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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Apr 08. 2024

만족도 높은 모임의 한 가지 비밀, "00"


인스타그램에 눈에 띄는 광고 하나가 떴다. 나도 모임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넷플연가'의 광고였다.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형식의 모임을 광고하고 있었다. 그것은 '승인제' 모임이었다. 즉 참여자를 가려서 받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는 광고였다.



역시 '넷플연가'도 만족도 높은 모임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허들(Hurdle)'이다. 모두를 위한 모임은 그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모임이 될 확률이 높다. 참여하기 힘들수록 모임의 만족도는 높아진다. 수백여 개의 모임을 진행하면서 절실하게 느낀 점이다. 적절한 허들이 존재해야만 모임의 만족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말이다.


내가 가장 오랫동안 진행했고, 모임장으로서도 가장 만족도가 높은 트레바리의 <나, 브랜드> (이전에는 <마케팅 뷰자데>)의 허들 3가지를 짚어보면서 만족도 높은 모임에 대해서 생각해볼까 한다.



1. 높은 가격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싶다고 말하는 분들께 늘 드리는 조언이 있다. "단돈 1,000원이라도 받으세요." 무료로 진행하면 많은 사람이 쉽게 참여해서 잘 될 것 같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당일 노쇼는 물론이고, 모임에 대한 불만도 많다. 무료로 모임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억울한 상황이다. 봉사하고 욕먹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연구결과는 수도 없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말한 전망 이론이다. 아주 쉽게 말해 10만 원을 지불한 공연과 무료 공연 날짜가 갑자기 겹치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이 10만 원을 지불한 공연에 가는 심리다. 돈을 지불한 만큼 그것을 놓치기 싫은 마음이 커지는 것이다. 또한 마음 가짐도 달라진다. 지불한 가격만큼 만족을 느끼지 못하면 잘못된 소비를 한 것 같은 자책이 느껴지기에 어떻게든 스스로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트레바리는 국내에서 운영되는 독서모임 중 가장 높은 가격대를 자랑(?)한다. 그러다 보니 가격이 높아질수록 선호도가 높아지는 베블런재(Veblen goods)의 특징도 띄게 된다. "나 트레바리 다녀"가 하나의 긍정적인 신호가 된달까? 높은 가격이라는 허들은 여러모로 소비자의 만족도를 직간접적으로 높이는 듯 보인다.


2. 독후감


돈을 냈는데도 서비스를 경험할 수 없다? 대부분의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는 정책이다. 고객은 왕인데, 돈도 냈는데 왕은 커녕 왕국에도 들어갈 수 없다니 말이다. 트레바리는 독후감을 모임 2일 전까지 제출하지 못하면 참여가 불가능한다. 이것이 트레바리의 핵심이자 성공의 이유다. 모임의 목적에 맞는 사람만, 참여의지가 있는 사람만 모임에 참여하게 만드는 것이다.


독서모임을 진행하다 보면 책을 읽지 않고 오는 사람이 많다. 그러다 보면 참여자 간의 지식의 격차로 원활한 대화가 힘들 때가 많다. 이는 만족도 저하로 이어지곤 한다. 트레바리의 독후감 정책은 이를 방지하는 급진적인 그리고 효과적인 정책이다. 또한 독후감을 써야만 한다는 불편함이, 그래도 책 한 권 읽고 나의 생각으로 정리했다는 성취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가와카미 히로시 교수가 말한 불편익이다. 이케아 가구를 직접 조립하니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처럼 말이다.


3. 주말 아침 10시


트레바리를 하면 다른 모임에 놀러가기를 할 수 있다. 나는 수십여 개의 모임에 놀러가기를 했던 것 같다. 평일 저녁에 열리는 모임 주말 저녁에 열리는 모임도 가보았는데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주말 아침 10시 만의 '집중도'가 느껴지는 모임은 드물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주말 아침 10시에 독서모임에 참여한다는 것은 보통 의지와 정신력으로 가능한 게 아니다. 조금이라도 더 자고 싶은, 내 마음대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주말 아침에 독서모임에 오는 사람들은 정말 특별한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주말 아침 10시라는 허들은 특별한 사람을 모으는 힘이 있는 듯하다.


저와 모임을 했고, 하고 있고, 앞으로 할 모든 분들께 이 글을 빌려 감사함을 전합니다.



<마케팅을 잘 모르지만, 마케팅을 잘하고 싶다면>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1497617



사진: UnsplashKenny Elia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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