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의 가르침>을 읽고
순전히 내 개인적 생각이지만 고등학교까지의 교과 과목들에 대한 나의 평가는 아래와 같다
국어: 논리력, 발표력, 글쓰기 등의 능력 개발에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다른 과목들도 그렇지만 학자가 되는 데 필요한 내용들도 많다. '강남 갔다 돌아온 제비'를 무조건 '조국의 광복'으로 외워야 하는 교육은 거지발싸개보다도 더 못하다.
수학: 논리력을 키워 주지만 1차 방정식과 간단한 기하 지식 정도 이외에는 돈 버는 게임과 별 관련이 없다. 연관 과목의 학자나 엔지니어가 될 지극히 일부 학생들을 제외하면, 고교 때 열심히 공부한 <수학의 정석> 시리즈는 삶 속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영어: 못하면 돈 벌 기회가 많이 줄어들며 해외여행도 단체관광으로만 다니게 된다. 하지만 영어를 가르칠 만한 자격을 가진 교사의 수는 아주 한정되어 있다. 대부분은 '무조건 외워라'라고 가르치며, 자기 돈으로 자기 실력을 늘리려 하기보다는 국가에서 교육을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교사들도 있다.
제2외국어: 영어보다는 제공하는 기회의 폭이 좁다.
과학: 실험을 많이 한다면 과학적 사고를 증가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만 그 분야에 종사할 사람들 이외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 그러나 전기, 전자, 물리, 화학에 대한 기초지식은 쓸모가 종종 있다. 하지만 어느 중학교의 닭대가리 과학 교사는 학생들에게 교과서 단원 목차만 4시간 동안 외우게 한다(내 딸이 겪었다).
국사: 한국인 혹은 애국자가 되는 데 필요할 수도 있다. 세부적인 내용들은 졸업 후 다 잊어버릴 것에 지나지 않지만 그래도 외워야 점수가 나온다.
세계사: 역사는 결국 경제적 이득을 위한 투쟁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배우게 된다. 역사가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배우면 좋지만 시시콜콜 외워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
도덕, 윤리: 이런 것은 배운다고 해서 자동 실행되는 것이 아니다.
사회: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것 역시 암기할 것들이 많지만 곧 다 잊어버리고 말 것들이다.
미술, 음악, 체육: 어느 미술교사는 자기가 가르쳐 준 방식대로 그리지 않으면 점수를 주지 않는다. 어느 음악선생은 이론을 장황하게 설명하고 그것을 외우게만 한다. 어느 체육선생은 비 오는 날이면 학생들에게 필기를 엄청 시킨다. 나는 그런 교사들의 머리(아니, 대가리라는 표현이 더 맞다) 속을 해부해 그 안에 뭐가 있는지 보고 싶다.
교장, 교감, 교육감 등등: 이 사회가 얼마나 위선적인지를 배울 수도 있다.
- 세이노의 <세이노의 가르침>(데이원, 2023)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