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 자연 속에 나를 내버려 둔다

호암산

by 김태민

가끔 도망치고 싶었다. 사람들로부터 삶으로부터 멀리 가능하면 멀리 떠나고 싶었다. 일상이라는 관성의 법칙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해야 할 일과 지켜야 할 것들이 나이 먹을수록 많아지는 것이 어른이다. 몸은 늘 붙박이처럼 책상에 붙어있지만 마음은 달랐다. 6월의 날씨는 사무실을 벗어나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붙잡고 힘겨운 일주일을 견뎠다. 주말 아침이 밝기도 전에 나는 산을 찾아 떠났다.


시끄러운 말소리와 알고 싶지 않은 소식들을 전부 차단했다. 산속에 들어가면 세상과 완벽하게 단절되는 기분이 들었다. 산 중턱의 사찰에 들러 환한 빛으로 물드는 산마루를 가만히 바라봤다. 말없이 흘러가는 시간과 자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어른이 되면 나이가 들면 달라질 줄 알았다. 지혜로워지고 현명해지고 많은 문제들을 척척 해결하는 사람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몸만 커졌을 뿐 나는 여전히 많은 것들이 서투른 아이와 같았다.


K35718 <호암산> NFT digitalart 2023

세상에서 누군가와 함께 찾은 행복은 늘 유통기한이 있었다. 나도 변하고 상대방도 변하고 때로는 둘 다 변했다. 덤덤하게 넘기고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일은 늘 어려웠다. 누군가를 잃을 때면 매번 고통스러웠고 간절한 바람이 꺾일 때면 오래 실망했다. 재미없는 어른이 되지 말자는 스무 살 때의 결심은 어렴풋한 기억 속에 남아있었다. 나는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주말이 끝나면 또다시 현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생활이 놓여있었다.


행복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다들 질주하고 있다. 나는 그냥 달리지 않고 쉬기로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스스로를 잃어버릴 것 같았다. 마음이 지칠 때면 산으로 올라와 내 안의 욕심과 불안을 달래주기로 했다. 눈앞에서 햇살로 물든 푸른 숲이 바람과 함께 춤을 추고 있다. 바람이 불면 산은 파도소리를 만들어낸다. 눈을 감고 자연 속에 나를 내버려 둔다. 차분함이 나를 완전히 물들일 때까지 불안과 근심이 깨끗하게 씻겨나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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