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서 멀어져야 마음이 편할 때도 있다

월출산

by 김태민

마음의 여유가 사라지면 당연했던 것들이 낯설게 느껴지고 편안했던 것들이 불편하게 다가온다. 언제 만나도 좋았던 사람도 싫어지고 좋아하는 일을 해도 피곤하다. 그럴 때마다 산이 생각났다. 당장 떠날 수 있을 때는 백팩하나 들고 망설임 없이 등산로를 찾아 나섰다. 창문 밖의 산을 보며 스스로를 달래면서 다가올 주말을 기다린 적도 있었다.


도시에서 벗어나 한적한 산을 올라갈 때면 매일 보던 것들로부터 한없이 멀어진다. 정상에 올라 까마득하게 먼 곳을 바라보고 있을 때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일도 사람도 걱정도 욕심도 잔뜩 끌어안고 살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눈에서 멀어져야 마음이 편할 때도 있다. 내면의 시야를 가리고 있던 것들이 천천히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 보면 그것들은 적당한 거리를 찾아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K35718 <월출산> NFT digitalart 2023

좋은 책과 멋진 말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 산은 내게 힘이 되어주었다.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릴 때면 손에 든 책을 놓고 밖으로 나와 산을 탔다. 가장 높은 산꼭대기에서 바라본 도시는 손톱보다 작아서 꼭 우표처럼 보였다. 그 작은 도시에 모든 근심과 욕심을 놔두고 가벼운 마음으로 정상에 올라간다. 마음을 비우는 만큼 여유가 채워지는 곳이 산이다.


천천히 다 비워내고 고개를 들면 파란 하늘이 펼쳐져있다. 답답한 회색빛의 천장 대신 끝이 어디인지 모를 만큼 탁 트인 하늘이 눈앞에 있다. 가만히 서서 하늘을 바라본다. 투명하고 푸른빛 사이로 내리는 햇살의 알갱이들이 반짝이며 부서진다. 새파란 나무 사이로 녹아든 햇빛은 바람에 실려 물결처럼 일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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