오늘 책 속에서 만난 인사이트는 총천연색이었다.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 부터 '창밖 뉴욕', '나라는 여자', '10cm예술2' 순서로 읽었다.

그 중 단연 위안이 됐던 책 1위는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유 책이다. 그냥 딱 펼치자마자 돌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완전 텔레파시 통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 심금을 울리고 환희의 눈물이 솟아나게 했던 책은 고 김점순 화가의 책 '10cm예술2' 이다. 이렇게 멋진 분이 로즈와일리나 모지스할머니처럼 좀 더 장수하셨다면 대한민국 미술사는 얼마나 더 달라졌을까. 경탄을 금치 못하며 나도 모르는 새, 그 분을 내 예술 롤모델로 등극시켜버렸다.

종일 읽고 싶었지만 어제의 나님이 예약해놓은 장소로 이동해야했다. 다음에도 지혜를 구하러 오리라 마음 먹고 잠시 거닐었다.

파주 지혜의 숲 전경

코로나 때문에 아쉽게도 고즈넉한 나무데크 산책길은 막혀있었지만 바라만봐도 좋았다.



2차?는 머물 공간으로 이동 전 그 근처서 식사하 미션?! 바로 프로방스다! 언제 가도 시간이 늘 부족한~ 볼거리 많은 이 곳! 오늘따라 아쉽고 가슴아팠던게 코로나 여파로 가게 1/3이 폐업을 한 것이다. 가게 안도 가게 밖도 텅 빈 생소한 느낌...

텅 빈 프로방스

곳곳이 포토스팟이요, 늘 행랑객들로 붐볐는데 골조를 드러낸 면면 들을 보니 얼마나 더 버텨야 희망이 찾아오누... 상념에 잠긴 것도 잠시, 눈앞에 못보던 레스토랑이 있어서 들어갔다.


빠네파스타를 시키곤 화덕을 바라보며 나만의 불멍을 시작했다. 급할 것도 없고 재촉할 이도 없는 이 순간이 더할 나위없이 평온했다.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강의와 코칭이 업이라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말하는데 쓰는 나에게 이렇게 묵언 상태로 있을 수 있는것은 평안 그 자체였다. 집에선 퇴사한 남편이 24시간 내내 상주하며 늘 깜빡이도 안켜고 대화 빙자 자기말을 시전하기 때문에, 귀를 쉴 수가 없다. 그러니 쉬려면 집밖으로 나오는 수밖에...

이런 빠네파스타는 처음이었다. 양은 거의 2인분에 해물도 엄청 많이 들어갔고 적당히 매콤한 로제크림에 빵은 버터리하고 겉바속촉이라 술술 넘어갔다.


혼자 있으니 오로지 음식의 맛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여기를 애들하고 오면 계속 먹여주고 요청에 부응하느라 내건 식었을터... 뜨거운 파스타는 참 오랜만에 먹었다. 



부른 배를 만족스럽게 두드리며 하이라이트? 공간으로 향했다. 처음 시도해본건데 야놀자 앱을 통해 3시간 공간 대실을 했다. 공간을 찾다보니 새로운 트렌드가 보이더라.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늘어서 브랜드 호텔들도 4시간, 반나절, 나이트 등의 재택근무패키지를 가성비있게 내놓은게 아닌가?


나만의 공간이 절실하게 필요한데 가끔은 시끄러운 카페보다 혼자 누릴 수 있는 그런 공간을 찾아 일해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호텔같은 모텔의 한강뷰 객실을 3시간 빌렸다.

배가 부르니 들어가자마자 기분좋게 낮잠을 자고, 다이어리에 일기도 쓰고, 내 로망 욕조에서 버블입욕제 풀고 재즈를 들으며 목욕도 했다.


4시20분. 이제 엄마로 돌아갈 시간이다.

그냥 집에 있을땐 애들이 돌아오는 시간이 다되가면, (미안하지만)숨막혔다. 보통 일을 다 마무리하지 못했거나 계속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답답한 경우도 많았다.


나는 인디펜던트 워커인데 직장인처럼 나인투씩스(실은 10시부터 4시...)로 일해야 하나. 일의 흐름이 붙었을때 더 바짝 이어나가고 싶은데 중간에 맨날 끊어야 하니 결국 밤샘으로 이어졌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너무너무 하루를 충만하게 누리고 돌아가니 내 마음에도 '여유'라는게 생겼다. 자기돌봄데이 의 진정한 효과는 일상에 복귀해서 드러났다.


애들이 별의별 요청을 하고 둘이 계속 싸워도, 귀찮거나 짜증나는 빈도수가 확 줄었으며 자꾸 웃음이 배어나왔다. 내가 혼자 온전히 나를 돌본 그 시간의 힘 덕분에 일상에서  버틸 수 있는 멘탈 체력이 길러진 것이다.


그러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꼭 한번, 한달에 하루, 안되면 반나절이라도 나 자신을 위한 나와의 데이트를 신청해보기 바란다. 자기돌봄데이는 일상을 잘 굴러가게 해주는 윤활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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