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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이름, 왜 고객은 외면하는가?

by 캡선생


오프라인 가게를 시작하는 분들은 가게 이름을 짓는 데 꽤 많은 시간을 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나에게 조언을 구했던 분들 중 상당수가 네이밍의 기준을 ‘고객’이 아닌 ‘본인’에게 둔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고객이 이해할 수 있는 이름보다는 자기만의 의미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만들어진 이름은 대체로 ‘난해한 이름’이 된다. 예를 들어 음식점인데도 무슨 음식을 파는지 알기 어렵거나, 심지어 음식점인지조차 분간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한자로만 적혀 있거나, 발음도 어려운 영어로만 간판이 써 있으면 지나가는 손님 입장에선 무심코 지나치기 쉽다. 심지어 네이버 지도 같은 검색에서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결국 사장님은 “내 철학을 고객이 이해 못 한다”고 말하지만, 실은 철학이 아니라 전달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무리 좋은 메시지도 고객이 ‘읽지 않으면’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번 제주 여행에서는 아주 뾰족하고 직관적인 이름의 술집을 만났다. 외부만 봐도 무엇을 하는 가게인지, 누구를 위한 공간인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바로 ‘헌집 제주혼술바’다.



가게 외부에는 다양한 술병들이 진열돼 있었고, ‘헌집’이라는 단어가 큼직하게 써 있었다. 이 가게는 혼자 술 마시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임을 설명하지 않아도 외관부터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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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어두운 조명 아래 ‘ㄷ’자 모양의 바 테이블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안쪽에는 남자 사

장님과 여자 직원분이 손님들과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인스타그램에서 봤을 때는 MBTI E들이 모이는 활발한 분위기의 공간처럼 느껴졌지만, 실제로는 손님의 성향에 맞춰 자연스럽게 응대해주는 ‘배려 있는 공간’이었다. (참고로 나는 혼자 간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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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컨셉을 뾰족하게 잡자고 하면, 많은 사장님들이 걱정하는 말을 꺼낸다.

“그럼 다른 손님들은 안 오면 어떡하죠?”

예를 들어, ‘혼술바’로 컨셉을 잡으면 2명, 3명씩 오는 손님들은 멀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그런데 그런 걱정은 대체로 기우에 가깝다. 혼술이 잘 되는 공간은, 오히려 2인/3인 손님도 편하게 만든다. 진입장벽이 낮고 분위기가 자유롭기 때문이다. 그날도 혼자 온 손님뿐만 아니라, 여행 온 커플과 친구 단위 손님들도 여럿 있었다. (참고로 제주시에는 ‘제주혼술바’를 가게 이름에 붙인 바가 꽤 많다. 이런 네이밍이 효과적이라는 걸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나만을 위한 컨셉’은 고객이 몰라준다. 반대로, ‘모두를 위한 컨셉’은 그 누구에게도 매력적이지 않다. 이름은 고객 관점에서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컨셉은 소수의 팬이 열광할 수 있는 뾰족함으로 시작해야 한다. 확장은? 잘되기 시작한 다음에 고민해도 늦지 않다.



퇴사가 고민이라면, 이 책부터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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