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 앞에서는 영어를 잘하는데, 이상하게 영어 잘하는 한국인이 그 자리에 있으면 영어를 버벅거리게 돼요
술 취하면 영어를 잘하는데, 맨 정신에는 잘 못하겠어요
영어 모임에서 이 두 가지 이야기를 자주 듣는 편인데이유는 동일하다. 바로 '뻔뻔함'이다. 즉 나보다 영어를 잘하는 한국인이 없는 자리에서는 그리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는 정확한 발음과 문법을 생각하지 않고 뻔뻔하게 영어를 내뱉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확성(Accuracy)은 떨어질지언정 유창성(Fluency)이 네이티브 스피커 못지않게 좋아지는 것이다.
내 경험상 한국인과 일본인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서 영어로 말할 때 완벽한 문법과 발음을 구사해야 한다는 강박이 심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쉽사리 영어로 말하지 못한다. 이는 결국 영어 말하기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영어로 말하는 걸 주저함으로써 말하기 연습량이 적어지고 이는 영어 말하기 능력의 저하로 이어진다. 이는 다시 영어로 말하는 걸 더 주저하게 만든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영어 말하기에 있어 단 한 가지의 조언만 할 수 있다면 나는 다음과 같이 말할 것이다.
뻔뻔하게 말해라
우리 모두가 한국어를 이렇게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된 것은 뻔뻔하게 말해왔기 때문이다. 문법이나 발음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냥 들었던 말을 뻔뻔하게 따라 했기 때문에 이렇게 원어민 수준으로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면 여러분이 '뻔뻔함'을 장착했다고 가정하고 말하기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공유해보도록 하겠다.
1. 쉐도잉(Shadowing)
듣기 단계에서 추천했던 오디오북을 말하기 단계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바로 쉐도잉이다. 쉐도잉이란 쉽게 말해 나를 따라다니는 그림자처럼 듣는 것을 거의 실시간으로 따라 말하는 것이다. 이때 뜻은 고려하지 않고 소리를 최대한 흉내 낸다고 생각하면서 들은 것을 따라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마치 가사를 모르는 팝송을 따라 부르듯이 말이다. 대부분의 오디오북은 속도조절이 가능하기에 본인에게 맞는 속도로 설정하고 쉐도잉을 해볼 것을 추천한다.
2. 영어회화 모임
영어회화 모임은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다.한국인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영어회화 모임은 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나 초보로 구성되어 있는 모임은 더더욱 말이다.
한국인 영어회화 모임에 자주 가다 보면 스스로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고 착각하고 노력을 게을리하기 쉽다. 한국인들끼리는 영어를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기 때문이다. 바로 콩글리쉬와 바디랭귀지를 통해서 말이다.
부득이 초보 한국인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영어회화 모임을 나가게 될 경우에는, 가기 전에 반드시 새로 구사할 표현을 암기해서 그것을 연습하는 자리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상대가 그 표현을 모를 경우 설명할 문장까지 암기해간다면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가능하다면 영어회화 모임은 되도록 네이티브 스피커가 한 명이라도 있는, 그렇지 않다면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갈 것을 추천한다. 네이티브나 나보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있는 모임이라도,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공부하지 않고 영어회화 모임을 참여하면 크게 늘지 않는다. 매번 새로운 표현을 구사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모임에 나가보도록 하자.
3. 외국인 친구 사귀기
이것은 언어 공부의 치트키라고 볼 수 있는 방법이다. 외국어를 가장 빠르게 배우는 법은 외국인 애인을 사귀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고 싶기에 '언어'라는 장벽은 빠르게 부셔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애인이 아니더라도 외국인 친구를 사귀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근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진 상황이다 보니, 다양한 루트로 외국인 친구를 쉽게 사귈 수 있다. 만약 아무런 방법도 떠오르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주요 관광지에서 무료 영어 가이드를 해주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 방법으로 네이티브처럼 영어를 구사하게 된 군대 후배가 알려준 꿀팁이다.
그리고 외국인 친구에게 잘못된 표현이나 발음에 대해서 꼭 피드백을 해달라고 요청하면 훨씬 큰 도움이 된다. 내 경험상 생각보다 많은 외국인들이 상대가 상처받을까 봐 피드백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분을 먼저 분명히 밝혀두는 것이 좋다.
영어 말하기는 '두려움'을 없애고 '뻔뻔함'을 장착하면 상당히 재미있는 언어 공부가 될 것이다. 공부라기보다는 취미처럼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이제 듣기와 말하기가 축적되었으니 지금까지의 단계보다는 조금 더 공부 같은 '읽기'로 넘어가 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