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방법은 자연 속에서 배운다

광교산

by 김태민

산을 자주 찾다 보면 종종 악천후를 만나게 된다. 도시와 산속의 날씨는 다르다. 폭우가 쏟아지면 산은 깜깜한 밤이 된 것처럼 어두워진다. 당장 쉼터나 대피소를 찾지 못하면 꼼짝없이 발이 묶여버린다. 강풍이 계곡을 타고 산속으로 밀려들어오면 울창한 숲은 비명을 지른다. 빽빽한 나무들이 달고 있는 이파리는 온몸을 떨면서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를 낸다. 등산로를 느긋하게 걸으며 만끽한 여유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자연은 언제든 돌변할 수 있는 변화무쌍한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


산의 날씨는 변덕이 심해서 입산 전에 확인한 일기예보는 얼마든지 빗나갈 수 있다. 날씨만 보고 산을 찾았다가 갑자기 눈과 비를 만나서 고생할 수도 있다. 한나절 내린 진눈깨비가 산길을 덮어버려 하산하는데 고생했던 겨울. 갑작스러운 폭우로 불어난 계곡물 때문에 등반을 포기했던 여름의 산행. 큰 일교차로 인해 등산을 다녀와서 감기로 고생했던 지난봄. 궂은 날씨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불쑥 찾아와 산을 찾은 이들에게 고된 시련을 선사한다.


K35718 <광교산> NFT digitalart 2023

산길에서 만나는 비와 바람은 달갑지 않은 불청객이지만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예상치 못한 악천후를 겪으면서 위험에 대비하는 법을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산을 자주 오르다 보면 날씨를 보는 요령이 생긴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구름의 흐름이나 바람의 변화를 천천히 파악하게 된다. 어두운 구름이 몰고 온 큰비가 잠시 내리는 소나기인지 반나절이상 쏟아질 폭우인지 구별할 수 있게 된다. 머리로 아는 것과 몸이 기억하는 것은 다르다. 직접 경험해 보면 몸이 또렷하게 각인하게 된다.


영장류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지만 인간도 결국 동물이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날씨의 변화를 감지하는 감각을 가지고 있다. 도시에 살면서 인간은 원초적인 감각의 대부분을 잃어버렸다. 그러나 잃어버린 것일 뿐 사라진 것은 아니다. 산을 찾을 때마다 미묘하게 달라지는 날씨를 알아차리는 감이 점점 좋아진다. 사용하지 않고 살았던 감각이 깨어나는 느낌이다. 자연에서 행동하고 살아가는 방법은 자연 속에서 배운다. 편리한 도시의 삶이 모든 것을 다 알려주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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