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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선생 Mar 23. 2022

넷플릭스와 삼성의 공통점?

<No Rules Rules(규칙 없음)>를 읽고


20대 때는 조직문화에 대한 고민을 전혀 하지 않았다.


먼저 '나만 잘하면 되는' 유형의 영어 통/번역 업무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영향이 있다. 그리고 '함께 잘해야 되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하게 되었을 때도 그 회사가 시스템으로 유명한 대기업이어서인지 몰라도 조직문화에는 큰 불만은 없었다. "불만이 있었을지언정 사원/대리가 조직문화를 어찌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뒤늦게 든다.


조직문화 보다는 개인 차원에서 '멘탈 관리'와 '문제 해결 능력'에만 집중해왔다.


그러다가 사업을 시작하면서 모든 게 바뀌었다. 나만 잘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조직문화'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된 것이다. 10명의 사람이 일한다고 할 때 5+5=10이 될지 5X5=25가 될지 5-5=0이 될지가 이 조직문화에 달렸음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조직문화와 관련한 수많은 책을 읽고 다양한 모임에 참여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책은 성공한 미국 기업의 조직문화를 정리한 기록물에 가까웠고, 모임도 마찬가지로 그러한 조직문화를 정답이라고 이야기하며 재차 확인하는 자리에 가까웠다.


실제로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 나의 입장에서는 쉽게 동의하기 힘들었다. 중요한 무언가가 빠졌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생존자 편향(Survival Bias)처럼 성공한 기업만 살아남았으니 그 조직 문화가 좋게 보이는 것이지 실패한 기업도 동일한 조직 문화를 갖고 있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 미국 기업의 조직문화를 그대로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것이 맞는 걸까? 하는 의문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러다 나의 의문을 해결해 책을 발견했다. 바로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가 쓴 <No Rules Rules(규칙 없음)>이었다. 


<No Rules Rules> by Reed Hastings, Erin Meyer


이 책은 제목처럼 "넷플릭스는 규칙이 없는 것이 규칙이다"라는 내용이다. 이렇게 심플한 책을 해결책으로 느낀 것은 대부분의 책이 단순히 성공한 회사들의 조직문화를 결과론적으로 서술하고 있었다면, 이 책은 그러한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었던 근원적인 요인들을 밝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요인들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업계 최고의 사람들을 뽑고 유지해라.

2. 회사의 방향성을 조직원들에게 투명하게 알려라.

3. 그리고 믿고 맡겨라.



1번이 되지 않으면 그 어떤 조직문화도 무용지물이 된다. 내가 성공한 기업의 조직문화에 대해서 의구심이 들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성공적인 조직문화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처럼 이야기를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조직 문화도 결국 사람들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민주주의라는 국가 문화(?)를 채택했지만 모든 국가가 동일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다. 그래서 조직 문화 이전에 어떻게 하면 최고의 사람을 뽑을 수 있지 혹은 그들의 재능을 키워줄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게 우선인 것이다.


1번이 해결되었다면 바로 2번으로 넘어가면 된다. 이 부분은 생텍쥐페리의 말로 간단하게 정리가 될 것 같다.


당신이 배(ship)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세세하게 업무 지시를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드넓은 바다를 동경하게 만들어라



이처럼 구성원들이 모두 같은 곳을 보고 동경하게 만드려면 '투명한' 정보공유와 커뮤니케이션은 필수적이다. 이는 이어질 3번을 위한 준비 단계라고도 볼 수 있다.


2번이 구축되었다면 3번이 가능해진다. 구성원 개개인이 회사의 가치와 방향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내가 하는 행동이 회사에 도움이 되는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을 믿고 맡겨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다. 리더가 구성원에 대하여 갖는 기대치와 대하는 태도가 구성원의 업무성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즉 직원을 믿으면 믿을수록 그들은 믿을만한 사람이 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지금까지 말한 내용을 삼성의 창업자 이병철 회장이 <호암자전>에서 다음과 같이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의인물용 용인물의(疑人勿用 用人勿疑)



"의심이 가는 사람은 고용하지 말고, 사람을 고용했다면 의심하지 말라"는 것이다. 나는 이 말이 1. 의심가지 않는 최고의 사람을 뽑아서 2. 믿을만한 투명한 기업문화를 만들어 3. 구성원들을 믿고 일을 맡겨라를 함축한 문장이라고 느꼈다.


넷플릭스와 삼성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조직문화를 보면서 결국 '창업자'부터 잘해야 한다는 다소 뻔할 수 있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렇다. 일단 나부터 반성하고 잘해야겠다.



P.S. 본 글은 번역서가 아닌 원 <No Rules Rules>를 읽고 썼기에 번역서의 내용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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