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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Jul 29. 2022

텍스트로 쓰인 음악

<Thus Spoke Zarathustra>를 읽고


나는 고전이라 불리는 책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누구나 들어봤지만 누구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 책



프리드리히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정확히 이 기준에 부합하는 책이다. 독서모임에서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하면 누구나 제목은 들어봤다고는 하나 제대로 읽어 보았다는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간혹 읽어 보았다고 말하는 사람과 이야기해보면 대부분 해설서를 읽은 것으로 드러나곤 했다. 이 책의 부제는 '모두를 위한 (그러나) 그 누구도 위하지 않은 책'이다. 니체도 이러한 상황을 예견이라도 한 듯 말이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제대로 읽은 사람은 이처럼 드물긴 하지만, 이 책에 나온  다음 문장을 모르는 사람또한 매우 드물다.


신은 죽었다.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도 이 문장이 주는 강렬함과 뜨거움은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문장이 품고 있는 의미와 다양한 해석의 여지는 한 권의 책을 쓸 수 있을 만큼 풍부하다. 다만 여기서는 책을 읽을 분들을 위해 미지의 세계로 남겨두고자 한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분량이 그리 길지도 않고 비트겐슈타인이나 칸트, 헤겔과 같이 난도가 높은 철학가들의 책과는 달리 사람들에게 쉽게 읽힐 수 있는 일종의 성장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어렵게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니체의 의도 때문인 것 같다. 그가 이 책을 의미 전달에 집중하기보다는 음악 전달에 집중해서 썼기 때문이다.


니체의 팬들에게는  알려진 사실이기는 하지만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텍스트로 쓰인 음악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그것을 대놓고 드러내고 있다. 


source: 부크크(Bookk)


눈치 빠른 분들은 독일어를 모르더라도 한국어 제목인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다른 점을 발견했을 것이다. 한국어 제목과는 달리 짜라투스트라가 제일 마지막에 위치해 있다. 즉,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아닌 "이렇게 말했다, 짜라투스트라"인 것이다.


이러한 문장 구조는 리듬감을 강조하는 힙합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내 태도와 표정 삐딱해 마치 '피사'
 이젠 중국서도 뜰 거야, 받겠지 '위안'

- 스윙스 <No Mercy> 중



즉 이러한 문장 구조는 유사한 종결 음절의 반복을 통해 리듬감을 형성하는데 용이하다. 니체는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짜라투스트라"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더 나아가 문단까지 반복을 하여 리듬감을 형성하는데 집중을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문장 부호들은 악보의 기호가 되어 작용을 한다.


느낌표(!)는 forte(더 세게), 대시(-)는 fermata(더 느리게)처럼 쓰여, 독자로 하여금 단순히 텍스트를 이해하려 하지 말고 마음속으로 텍스트를 스스로 연주하고 듣기를 권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을 단순 의미 전달의 책으로 읽게 되면 불필요한 중복, 뜬금없는 문장 부호들이 거슬리고 이해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을 음악으로 생각하고 들으면 대중가요를 접하듯 리듬감 속에서 본인에게 꽂히는 훅도 발견하게 되고, 가슴을 울리는 구절도 느낄 수도 있게 될 것이다.


이 텍스트로 쓰인 음악에는 '초인', '권력으로의 의지', '영원회귀'등 니체의 핵심 사상들이 잘 녹아있는 것뿐만 아니라 니체의 고급 유머도 작품 전체에 깊게 배어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에 먼저 집중하면 이 책이 어렵고 잘 읽히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이 책을 철학서가 아닌 랩 가사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읽어보기를 아니 들어보기를 권하는 바이다. 


DJ 니체  Drop the Beat!




P.S. 본 글은 Oxford University Press에서 발간한 <Thus Spoke Zarathustra>의 해설을 참조하여 작성했습니다.



https://unsplash.com/s/photos/text-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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