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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Apr 15. 2024

전국동네자랑!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물건을 잃어버려서 방 여기저기를 찾아 헤맸는데 알고 보니 내 주머니에 있는 경우. 정신이 없으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이와 비슷하게 바쁘게 지내다 보면 내가 사는 동네의 보석을 보지 못할 때가 있다. 서울 시내의 핫플만 돌아다니다 보니 정작 동네에 있는 좋은 맛집과 카페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오늘은 그래서 우리 동네자랑을 한 번 할까 한다. 남영역 인근의 맛집/카페 자랑을 소소히 해보고자 한다.


1. 문배동 육칼


오래된 음식점일수록 메뉴의 숫자와 맛은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메뉴가 적을수록 맛집이라는 이야기다. 적은 메뉴로도 오랜 시간을 버텼다는 것은 그 음식이 경쟁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마케팅 관점에서 보았을 때 뾰족한 핵심상품에 집중했기에 경쟁력을 갖추어 살아남았다고도 볼 수 있다. 이유야 어쨌든 메뉴의 숫자가 적을수록 맛집이라는 것은 경험상 90% 정도의 진실을 담보하는 것 같다. 문배동육칼 본점이 딱 이런 맛집이다.


이곳의 메뉴는 딱 세 가지다. 육칼, 육개장, 사골칼국수. 실제로 사람들이 시키는 메뉴는 거의 육칼 혹은 육개장두 개다. 그런데 육칼과 육개장은 단순히 공깃밥이 있냐 없냐, 국수 양이 많냐 적냐로 구분한 것이다. 거의 동일 메뉴라고 봐도 좋다. 결국 메뉴는 한 개라고 봐도 무방하다. 상호명처럼 '육칼' 단일 메뉴집이다. 이 육칼 맛이 끝내준다. 적절한 얼큰함과 탱탱한 면의 조합.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이다. 늘 사람이 많기에 방문한다면 평일 오전 11시 이전 혹은 오후 1시 30분 이후를 추천한다.


2. 무이

이름부터 세련된 빵집이다. '유일무이'라는 단어에서 모두가 '유일'에 집중할 때 혼자서 '무이'라는 단어를 무심하게 선택한 듯한 시크함이 느껴진다. 매장의 모습은 한적한 교토 골목길에 위치해 있는 빵집을 연상케 한다. 문을 열 때 울리는 작은 종소리. 아담하지만 좁지 않은 매장 크기. 그리고 종업원분들의 단정한 유니폼까지. 모든 것이 세련되게 트렌드에서 벗어난 듯 보인다.


12개 내외의 빵을 선보이는데, 이곳의 대표 빵은 소금빵이다. 고급스러운 버터향에 입안에 군침을 돌게 할 정도의 짠맛, 그리고 쫄깃한 식감으로 완성한다. 이곳을 방문한다면 무조건 소금빵은 집고 나와야 한다.


3. KGML

카페 투어를 하는 분이 워낙 많아서인지 좋은 카페는 늘 북적인다. 나만 아는 카페도 곧 너도 아는 카페가 된다. 그래서 한적한 좋은 카페는 희귀 자원과 비슷하다. 거의 없다. 그런데 우리 동네에 있었다. 커피 맛도, 분위기도, 사장님의 친절함도 완벽한데 언제 가도 자리가 있다. 서울역 뒤편에 위치한 KGML이다.


언뜻 봐도 비싼 도구들을 쓰는 것 같다. 나 같은 커피기계알못이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데 실제로 얼마나 좋을까 싶었는데 리뷰를 보니 엄청나다. 스트롱홀드 s9x로 로스팅을 하고, 달라코르테 xt + sp2 + ek43 그라인더로 커피를 만든다고 한다. 모델명을 봐도 사실 잘 모르겠지만 그냥 엄청난 것 같다. 1년 365일 98% 정도의 확률로 뜨거운 아메리카노(드립 커피)만 먹기에, 맛을 이제는 꽤 구별할 줄 아는데 이곳은 정말 맛있다. 개인적으로 현재 서울에서 앤트러사이트의 윌리엄블레이크 융드립을 최고로 생각하는데 거의 그 정도 급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알기 전에 방문해 보시기를 권하는 바이다.


이제 여러분의 동네를 자랑할 차례다.


<마케팅을 잘 모르지만, 마케팅을 잘하고 싶다면>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1497617




사진: UnsplashMihail Ribk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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