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산
자주 찾는 산은 오래 만난 친구처럼 편안하다. 언제 찾아도 부담 없고 늘 그랬듯이 나를 반겨준다. 화려한 절경을 품고 있지 않아도 익숙한 풍경이 안겨주는 편안함이 좋다. 나는 나이가 들어도 산은 늘 처음 모습 그대로다. 항상 같은 자리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서있다. 늘 그 자리에 서서 지친 마음을 품고 찾아오는 날 기다려준다.
변함없는 모습으로 서있는 산을 오를 때마다 반성한다. 나는 얼마나 자주 변심하고 쉽게 포기하며 살아왔었는지 생각해 본다. 부끄러운 자신의 모습을 똑바로 대면할 용기가 생긴다. 나에게 관대하고 남에게 엄격했던 적은 없었을까? 초심을 말하면서 수시로 변심하지는 않았을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사람에게 한결같은 마음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나 다름없다. 초심을 지키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의무와 책임을 내세우면서 요구하는 것은 쉽지만 실천하는 것은 어렵다. 상황에 따라 생각하고 사는 대로 판단했던 과거를 되돌아본다. 나약한 내면을 인정하고 취약한 마음을 단련하기로 다짐한다.
친구 같은 산은 못난 나를 아무 말없이 받아준다. 추한 꼴을 보여도 철없는 생각을 늘어놓아도 있는 그대로 이해해 준다.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었을까 자문하게 된다. 단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산처럼 든든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같은 곳에서 변함없이 묵묵하게 서있는 산을 본받아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