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캡선생 Mar 19. 2024

검소한듯한 부자, 부유한듯한 빈자, 그리고 가면

부자는 검소함을 연기하고
빈자는 부유함을 연기하네.

둘 사이에서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은
연기 도구를 파는 사람들인 듯하다.


[사족]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부자는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랜저를 타면 부자였다. 집에 에어컨이 있으면 부자였다. 삼성이나 LG가 아닌 소니 워크맨을 들고 다니면 부자였다. TGIF나 베니건스에서 자주 외식을 하면 부자였다. 매우 높은 확률로 그러했다. 부를 꾸미기 힘든 시대였다.


요즘은 어떤가? 돈이 없는 사람도 외제차를 타고, 아이폰은 국민폰이 되어가고 있고, 한 끼에 10만 원에 달하는 오마카세를 즐기는 모습을 인스타그램 여기저기서 쉽게 볼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무언가로 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시대다. 한 가지가 더해지면서 더더욱 부를 판단하기 힘들게 되었다. 부자는 검소함을 연기하고 빈자는 부유함을 연기한다는 사실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 모두 연기를 하고 있다. 직장에서의 모습, 친구를 만날 때의 모습, 연인과 있을 때의 모습이 다 다르다. 일종의 사회적 가면을 쓰고 있다. 상황과 맥락에 맞는 최적의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이다. 부자와 빈자도 마찬가지다. '부'를 기준으로 너무 단순하게 구분한듯하나 이 두 부류도 본인에게 최적의 가면을 쓰고 있다. 아니 스스로 최적이라고 생각하는 가면을 쓰고 있다. 부자에게는 검소함의 가면, 빈자에게는 부유함의 가면이 그렇다. 누구의 행동이 더 낫다는 말을 하고자 함이 아니다. 분수에 맞지 않는 사치에서 보이는 에고나 뚫린 신발 밑창으로 보이는 에고나 마찬가지다. 큰 틀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그저 각자의 위치에서 최적이라 판단되는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 가면을 파는 사람이다. 부자에게는 검소함을 팔고, 빈자에게는 부유함을 파는 사람들 말이다. 모든 사람이 금을 캐러 갈 때, 곡괭이와 청바지를 팔던 사람들이 이득을 본 것처럼. 모두가 비트코인에 열광할 때 암호화폐 거래를 도와주던 업비트와 같은 중개소가 떼돈을 본 것처럼 말이다. 기회는 늘 한 발 옆에 있다. 



<마케팅을 잘 모르지만, 마케팅을 잘하고 싶다면>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1497617


사진: UnsplashAhmed Zayan



이전 20화 답 없는 저출산. 질문이 문제일 수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