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의 차이가 삶의 차이를 만든다
늦은 점심을 먹고 산책을 했다. 날은 흐렸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 기온은 제법 포근했다. 아무런 생각 없이 공원을 천천히 걸으며 여기저기에 시선을 보냈다. 어르신들은 삼삼오오 모여 장기를 두고 나무 밑에 가방을 내려놓은 아이들은 공을 쫓아 신나게 뛰어다녔다. 겨울이라 물이 나오지 않는 분수 앞 벤치에 앉은 사람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있었다. 분수를 지나 나무들 사이로 난 산책로를 걸으며 마른풀과 나무의 건조한 냄새를 맡았다. 풍성한 잎을 달고 있던 나무들은 앙상하게 마른 채 위태롭게 서있었다. 쭉 뻗은 침엽수 몇 그루만이 푸른빛을 간직한 채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모습이 겨울다웠다. 공원을 벗어나려고 걸음을 옳기다 출구 앞에 서있는 목련 나무 몇 그루에 시선이 닿았다. 바짝 말라 가늘어진 가지 위로 벌써 꽃눈이 나와 있는 모습이 신기했다. 아직 겨울의 절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봄을 준비하는 몸짓은 아름다웠다. 유례없는 12월의 한파를 이겨냈으니 곧 밀려올 매서운 한겨울의 추위도 당당하게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계절은 망설임이나 미련이 없다. 때가 되면 지키고 있던 자리를 내어주고 멀리 사라진다. 누구보다 먼저 계절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꽃과 나무들은 그래서 늘 정직하다. 필 때가 되면 피어나고 질 때를 맞이하면 아름답게 떠난다.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나는 일종의 숭고함을 느낀다. 변하는 계절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겨울이 길다 해도 3월의 중순을 넘기기 시작하면 찬바람을 뚫고 여기저기서 꽃들이 고개를 든다. 종종 9월까지 길게 이어지는 폭염도 시원하게 내리는 늦은 밤의 가을비 앞에선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 때가 되면 오고 가는 계절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자연계의 법칙이다. 막을 수 없는 이러한 변화를 ‘섭리’라고 부른다. 자연의 섭리는 늘 정직하다. 조금 늦거나 조금 빠를 수는 있어도 결코 잘못되는 법은 없다. 이를 바꿔 말하자면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는 말과도 같다. 그런 점에서 계절의 변화와 사람의 인생은 정말 많이 닮았다. 힘든 시기가 지나면 좋은 날이 오고 행복이나 불행이나 모두 때가 되면 왔다가 또 사라진다. 인생은 그런 반복의 연속이고 기대와 실망이 모인 거대한 집합이다. 이는 세상을 사는 모든 이들에게 동등하게 적용된다. 다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살면서 행복과 불행은 끝없이 반복되며 이 과정을 우리는 수없이 많이 경험한다. 좋은 일이나 나쁜 일은 늘 번갈아가며 찾아온다. 물론 둘이 동등한 크기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때론 위기 속에서 기회를 발견하기도 하고 삶의 전환점이 되는 시련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꼭 불공평한 것만도 아니다. 행복과 불행은 단순한 반복일 뿐이다.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는 섭리는 일어날 일은 뭘 해도 일어나고야 마는 ‘필연성’이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 변화는 반복되며 계속해서 이어진다. 이런 필연적인 변화에서 맘대로 벗어날 수는 선택의 권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계절이 자연의 섭리이듯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번갈아 찾아오는 과정의 반복은 인생의 자연법칙이다. 일어날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그러므로 애초부터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피할 수 없을 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두 가지밖에 없다. 현실을 부정하며 불만 가득한 마음으로 살거나 아니면 당당하게 받아들인 후에 앞으로 나아가거나. 전자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두 가지 선택지 중에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것은 단 하나뿐이다. 도망치고 불평하고 세상과 남을 탓하며 부정해본다 한들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 앞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누가 해결해주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저절로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내 뜻대로 되는 일은 세상에 하나도 없다. 원래부터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니 불평과 불만에 쓰는 시간은 빨리 줄일수록 좋다. 불만을 줄이고 자기 합리화를 버리고 삶의 필연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 비로소 현실을 직시할 수 있게 된다. 행복과 불행 그 어느 쪽도 영원한 것은 없으며 단순한 반복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정말 중요한 것은 삶에 대한 본인의 마음가짐이라는 진실을 깨닫는다. 삶의 태도에 따라 누군가는 절망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다른 누군가는 현실을 불평하다 소중한 기회를 놓쳐버리기도 한다. 어느 쪽을 택하든 결과는 자신의 몫이다. 인생의 가장 큰 책임은 스스로에게 있다. 현재의 나를 만든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닌 과거의 자신임을 생각해본다면 미래를 결정짓는 것은 지금 내가 가진 태도와 마음가짐인 것이다. 매서운 한파가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2월 말이면 목련은 새하얀 꽃을 달고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목련은 정직하게 그리고 당당하게 자신의 할 일을 다한다. 겨울이 예년보다 춥든 평년보다 길든 목련 꽃은 성실하게 때를 놓치지 않고 피어난다. 인생도 꽃처럼 아름답게 피려면 피할 수 없는 시련과 고난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감내하는 정직한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나무는 세찬 빗속에서 자라고 꽃눈은 찬바람을 견디며 핀다. 힘든 시절이 삶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음을 알고 이겨낼 때 사람은 성장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태도와 품고 있는 마음가짐이 내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 비바람을 맞으면서도 앞으로 나아갈지 주저앉아 가라앉을지 선택하는 것은 늘 내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