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길고 짧으며, 무거우면서 가볍고, 밝으면서 어둡다. 이것은 무엇일까? 정답은 세상 모든 것이다. 비교 대상에 따라 세상 모든 것은 상반된 속성을 띠게 되어 있다. 다시 말해 비교 대상이 없다면 그 무엇도 명확하게 정의 내리기 힘들다는 말이다. 브랜딩 법칙 ZERO에서 말하는 브랜딩도 마찬가지다. 적절한 비교 대상을 두고 알아보아야만 뜻이 명확해진다. 브랜딩과 함께 언급되곤 하는 마케팅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 이 둘부터 한번 차근히 비교해 보자.
브랜딩과 마케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단적으로 말하자면 판매다. 둘 다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에게 가치를 전하여 이익을 얻기 위한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차이점은 무엇일까? 목표와 그에 따른 방법이 다르다. 많은 브랜딩 전문가가 공통으로 말하듯 브랜딩은 큰 방향성에 해당하는 ‘전략’, 마케팅은 세부적인 실행 계획을 뜻하는
‘전술’이다. 나는 이를 다른 측면에서도 말하고 싶다. 브랜딩은 ‘메신저(who)’, 마케팅은 ‘메시지(what)’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말이다. 이를 아리스토텔레스가 《수사학》에서 말한 설득의 세 가지 요소에 빗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설득의 세 가지 요소 중 첫 번째는 논리적인 설득(Logos: 로고스)이다. 논증, 근거, 사실 등을 제시하면서 듣는 사람의 이성을 자극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감정적인 설득(Pathos: 파토스)이다. 분노나 연민, 시기와 질투, 두려움과 자신감 등과 같이 듣는 이의 감정을 강력하게 자극하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격적인 설득(Ethos: 에토스)이다. 논리적인 설득이나 감정적인 설득과는 전혀 다르다. ‘메시지’가 아닌 말하는 사람, 즉 ‘메신저’로 설득하기 때문이다. 말하는 사람의 신뢰도 그리고 청중과의 인격적 연대감 등이 설득의 핵심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똑같은 영화 평론을 해도 내가 하는 것보다 이동진 평론가가 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물론 똑같이 할 수있다는 말은 아니다).
이에 빗대어 생각해 보면 브랜딩은 ‘인격적인 설득Ethos’에 가깝고, 마케팅은 ‘논리적이고 감정적인 설득(Logos & Pathos)’에 가깝다. 다시 말해 브랜딩은 ‘메신저’, 마케팅은 ‘메시지’로 설득한다. 마케팅은 제품과 서비스의 특장점을 논리적으로 말하고 (Merit), 소비자가 느낄 수 있는 가치와 감정(Benefit)을 강조한다. 이를테면 이렇다. ‘100%천연 재료로 만든 ◯◯화장품을 사용하는 당신은 매일매일 새로운 아름다움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와 같이 말이다. 브랜딩은 다르다. 좋은 브랜딩은 좋은 브랜드를 만들고 최종적으로 좋은 브랜드로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다. 제품과 서비스의 특장점을 구태여 논리적으로 그리고 감정적으로 설득하지 않는다. 브랜드 그 자체를 강조하면 된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등록된 상표이자 국민 브랜드로 꼽히는 동화약품의 ‘까스활명수’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까스활명수가 강조하는 메시지가 무엇인가? 단순하다. ‘부채표가 없는 것은 활명수가 아닙니다’ 브랜드 그 자체로 설득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브랜딩과 마케팅은 별개가 아니라는 점이다. 메신저가 메시지를 만들고, 메시지가 메신저를 만들듯, 브랜드가 마케팅을 만들고 마케팅이 브랜드를 만든다. 이 둘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마케팅 활동이 누적되어 하나의 브랜드가 되고, 브랜드의 영향력에 따라 마케팅의 결과도 달라지게 된다. 앞으로 자세히 알아볼 브랜딩 법칙 ZERO에 전통적인 의미의 마케팅 전략이 들어간 이유이기도 하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3540618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