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아마도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콘텐츠, 나아가 매체도 마찬가지다.
핸드폰으로 간단한 검색만 가능하던 시절, 다시 말해 사진 하나를 로딩하는 데 10초 이상 걸리던 시절에는 '텍스트'가 주된 콘텐츠였다. 인터넷 속도가 점차 빨라지면서 콘텐츠의 중심은 ‘텍스트’에서 ‘이미지’, 그리고 ‘이미지’에서 ‘동영상’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오늘날 콘텐츠의 중심은 누가 뭐래도 '숏폼 영상'이다. 노래에서 전주와 간주가 오래전에 사라졌듯, 사람들은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는다. 즉각적으로 결론을 원하고, 지지부진한 편집은 외면을 넘어 분노를 일으킨다. 예전 같으면 영상의 주요 장면을 여러 번 반복해 강조하는 편집이 효과적이었지만, 이제는 "하이라이트를 몇 번씩 보여주지 마라"는 성난 댓글이 달리는 시대다.
그렇다면, '숏폼 영상' 다음으로 콘텐츠의 중심이 될 것은 무엇일까?
여기서부터는 순도 99%의 뇌피셜이다. 나는 ‘팟캐스트’가 새로운 중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크게 소비자 관점과 생산자 관점에서 이를 설명해볼까 한다.
첫 번째 이유는 숏폼 영상이 인기를 끈 이유와 비슷하다. 바로 집중력 저하다. 대중의 집중력 저하는 콘텐츠에 두 가지를 요구했다.
1) 짧은 집중력에도 소비할 수 있는 ‘짧은 콘텐츠’
2) 얕은 집중력으로도 이해할 수 있는 ‘자극적이며 직설적인 콘텐츠’
이 두 가지가 결합된 결과물이 바로 ‘숏폼 영상’이었다. 그런데 이보다 집중력이 더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한 가지에 아예 집중을 못하게 된다. 두 가지 이상을 해야만 마음이 편해진다. 이미 그런 경향이 보인다.
사람들은 이제 한 가지에만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운전하면서, 운동하면서, 밥 먹으면서, 심지어 다른 콘텐츠를 소비하면서도 또 다른 콘텐츠를 보고 듣는다. 멀티태스킹 경향(정확히는 스위프트 체인징)이 강해졌고, 이러한 흐름에 가장 적합한 콘텐츠가 ‘팟캐스트’다.
팟캐스트의 선조 격인 ‘라디오’가 그랬다. 라디오는 본격적으로 집중해서 듣는 매체라기보다 ‘보조 콘텐츠’에 가깝다. 물론 잠들기 전에 온 신경을 집중해서 듣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운전할 때, 혼자 오랜 시간 작업할 때, 밥을 먹을 때 틀어놓고 반쯤 집중해서 듣는 매체가 바로 라디오였다.
팟캐스트는 이런 라디오의 특성을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원하는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들을 수 있는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줬다. 집중력이 급격히 저하된 오늘날, 팟캐스트가 다시금 라디오의 위상을 되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얼마 전, 1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가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하지만 이것이 단순히 개인 유튜버만의 문제일까?
현시점 대한민국 최고의 PD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나영석조차 유튜브 채널 ‘십오야’ 운영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구독자도 많고 조회수도 높은데, 방송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을 고려하면 수익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문제는 간단하다. 영상 제작에는 본질적으로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경쟁이 심화될수록 퀄리티 경쟁이 치열해지고, 제작비는 천정부지로 오른다. 하지만 수익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모든 유튜버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방법이 없을까? 있다. 눈치챘겠지만, ‘팟캐스트’처럼 영상을 만드는 품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한 유튜버들은 이미 팟캐스트 형식의 콘텐츠를 시도하고 있다. 침착맨은 ‘침착맨의 둥지’라는 영상 콘텐츠를 흡사 팟캐스트 느낌으로 제작하고 있다. 피식대학은 한 발 더 나아가 ‘피식라디오’라는 이름을 붙이고, 영상 시작 전 라디오 엔지니어가 볼륨을 올리는 듯한 연출까지 하고 있다.
기존 유튜버뿐만 아니라 빠르게 성장하는 크리에이터들도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아직 구독자가 10만 명이 되지 않았지만, 이동진, 조수용 등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출연하며 화제가 되고 있는 ‘최성운의 사고실험’ 역시 전형적인 라디오 스타일의 대화 방식을 취하고 있다. DJ가 질문하고 게스트가 답하는 그런 라디오 스타일 말이다.
팟캐스트라는 형식은 제작 비용이 낮고, 광고/후원 모델이 안정적이며, 소비자의 ‘집중력 저하’라는 시대적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다시 말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정조준하는 콘텐츠가 바로 팟캐스트(혹은 팟캐스트 형식의 콘텐츠)다.
나는 이 거대한 흐름에 올라타기로 했다. 주장하는 바를 실천하면서 스킨인더게임(skin in the game)을 하기 했다. 사실 2018년에 이미 팟캐스트를 시도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시기상조’였다. 이제는 다르다. 시대의 흐름이 바뀌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다. 세 명이 함께하는 ‘책잡힌 사이: 독서모임장들’이라는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 독서 모임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매주 일요일 ‘책잡힌 사이’에 책을 잡고 놀러오셨으면 한다. 뜨겁게 환영해드리겠다.
새로운 콘텐츠의 미래. 나는 ‘팟캐스트’에 베팅했다. (물론 '텍스트'에 대한 믿음은 여전하다)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92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