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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Apr 19. 2022

'가나다라'를 배웠듯 'EFG'를 배우자

언어 공부의 순서

포레이그네르 포레이그네르



중학교  영어시험을 10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옆자리에 있는 친구가 이 단어를 다급하게 소리 내어 반복하는 것을 들었다. 순간 만화영화 <슈퍼 그랑죠>가 떠올랐다. <슈퍼 그랑죠> 에서 주인공은 위기에 처했을 때 로봇을 소환하기 위해 '도막사라문'이라는 마법의 주문을 읊조니까 말이다.


<슈퍼 그랑죠>, 사진 출처: insight.co.kr



이 친구도 시험이라는 위기 상황을 앞두고 로봇을 소환하려는 것 같았다. 의 마법의 주문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선천적 오지랖과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시험을 곧 앞둔 급박한 상황에서 내 공부는 팽개치고 그가 보고 있던 참고서를 보다. 그리고 마법의 주문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영어 단어 '포리너(Foreigner)'였다.


발음보다는 철자를 중시하는 영어시험의 특성상 친구는 철자를 암기하기에 최적화된 발음을 반복하며 영어 단어를 외우고 있었던 것이다. 이 장면이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큰 문제점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바로 영어공부의 순서가 잘못된 것이다.


우리가 모국어를 어떻게 배웠는지 생각해보면 이것이 왜 잘못되었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한 번 개략적으로 알아보자.



1. 듣기


언어는 먼저 '듣기'부터 시작한다. 듣기는 단순한 청각 활동 그 이상이다. 아기의 입장에서 듣기는 엄청난 집중을 요하는 관찰이다.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이 어떠한 맥락에서 어떠한 소리를 내는지 그리고 그러한 소리는 어떠한 입모양을 통해서 내는지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학습한다. 듣기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아이는 바로 말하기로 넘어간다.


2. 말하기


말하기는 모방이다. 그동안 보고 들어왔던 입모양과 음성을 따라 해 보는 것이다. 먼저 발음이 쉬운 것부터 시작한다. 전 세계적으로 몇 나라를 제외하면 '엄마'라는 단어는 대부분 가장 소리 내기 쉬운 '(ma)'의 소리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대부분 '아빠'보다 '엄마'라는 말을 먼저 하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발음과 문법이 난무하지만 아이들은 부끄러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말을 모방하면서 말하기의 스킬을 높여간다. (그렇기 때문에 아빠는 아이가 엄마를 더 좋아한다고 오해할 필요가 없다. 때로는 오해가 아닐 수도 있지만)


코로나로 인해 언어발달장애를 겪는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바로 모방 단계에서 필수적인 시각적 관찰에 장애가 생겼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마스크를 써서 아이들이 입모양을 보고 따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언어를 배우는 단계의 아이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들은 이 점을 참고하여 모양이 보이는 투명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3. 읽기


내가 듣고 말하는 소리가 어떠한 규칙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확인하는 단계가 읽기다. 그리고 구어(입으로 말하고 귀로 듣는 말)가 아닌 문어(말을 글자로 적은 것)라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듣기와 말하기가 어느 정도 원활해진 상태에서 읽기를 하게 되면 언어의 문법적 규칙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읽기를 통해 얻은 어휘와 문법은 기존에 배웠던 말하기를 더 높은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4. 쓰기


언어 공부의 마지막 지점이다. 읽기를 통해 파악한 언어의 문법적 규칙 그리고 더 나아가 학습한 문어를 최종적으로 내 것으로 만드는 단계다. 듣기가 축적되어야 제대로 된 말하기가 이루어지듯 읽기가 축적되어야 제대로 된 쓰기가 이루어질 수 있다. 언어적 사고를 가장 높은 곳으로 올리는 단계이다.



이처럼 우리가 모국어를 배웠던 순서는 듣기-> 말하기 -> 읽기 -> 쓰기 순이다. 그런데 영어 공부는 어떠했는가? 이러한 순서가 뒤죽박죽 섞여있고 각 단계별로 충분한 축적의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다수의 학생을 평가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겠지만 시험도 이러한 순서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지 않고 설계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전 국민이 10년 넘게 의무교육으로 영어공부를 했는데도 외국인만 만나면 식은땀을 흘리고 제대로 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했던 것이다. (물론 교육을 하는 분들 나름의 고충이 있었으리라 본다)


우리 모두가 모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듯이 영어 또한 모국어처럼 차근차근 축적의 시간을 갖으며 공부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각 단계별로 어떻게 공부를 하는 것이 좋을지 자세히 알아보자.



Photo by Nick Fewing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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